
2주째 흥행몰이를 이어가고 있는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와 돌아온 슈퍼맨 이야기 '맨 오브 스틸'이 극장을 양분했다. 각기 1000개 가까운 스크린을 확보한 두 영화가 약 1900개 스크린을 점령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기록적인 초반 흥행과 함께 불거진 스크린 독과점이 모양을 바꿔 이어지고 있다.
17일 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주 연속 주말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킨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주말 3일간 925개 스크린에서 105만 3989명을 동원하며 누적관객 526만명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맨 오브 스틸'은 998개 스크린에서 102만 5796명이 관람해 주말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했다. 누적관객은 120만 5692명이다.
통합전산망 가입률이 99.34%인 상태에서 전국 2417개가 연동돼 있는 것을 감안하면 두 영화는 전국 극장 스크린의 약 80%를 나눠 가졌다. 14일부터 16일까지 극장을 찾은 총 관객이 237만3105명. 관객 수로 따지면 두 영화가 전국 극장 관객의 87%를 먹어치웠다. 극장 독과점과 관객 독과점이 서로 맞물려 돌아간 셈이다.
지난 주말 개봉 첫 주였던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1341개 스크린에서 상영돼 논란을 빚었던 때와 비교해, 군소 영화에게 극장 상황은 오히려 더 심각해졌다.(당시 박스오피스 2위였던 '더스타트렉 다크니스'의 상영관은 412개)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스크린 수는 줄었지만 그보다 더 많은 상영관을 '맨 오브 스틸'이 챙겼기 때문이다. 자연히 두 영화가 대부분의 스크린을 독식한 만큼 다른 영화들의 설 곳이 더욱 줄어들었다.
앞서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스크린 독점을 비판했던 정윤철 감독은 지난 주말 서울 강남의 한 극장에 갔다가 '은밀하게 위대하게'와 '맨 오브 스틸' 두 편의 영화만이 상영되는 모습을 목격했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않았다.
정 감독은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아니 강남과 청담동 사람들은 오로지 두 개의 영화만 봐야하나. 그 동네 사람들이 갑자기 불쌍했다. 과연 극장 측은 이들의 수준을 대체 어떻게 잡고 있길래, 선택권을 그렇게 무시하는 건가 싶었다. 마치 짜장과 짬뽕만 파는 살벌한 중국집 같았다. 볶음밥이 먹고 싶었던 나는 완전 멀리 가든가 포기 둘 중의 하나였다"고 밝혔다.
정 감독은 "결국 내가 보고 싶은 영화는 못 보고 집으로 터덜터덜 돌아오며 감독이 아닌 관객으로서 화가 났다"며 "그래. 감독이 아닌, '관객' 으로서 나는 분명 스크린 독점에 대해 열 받아 할 권리가 있다. 나는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보고 싶은 것이지 극장이 돈 되는 영화를 무조건 봐야 하는 빨대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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