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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공포스릴러의 위기? '장산범'이 있다

韓공포스릴러의 위기? '장산범'이 있다

발행 :

김현록 기자
사진='장산범' 스틸컷
사진='장산범' 스틸컷


영화 '장산범'(감독 허정·제작 스튜디오 드림캡처)이 여름 극장가에서 조용한 흥행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7일 개봉한 이 작고 강한 한국 공포스릴러는 100만 관객 돌파를 향해 가는 중. 최근 개봉했던 '혼숨' '시간위의 집' 등이 부진한 성적을 거둔 터라 '장산범'의 선전이 더욱 돋보인다.


'장산범'은 아들이 실종되는 아픔을 겪은 뒤 도시를 떠나 외딴 동네로 이사 온 한 가족이 겁을 먹고 혼자 숲 속에 있던 여자아이를 집으로 데려오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소리를 흉내 내 사람을 홀린다는 장산범 괴담을 모티프 삼아 들여서는 안될 것을 집에 들인 가족의 이야기를 버무렸다. 그렇게 '장산범'은 공포물 특유의 긴장감, 서늘하고도 안타까운 정서가 녹아있는 작품으로 탄생했다. 데뷔작 '숨바꼭질'로 500만 관객을 모은 허정 감독의 연출에 '장화, 홍련' 이후 독보적인 스릴러퀸의 존재감을 드러낸 염정아의 호연, 아역배우 신린아의 몰입감 있는 연기도 어우러졌다.


무엇보다 돋보이는 건 네티즌 사이에서 회자되던 장산범 괴담을 영리하게 차용했다는 것. 영화 '장산범'은 흰 털을 휘날리는 괴수, 온갖 소리를 모사하는 능력 등 조금씩 다른 버전으로 퍼져 있던 괴담에서 '소리를 흉내 내 인간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든다'는 점을 끄집어 냈다. 낯선 얼굴로 엄마의 목소리를 내는 이 무시무시한 존재는 그리하여 보는 것보다 듣는 것이 무서운, 상상하는 것이 더 끔찍한 공포영화가 탄생했다. 관객을 겁에 질리게 하는 데 그치지 않는 슬픈 정서도 짙게 깔렸다.


사진='장산범' 스틸컷
사진='장산범' 스틸컷


그간 '한국 공포물의 위기'란 말이 심심찮게 회자됐다. '여고괴담' 시리즈를 비롯한 학원 공포물, '장화,홍련', '알포인트', '시실리2km', '폰'등 개성 강한 공포물들이 속속 쏟아지며 평단은 물론 관객에게도 주목받았던 1990년대와 2000년대 이후 한국 공포영화, 공포 스릴러의 힘이 눈에 띄게 약해진 것은 사실이다. 공포물이 '흥행을 담보할 수 없는 모험', '돈 안 되는 장르'로 취급받으면서 한국영화의 변방으로 밀려난 것도 사실이다. 그 틈새를 '컨저링', '에나벨' 시리즈 등 할리우드 공포물이 파고들어 더욱 입지가 좁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새로운 분위기도 읽힌다. 전통적인 공포영화와는 궤를 달리한 작품들이 여전히 그 명맥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유일한 1000만 흥행작 '부산행'은 좀비라는 공포영화의 단골 소재를 핵심 테마로 앞세운 재난물이었다. 무시무시한 기운으로 가득했던 '곡성' 또한 687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했다. 2015년에는 엑소시즘을 전면에 내세운 '검은 사제들'이 544만 관객과 만났다. 올해에는 공포스릴러를 전면에 내세운 '장산범'이 여름 대작의 사이에서 의미있는 성적을 거두고 있는 셈이다.


2013년 남의 집에 몰래 숨어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도시 괴담에서 모티프를 딴 '숨바꼭질'로 강렬하게 데뷔했던 '장산범' 허정 감독은 "호러영화 공포영화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을 뿐 그같은 색채의 영화들은 계속 잘 만들어져 왔다"고 말했다. 그는 "장르의 위기를 따로 실감하지는 않았다"면서 "'숨바꼭질'도 호러라고 하면 호러일 것이다. 그런 느낌의 영화들은 계속 만들어진다"고 덧붙였다.

사진='장산범' 스틸컷
사진='장산범'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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