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심한 춘궁기 속에서도 9000만 명 가까운 관객들이 극장을 찾은 가운데 여러 화제작과 히트작이 탄생했던 2016년 상반기의 영화계. 한국영화와 외화가 고루 히트한 올해, 스크린을 나간 뒤에도 관객들의 뇌리에 남았던 최고의 순간들을 간추려봤다. 이름하여 '뭣이 중헌디' 꼽아보는 상반기 영화계 최고의 ○○○!
◆최고의 대사
알 수 없는 뭔가에 홀린 딸은 아버지를 향해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헌지도 모르면서"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영화 '곡성'에서 2002년생 아역배우 김환희가 극중 아버지 곽도원을 향해 외친 대사다. 이는 초반 피식피식 웃으며 '곡성'을 지켜보던 관객들의 얼굴에 웃음이 싹 사라지게 하는 동시에 수많은 미끼를 깔아 놓은 '곡성'을 대표하는 명대사로 유행어 반열에까지 올랐다. "절대 현혹되지 마소", "그 놈은 미끼를 문 거여" 등 다른 대사들도 '곡성'의 680만 흥행과 함께 널리 회자됐다. 올해 상반기 극장가에는 이밖에 여러 명대사들이 관객의 마음을 쥐고 흔들었다.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는 지키고 죽을 수 있어 다행이다"는 '아가씨' 속 대사들은 아쉬운 차점자. "우리가 두려워 할 것은 두려움 뿐"(주토피아), "부끄러움을 아는 건 부끄러움이 아니네, 부끄러움을 모르는 게 부끄러움이지"(동주), "그래 내가 미친 년이다"(귀향) 등의 대사들 또한 관객의 마음 속에 깊이 남았다.

◆최고의 키스신
달콤한 사탕으로 시작된 영화 '아가씨' 속 두 여인 김민희와 김태리의 키스신은 올해 가장 숨죽이며 지켜봐야 했던 키스신 중 하나. "내가 다 지켜줄껴"라는 박력 넘치는 다짐과 함께 진행된 영화 '순정' 속 도경수와 김소현의 '우산키스' 또한 영화가 끝난 뒤에도 긴 여운을 선사했다. 강동원이 사기꾼에 바람둥이로 분한 '검사외전' 속 노골적인 키스신 또한 왠지 기억에 남는 키스신.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가장 의미심장했던 건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에서 선보인 캡틴 아메리카 스티브 로저스(크리스 에반스)와 샤론 카터(에밀리 반캠프)의 키스신. 그간 옛 연인을 잊지 못해, 혹은 '썸'만 타다 냉동인간 기간 포함 무려 70년을 솔로로 지내 온 우리의 캡틴 아메리카가 드디어 솔로탈출에 성공하는 순간.

◆최고의 신인
신인 여배우들의 시대다. 지난해 하반기 '검은 사제들'의 박소담이 있었다면 올해 상반기에는 '아가씨'의 김태리가 있었다. 무려 15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박찬욱 감독의 뮤즈로 발탁된 1990년생 신인배우는 1930년대 상속녀 아가씨를 등쳐먹으러 간 가짜 하녀의 모습으로 370만 넘는 관객들의 시선을 그대로 붙들었다. 신인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몰입과 연기였다. 김민희의 유리같은 아름다움에 대비되는 그녀의 당당하고 다부진 매력은 '아가씨'를 보는 포인트 중의 하나다. 김민희와 함께 선보인 동성 베드신은 한국 상업영화가 단 한 번도 시도하지 못했던 장면이자 올해 가장 많은 관객이 숨죽여 지켜본 장면이기도 할 것이다. 거침없이 성큼성큼 관객을 향해 걸어들어 온 그녀의 다음, 그 다음이 기대된다.

◆최고의 댄스
최고의 댄스이자 뜻밖의 폭소를 유발했던 장면. 바로 '검사외전'의 강동원 댄스. 억울하게 감옥에 갇힌 검사 황정민과 죽이 맞은 천하의 꽃미남 사기꾼 강동원은 올해 초 970만 관객을 불러모으며 여전한 흥행파워를 과시했다. 그의 변화무쌍한 끼부림이 내내 화제였지만 그 중에서도 널리 회자된 건 파란색 선거운동원 유니폼을 입고 추는 '붐바스틱' 댄스. 그간 수많은 영화에 출연하면서도 과묵한 경상도 출신 미남배우의 신비감을 유지했던 강동원이 다 내려놓고 선보인 댄스 퍼레이드에 입을 떡 벌렸던 이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최고의 눈물
뜻밖의 흥행작들이 탄생한 2016년 상반기. 하지만 '귀향'만한 놀라움은 없었다. 일제강점기 아무 것도 모르고 전장에 끌려가 일본군의 노리개로 유린당했던 어린 소녀들의 이야기를 스크린으로 옮긴 '귀향'은 개봉 일정마저 몇 번을 옮겨 가며 조마조마한 마음 속에 스크린에 걸렸던 영화다. 그러나 영화 속 참혹한 현실이 공분을 사고, 점점 더 회자되면서 올해 상반기 최고 반전의 히트작이 됐다. 동시에 가장 많은 관객이 눈물을 쏟으며 가슴아파 한 영화가 됐다. 지난 2월 24일 개봉했던 '귀향'이 지금껏 모은 관객 수는 총 358만 명. 2016년 상반기 한국영화와 외화를 통틀어 흥행작 톱 7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최고의 남남케미
해를 넘긴 '이터널 선샤인', 대만산 '나의 소녀시대' 등등 몇몇 소소한 흥행작을 제외하면 '남녀'케미보다 '여여'케미, '남남'케미로 확실히 무게 추가 옮겨 왔던 2016년의 영화계. 970만 관객을 모은 최고 흥행작 '검사외전'의 강동원-황정민, 혹은 강동원-박성웅을 비롯해 '곡성'의 황정민-쿠니무라 준, '셜록-유령신부'의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마틴 프리먼 등을 비롯해 '아가씨'의 김민희-김태리, '캐롤'의 케이트 블란쳇과 루니 마라, 그리고 서로를 위로했던 '귀향'의 소녀들 등. 그러나 최고의 남남 케미라면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이 캡틴 아메리카와 윈터솔저(크리스천 스탠)가 아닐까. 슈퍼영웅의 자율성이란 대의가 있긴 했지만, 평생의 친구이자 영혼의 단짝 버키를 위해 모든 걸 내던진 캡틴 아메리카는 올해의 순정남 그 자체였다.

◆최고의 허무
기대감에 못 미치는 영화를 만나는 게 그리 드문 일은 아니지만, 이건 좀 심했다. '배트맨 대 슈퍼맨:저스티스의 시작'. DC코믹스의 두 슈퍼 영웅, 히어로계 양대산맥이 맞대결을 벌인다는 콘셉트 만으로 수년 동안 팬들을 들뜨게 했던 화제의 영화. 잭 스나이더 감독이 연출을 맡아 7년의 방황 끝에 영화로 완성된 2016년의 최고 기대작 중 하나. 그러나 뚜껑을 열어 확인한 배트맨과 슈퍼맨의 대결은 허무 그 자체였다. 특히 서로를 죽이겠다는 듯 싸웠던 두 영웅이 고작 엄마 이름 아래 대동단결하는 허무한 결말이 지켜보던 팬들을 맥빠지게 했다. 위대한 복서 대 당대의 프로레슬러가 벌였던 이종격투가 누워서 발길질 대 말싸움으로 끝난 1976년 무하마드 알리 대 안토니오 이노끼의 허망한 빅매치가 떠오른다.
◆최고의 낚시
배트맨과 슈퍼맨이 사상 최초로 맞붙는다고도 했고, 어벤져스의 영웅들이 자기들끼리 싸운다고도 했고, 디카프리오가 드디어 남우주연상을 탄다고도 했고, TV판 드라마를 스크린으로 최초 공개한다며 관객을 불러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최고의 낚시는 등장부터 낚시질을 했던 영화 '곡성'의 외지인. 외지인 쿠니무라 준의 정체를 두고 사람이다 아니다로 시작해 촉발된 '곡성'의 해석 논쟁은 가까스로 15세관람가를 받아낸 이 무시무시한 영화가 600만 관객을 훌쩍 넘겨 장기 흥행하는 데 큰 원동력이 됐다. "그 놈은 낚시를 하는거여~ 뭐가 걸릴 지는 지도 몰랐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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