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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행 야간열차', 우연이 만든 고요한 파장

'리스본행 야간열차', 우연이 만든 고요한 파장

발행 :

안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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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없이 읽은 책 한권, 우연히 들은 노래 한 곡이 뒤통수를 때릴 때가 있다. 영화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우연히 떠난 여정이 한 남자의 무료한 삶에 던지는 질문과 답을 담았다.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파스칼 메르시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 섬세하고 철학적인 책의 내용을 '최선의 의도'로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빌 어거스트 감독이 스크린으로 옮겼다. 영국배우 제레미 아이언스와 잭 휴스턴, 크리스토퍼 리를 비롯해 프랑스 배우 멜라니 로랑, 독일배우 마르티나 게덱 등 유럽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이야기는 폭우가 쏟아지는 어느 날, 다리 위에서 시작된다. 고전문헌학 강의를 하는 중년 그레고리우스(제레미 아이언스)는 난간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한 여인을 구하지만 그녀는 붉은 색 코트와 작은 책 한 권, 그 안에 리스본 행 열차 티켓을 남긴 채 홀연히 사라진다. 무엇인가에 홀린 듯 리스본행 야간열차에 몸을 실은 그레고리우스는 책의 저자인 아마데우 프라두(잭 휴스턴)의 행적을 찾아 나서며 그의 과거를 기억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그레고리우스의 여정을 통해 영화는 관객들을 1970년대 혁명의 바람이 불던 포르투갈로 데려다놓는다. 아마데우와 연관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마다 생기는 그레고리우스의 궁금증이 바로 관객이 알고 싶어 하는 것이고, 한 사람 한사람을 만나며 그가 듣는 이야기가 바로 궁금증의 답이다.


아마데우의 이야기를 퍼즐 맞추듯 맞춰 나가는 그레고리우스 역의 제레미 아이언스는 어딘가에 있을 법 한 노신사의 이미지를 적절하게 보여준다. 화려하지 않은 옷과 어딘지 어수룩하고 대범하지 못한 행동이 보통의 사람을 대변하는 듯하다. 로맨스에는 젬병일 것 같은, 스스로 '지루하다'고 말하는 그가 우연히 만난 여인과 데이트에 쉴 새 없이 말을 늘어놓는 모습은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포르투갈의 카네이션 혁명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영화는 혁명을 비교적 고요하게 그렸다. 분노하는 민중과 잔혹한 독재의 온상을 직접적으로 그리기보다 비밀경찰 멘데스, 몇 명의 레지스탕스로 그들을 대변한다.


과거 이야기의 주인공인 아마데우 또한 대단히 영웅적인 면모를 지닌 남자는 아니다. 아마데우와 매력적인 여인 스테파니아, 학창시절부터 혁명까지 함께 한 절친 조지가 만드는 사랑과 우정, 배신의 이야기는 깊이있게 그려지지는 않는다. 그레고리우스처럼 누군가에게는 마음에 돌을 던질 수 있는 이야기지만 누군가에게는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지점이다.


이국적인 포르투갈의 풍광는 '리스본행 야간열차'의 백미다. 그레고리우스가 묵는 오래된 호텔, 그곳에서 만난 여인과 대화를 나누는 유람선, 경찰에 쫓기는 아마데우가 내달리는 골목길에서 자연스럽게 리스본의 아름다움이 묻어난다. 잔잔하게 깔리는 음악은 그것을 의식할 수 없도록 영화에 녹아든다. 5일 개봉. 111분. 15세 관람가.


안이슬 기자drunken0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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