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보다 할배'를 통해 '구야형'으로 대중에게 온화한 매력으로 다가섰던 배우 신구. 그의 무서움을 맛보고 싶다면 영화 '해빙'이 제격이 아닐까 싶다.
신구는 오는 3월 1일 개봉할 영화 '해빙'(감독 이수연)으로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해빙'은 얼었던 한강이 녹고 시체가 떠오르자 수면 아래 있었던 비밀과 맞닥뜨린 한 남자를 둘러싼 심리스릴러다. 조진웅, 신구, 김대명 외에 이청아, 윤세아 등이 출연했다.
신구는 극중 평생 하던 정육점을 아들 성근(김대명 분)에게 물려 준 정노인 역을 맡았다. 정노인은 승훈(조진웅 분)에게 수면내시경을 받던 중 가수면 상태에서 살인 사건과 관련해 언급한다. 이로 인해서 승훈을 살인사건의 악몽에 빠져들게 만든다.

'해빙'에서 신구의 역할은 중요하다. 멍한 눈빛을 하고 있지만 그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때로 의심을 들게 한다. 치매 노인이라고 하기에는 툭툭 내던지는 의미 심장한 말들은 종종 섬뜩하다.
신구가 영화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그간 이미지와 정반대의 모습이다. '꽃보다 할배' 뿐만 아니라 최근 종영한 KBS 2TV 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서 인자하고 정 많은, 때로 장난기 있는 모습으로 이웃집 할아버지 같은 모습이었던 구야형 신구다.
이런 모습이 영화에서는 익숙함에 대한 허를 찌르는 매력으로 다가온다. 117분 러닝타임에서 신구의 분량은 많지 않음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신구의 역할은 주인공 승훈이 악몽에 시달리게 도화선이 되는 것 뿐이다. 대놓고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극 전개상 잊을만 하면 멍한 눈빛에 굼뜬 모습으로 등장해 승훈의 머릿속을 어지럽게 만든다. 그러면서 '혹시?', '설마?'라는 의심을 끊임없이 하게 만든다. 대놓고 보여주는 것이 아닌, 의심과 상상을 하게 하는 만큼 그가 소화한 정노인의 정체에 대한 궁금증은 무서움으로 다가온다.
넉살 좋은, 인자하고 성격 좋은 할배로 본 신구의 색다른 매력을 느껴보고 싶은 관객들이 있다면 '해빙'이 아닐까 싶다. 해맑게 웃는 신구에게 무서움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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