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가 뜨거운 감자다. '옥자'를 둘러싼 논쟁이 넷플릭스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옥자' 외에 넷플릭스가 자랑하는 오리지널 드라마들을 소개한다.
'나르코스'는 2015년에 넷플릭스에서 공개돼 시즌2까지 소개된 드라마다. '기묘한 이야기'와 같이 지난해 넷플릭스 드라마 중 가장 많이 몰아본 드라마로 꼽힌다. '기묘한 이야기'가 여성들에 호응이 높았다면 '나르코스'는 남성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나르코스'는 1980년대 콜롬비아의 전설적인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와 그의 왕국 메데인 카르텔, 그리고 그를 뒤쫓는 미국 마약단속국의 이야기를 그린다. 실화가 아니었다면 거짓말도 적당히 하라고 할 정도로 엄청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나르코스는 스페인어로 마약중계상을 뜻한다. 콜롬비아는 한때 마약의 온상지로 여겨졌다. 1980년대 콜롬비아에서 만들어진 마약이 미국에 엄청나게 퍼지면서 당시 레이건 정권이 콜롬비아 마약상을 퇴치하려 애를 쓰기도 했다. '나르코스'는 그 시절을 배경으로 콜롬비아에서 마약왕이라 불렸던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일대기를 다룬다. 당시 파블로 에스코바르는 마약으로 돈을 벌어 자택에 사설군대, 비행장, 동물원까지 갖췄다. 추정 자산이 33조가 넘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전성기 때는 하루에 600억원 정도를 벌어서 세계 최고 갑부로 꼽히기도 했다.
마약으로 돈을 너무 많이 벌었는데 은행에 넣어둘 수는 없어서 땅에 파묻기까지 했다. 그러다가 그 돈이 썩으니깐 아예 자신의 본거지라고 할 수 있는 메데인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그냥 나눠줬다. 병원도 지어지고 집도 무료로 제공했다. 그러다 보니 메데인 사람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얻어서 마약상인데도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그 정도에 그치지 않고 아예 콜롬비아 대통령까지 출마하기 위해 유력 대선후보가 탄 비행기를 폭파시키는 테러도 불사했다.
이후 파블로 에스코바르는 미국과 콜롬비아 당국의 반격을 받아 감옥에 수감 된다. 하지만 거래를 통해 감옥에 가는 대신 아예 그 감옥을 자기가 만들어 사설 왕국으로 만든다. 감옥에서 마약 조직을 운영하다가 탈옥을 한 뒤에는 콜롬비아 유력 인사들 자녀들을 납치하고 테러를 사주하면서 영향력을 계속 행사한다. 결국 그는 미국과 콜롬비아 경찰의 끈질긴 추격으로 살해당한다.
'나르코스'는 이 전설적인 인물인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이야기를 시즌1과 시즌2에 격렬하게 녹여냈다.

눈에 띄는 건, '나르코스' 주인공은 분명 파블로 에스코바르지만 이야기를 이끄는 화자는 미국 마약수사국 요원이다. 보통 이런 방식은 등장인물을 소개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갈 때 많이 쓴다. 영화 '친구'나 '비열한 거리'와 마찬가지. 이런 방식은 주인공이 너무 극악한 사람이라 관객이나 시청자가 감정을 이입할 수 없을 때 주로 쓴다. 주인공과 거리를 두면서도 이야기 자체에 빠져들도록 하는 방식이다.
한편으로는 화자가 극악한 주인공과 대립하면서 정의를 추구하도록 해 이야기로 끌고 들어간다. '나르코스'에선 화자인 미국 마약수사국 요원이 파블로 에스코바르가 저지르는 각종 범죄에 절망하고, 또 당시 뇌물과 비리가 횡횡했던 콜롬비아에 좌절하고, 그러면서 악을 쫓다가 스스로 악이 돼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 방식으로 '나르코스'가 실화라는 걸 더욱 인식시킨다.
'나르코스' 시즌1은 파블로 에스코바르가 어떻게 마약왕이 되고 어떻게 마약왕국을 건설하고 얼마나 권력을 휘둘렀는가를 보여준다. 시즌2는 그랬던 그가 어떻게 몰락하는지를 소개한다. 신화 같은 인물을 그리다 보니 다분히 신화 같은 서사로 구성됐다.
주인공의 성장과 왕국의 형성, 그리고 몰락. 마치 셰익스피어 비극을 보는 것 같다. 단순히 파블로 에스코바르라는 마약왕 이야기만 하는 것도 아니다. 그를 견제하는 콜롬비아의 또 다른 마약 카르텔, 그리고 파블로를 증오하는 경찰들, 미국 연방수사국 요원들의 지옥도를 같이 담아낸다. 마약 범죄자를 쫓는 경찰도 범죄자나 다를 바 없게 묘사된다. 가족과 동료가 마약 범죄로 살해당한 사람들로 구성된 특수 경찰은 마약 중계상을 그냥 쏴 죽인다. 제대로 정보를 주지 않으면 헬리콥터에서 떨어뜨리는 장면까지 나온다. 당시 중남미의 혼탁한 정치상에서 실제 일어났던 일들이다. 즉 '나르코스'는 여러 모순들이 한데 어우러져 스스로 악이 된 사람과 악을 쫓다가 악이 된 사람들의 이야기다.
흔히 콜롬비아 미술을 마법 같다고 한다. '나르코스'에서도 콜롬비아 미술이 왜 마법 같은지는 콜롬비아 현실을 보면 알 수 있단 대사가 나온다. 현실에서 상상도 못할 일들이 벌어졌던 탓이다. '나르코스'에선 마약왕인 파블로 에스코바르가 적의 적은 동지라며 사회주의 게릴라를 끌어들여 정부와 맞서는 대목도 나온다.
'나르코스'에는 식민지를 겪고, 독립한 뒤 좌우가 극하게 대립했으며, 부패가 심했고, 빈부 격차가 엄청났던 중남미의 현실이 고스란히 담겼다. 1980년대가 냉전이 극에 달했던 시대인데다 중남미가 미국의 영향에서 벗어나려 했던 시기기도 했기에 더욱 혼란이 컸다.

'나르코스'가 흥미로운 건 미국 드라마지만 영어와 스페인어로 구성됐다는 점이다. 대사의 상당수가 스페인어다. 이는 넷플릭스의 전략이다. 미국의 스페인어 사용자 뿐 아니라 중남미 시장을 겨냥한 포석이었다.
주인공 파블로 에스코바르 역을 맡은 와그너 모라는 브라질 배우다. 브라질은 남미에서 유일하게 포르투갈어를 쓴다. 때문에 와그너 모라는 '나르코스'를 하기 위해 스페인어 공부를 엄청나게 했다고 알려졌다. 덕분에 와그너 모라가 '나르코스'를 하면서 브라질에서 넷플릭스 가입자가 치솟았다.
넷플릭스에서 봉준호 감독의 '옥자'를 만들고, 한국에서 극장과 넷플릭스를 통해 동시에 공개하는 것도 비슷한 전략이다.
'나르코스'는 파블로 에스코바르가 시즌2 마지막에 죽으면서 마무리됐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에 어쩔 수 없는 결론이다. 그럼에도 넷플릭스는 '나르코스'가 워낙 성공을 거뒀기에 시즌3와 시즌4까지 내놓겠다고 밝혔다. 파블로 에스코바르는 사라졌지만 다른 마약 카르텔과의 싸움을 그릴 예정이다.
물론 '나르코스'가 워낙 파블로 에스코바르 카리스마로 장악된 드라마인지라 시즌3부터 "앙꼬 없는 찐빵"이 될 확률도 높다. 그럼에도 '나르코스' 팬들은 시즌3를 손꼽아 기다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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