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Starnews

[★날선무비]'더킹' 엔딩, 어떠셨습니까?(스포있음)

[★날선무비]'더킹' 엔딩, 어떠셨습니까?(스포있음)

발행 :

김현록 기자
사진=영화 '더 킹' 스틸컷
사진=영화 '더 킹' 스틸컷


아래 기사에는 영화 '더 킹'의 결말에 대한 다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 '더 킹'(감독 한재림)은 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1980년대 학창시절을 보냈으며 1990년대 대학생으로서 고시에 패스하고 검사로 2000년대를 살아 온 영욕의 시간이 한국의 현대 정치사와 함께 그려집니다. 묵직한 주제와 상황을 담으면서도 능청스럽고 리드미컬합니다.


남자는 왕이 되고 싶었습니다. 싸움질이나 하며 지내던 고교 시절, 젊은 검사 앞에서 쩔쩔매는 아버지를 보고 저거구나 싶었습니다. 죽어라 공부했고 결국 검사가 됐습니다. 그 중에서도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하는, 잘 나가는 실세검사의 곁에 찰싹 붙었습니다. 달콤함에 저도 취해 한껏 흥청거렸습니다. 그러다 처절히 짓밟혔습니다. 남자는 실세의 곁에서 배웠던 가장 중요한 이치를 떠올립니다. 당한 만큼 갚아줘야 한다는 게 정치의 메카니즘이랍니다.


버림받은 정치검사가 나선 복수의 무대는 다름아닌 정치입니다. 2번 번호표를 단 야심찬 도전자로서 개표 결과를 기다리는 긴장의 순간. 남자는 잠시 시간을 멈추고 관객을 향해 마지막으로 말합니다. 당신의 선택에 세상이 달라질 수 있다고요. 당신이 세상의 왕이라고요.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2시간 넘게 지켜본 남자의 20여 년은 그 역시 '그 나물에 그 밥'에 불과하다는 걸 여지없이 보여줬습니다. 지난 과오는 가려진 채 별 것 아니었던 편린들로 그럴싸하게 포장됐다는 것도요. 남자가 정치판에 뛰어들어 내뱉은 말조차 영화가 담은 그의 삶과는 안 맞는 것들뿐입니다. 여길 찍으나 저길 찍으나 다를 게 없는데, 뭐가 바뀐다는 걸까요. 스스로가 대안이라는 듯 자신만만한 남자가 갑자기 낯설어졌습니다.


선거로 당선된 국민의 대표자에게 철저히 기만당했다는 분노와 열패감이 가득한 요즘입니다. '더 킹'이 담은 이야기, 그 속의 실존 인물들은 자연스럽게 지금의 시국을 떠오르게 합니다. 그 와중에 '마당놀이' 같은 풍자극을 너무 암담하게 마무리하기 싫었던 마음도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 하지만 몇 초만 더 빨리 끝났으면 어땠을까요. '더 킹'의 끝에서 저는 희망이 아니라 또 다른 최면이 보였습니다. 어쩌면 선관위 홍보문구 같은 희망 따위 기대치 말라는 암담한 반어법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추천 기사

    연예-영화의 인기 급상승 뉴스

    연예-영화의 최신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