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계에는 수많은 제임스들이 있다. 죽지도 않고 또 오는 007시리즈의 제임스 본드가 있고, 혹자는 '아바타'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을 떠올릴 것이다. 꽃미남 배우 제임스 맥어보이도 빼놓을 수 없다.
배우 정우성이 새로운 제임스로 극장가에 돌아온다. 지난 2009년 '호우시절' 이후 한국영화로는 4년 만에 관객을 만나는 것인데다, 19년 만에 처음으로 악역에 도전한다. 이래저래 '감시자들'은 그의 필모그래피에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는 영화다.
스크린에서 정우성은 항상 '좋은 놈'이었다. '중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등 액션영화에서는 자신의 신념에 따라 싸웠고,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새드 무비'와 같은 로맨스에서는 한 여자만 바라보는 지고지순한 남자였다. 심지어 '똥개'에서도 그는 동네 한량이지만 마음만은 착했다. 과연 정우성이 연기하는 냉철한 범죄자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지는 이유다.
정우성은 조각 같은 외모의 대명사다. '비트'에서 오토바이를 타던 반항적인 정우성은 만화 속에서 나온 듯 했고,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서 때 아닌 웨스턴룩을 선보이던 그의 눈빛은 날카로웠다. 검게 태운 얼굴에 트레이닝복을 입은 동네 백수의 모습으로도 잘생김이 감춰지지 않으니 더 이상 말할 필요가 무엇이 있나.
'감시자들'의 제임스도 물론 매력적인 외모의 소유자지만 진정한 매력은 '섹시한 두뇌'다. 냉철한 판단력과 빠른 두뇌회전으로 감시반의 포위망을 피해가는 제임스, 그림자처럼 숨어 있는 인물이지만 그의 지적 존재감은 확실할 듯하다. 지적 섹시함이 얼마나 큰 무기인지 BBC 드라마 '셜록'이 이미 증명하지 않았던가.
정우성은 최근 제작보고회에서 '감시자들'의 500만 흥행을 기대한다며 "이렇게 간절하게 흥행을 원한 것은 처음"이라고 솔직히 말했다. 솔직한 말로 정우성은 명성에 비해 흥행까지 따라오는 배우는 아니었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 668만 명을 동원했지만 '중천'이 153만 명, '호우시절'이 29만 명, '데이지'가 102만 명을 모으는 데 그치는 등 대박영화는 많지 않았다. 한국 작품에 4년 만에 출연하는 그가 흥행에 욕심을 내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정우성은 평가를 부탁받은 '감시자들'의 시나리오를 읽고 단박에 제임스 역을 자처했다고 알려졌다. 그만큼 제임스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그도 이제 마흔이 됐다. 프로모션용 단편영화 '4랑'을 연출하며 감독으로 첫 발을 내딛기도 했다. 그에게 2013년은 이래저래 변화가 많은 시기다. '감시자들'이 그의 배우 인생에 터닝 포인트가 될지, 오는 7월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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