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봉 전부터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게 된 다큐멘터리 영화 '공범자들'이 무사히 관객을 만날 수 있을까.
9일 오후 서울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영화 '공범자들'(감독 최승호) 언론배급시사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최승호 PD, 김민식 PD, 김연국 기자, 성재호 기자, 박혜진 아나운서가 참석했다.
'공범자들'은 KBS, MBC 등 공영방송을 망친 주범들과 그들과 손잡은 공범자들이 지난 10년간 어떻게 우리를 속였는지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다. 영화는 지난 10년간 공영방송이 어떻게 점령됐고, 권력에 저항한 내부 구성원들이 어떻게 반격했는지, 그리고 패배한 뒤 어떻게 됐는지 상세하게 추적했다. 지난해 '자백'을 연출한 최승호 감독 작품이다.
최승호 감독은 "9년간 언론이 어떻게 된 건지 보여주는 영화다. 지난해 '자백'을 개봉할 때만 해도 이 영화를 이렇게 만들게 될지 몰랐다. 영화 개봉 후 태블릿 PC가 발견됐고, 정권도 바뀌었다"라고 말했다.

영화의 감독이자 주연배우인 최승호 PD는 이명박 대통령을 직접 만나 "본인이 언론을 망친 주범인 것을 아시냐?", "4대강 수심 6m는 본인이 직접 지시한 일인가?"라며 강도 높은 질문을 쏟아낸다. 최 감독은 "제가 뉴스타파 기자라서 그런 질문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뉴스타파가 국민의 후원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바라볼 것은 국민 밖에 없다. 만약 내가 아직도 MBC에 있고 'PD수첩'의 PD였다면 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거대한 공영방송의 부속품이었을 때는 조직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조심했겠지만, 지금은 시민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취재해야 한다"라고 털어놨다.
영화는 2008년 8월 8일 정연주 KBS 사장 해임을 반대하는 PD, 기자들과 사복 경찰들의 대립부터 최근까지 있었던 정부의 언론탄압과 공영방송의 붕괴 등을 보여준다. MBC에서 해고된 최승호 PD는 10년간의 사실적 기록을 영화에 담아 정부의 나팔수 역할을 해왔던 공영 방송의 실태를 고발하고 있다.

김연국 MBC 기자는 "제가 1997년 김대중 대통령 정부 때 기자 생활을 시작했다.기자 생활을 하며 10년 동안은 사실 언론자유를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러다가 2008년부터 절실히 언론자유의 필요성을 느꼈다"라며 "언론의 자유는 정말 공기 같은 것이다. (자유가)있을 때는 몰랐는데 없으니까 처절하게 사수 해야 하는 것이라는 것을 느꼈다. 1987년 공영방송 체제를 뛰어넘는 정치적 중립과 자율성에을 지키기 위해 이에 대해 토론해야 한다. 이영화가 진상을 밝히는 기록물이 될 것이라고 기대 한다"라고 전했다.

MBC를 퇴사한 박혜진 아나운서는 "저도 영화를 재밌게 봤는데, MBC 파업을 함께 했던 내부자였고, 현장에 있던 구성원이라서 웃음의 끝이 아팠다"라며 "힘든 시간을 지나오면서 굉장히 무기력함을 느꼈고. 아나운서로서 방송을 부정당하는 시간을 겪으면서 힘들었다. 자의로 퇴사해서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 힘든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탈출한 것일지도 모르겠다"라고 털어놨다.
또 박 아나운서는 "공영방송이 제 목소리 내지 못하고 선후배 동료들의 아픔을 보고 있다. 기자는 기자, PD는 PD, 아나운서는 아나운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분노했고 마음이 아팠다. 제가 MBC를 나와있지만,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다면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늘 있다. 이번 시사회도 진행자의 요청이 와서 함께 하겠다고 말씀 드렸다"라고 설명했다.
김연국 기자는 "아나운서국 50여명의 아나운서 중 11명이 다른 부서로 갔다"라며 "박혜진 아나운서를 비롯해 12명의 아나운서가 그 상황을 견디지 못해고 방송국을 떠났다"라고 덧붙였다.
2012년 MBC 총파업 때 당시 노조부위원장이었고, 최근에는 "김장겸 사장은 물러나라"라고 외쳐 대기 발령을 받은 김민식 PD는 이날 기자간담회 도중 "저도 공범자들 중 한 명일지 모른다"라며 오열했다.
김 PD는 "2012년 MBC 총파업 당시, 저는 온건파였고 회군파였다. '무한도전'을 6개월 결방하며 방송을 시청자들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라며 "당시 이용마(전 노조홍보국장) 기자는 끝까지 싸워야 된다고, 이대로 지고 올라가면 우리가 당한다고 했지만, 저는 방송을 지켜야 된다고 했다. 그러던 어느날 이용마 기자가 아프다고, 암에 걸렸다고 전화가 왔다. 이용마 기자는 파업 후 5년 간, 파업 참여 인원들이 어떻게 피해를 입고 당하는지 봐 왔다. 그런데 저는 잘 살았다. 드라마 현장에 나가 촬영을 했다"라며 눈물을 쏟아냈다.

이처럼 많은 언론인들의 눈물과 피땀으로 만들어진 영화 '공범자들'은 오는 17일로 개봉일을 잡았지만, 개봉이 가능할지 불투명하다. 최승호 감독은 "영화의 주연급 배우이자 비판대상인 김장겸 현 MBC 사장을 비롯해, 김재철 안광한 전 MBC 사장, 백종문 부사장, 박상후 시사제작 부국장 등 5명이 법원에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라며 "내용이 자신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초상권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11일 오후 3시,서울 중앙지법에서 이 문제 관련 된 재판이 열린다. 저희가 기대하기로는 11일 당일 가처분에 대한 확실한 결정 나길 기대한다. 그 결정은 물론 당연히 기각 돼야 할 것이다. 겸허한 마음으로 그 결정을 기다릴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최승호 PD는 "저희가 제시한 것은 이미 여러 차례 알려지고 회자된 증거들이다"라며 "영화에서 특별히 과거에 없었던 내용을 주장하거나 내세우는 것 없다. 지난 10년간 모든 국민들이 아는 그런 모습이 담겨 있다"라며 "법원의 결정을 겸허하게 기다리겠다"라고 전했다.
끝으로 최 감독은 "지난해 '자백' 150개 정도 스크린을 잡았는데, '공범자들'은 '자백'보다 많은 스크린 확보할 것 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배급사 관계자는 "영화가 자백보다 10배 이상 재밌다. 이 열기를 이어가는 방향으로 간다면, '혹성탈출'과 '청년경찰'에 이어 3위 정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스크린은 200개 정도 될 것 같다"라고 답했다. 최 감독은 "200개 정도면 독과점 아니죠?"라며 "재밌다고 많이 응원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공범자들'은 오는 17일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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