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소문 속에 꾸준히 롱런 중인 스릴러 영화 '사라진 밤'(감독 이창희)에는 영화를 봐야만 알아볼 수 있는 신예 여배우가 있다. 이번 작품으로 장편 상업영화에 처음 도전한 배우 한지안(27)이다. 그는 극 중 김강우가 맡은 주인공 진한의 내연녀인 혜진 역을 맡았다. 자신을 지배하려고 하는 아내 설희(김희애 분)에게 남몰래 진저리를 치던 진한이 위로와 안식을 얻는 상대다. 하지만 그녀에게도 진한이 절대 짐작하지 못한 비밀과 음모가 있다.
영화가 막바지에 이르면 진한처럼 경계심을 풀어버린 채 그녀를 바라보던 관객은 예상 못한 반전에 직면하게 된다. 동시에 김상경 김강우 김희애 등 쟁쟁한 선배들과 함께 한 작품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제 몫을 해낸 한지안이라는 신예에게도 주목하게 된다. 한지안은 영화가 잘 된 것도, 이 작품으로 자신을 알리게 된 것도 기쁘다며 환하게 웃었다.
"워낙 오래 하시고 잘 하시는 선배님들인데 제가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엄청나게 부담을 가지고 있었어요. 영화가 흥행해 정말 감사드려요. 마침 영화가 100만 관객을 넘겼던 날이 제 생일이었어요. 내심 바랐거든요. 생애 처음 주역으로 영화를 하는데 그런 행운까지 있을 줄이야. 그날도 무대 인사를 하고 있었는데 100만 명을 넘겼다고 하시더라고요. 막 소리를 질렀어요. 너무 감사한 생일을 보냈어요."

2014년 영화 '설계'로 데뷔한 이래 '사라진 밤'은 한지안에게 처음 다가온 큰 기회였다. 오디션 대본을 보면서 혜진의 전사(前史)를 모두 써내려갈 만큼 열심히 준비했다. 너무 욕심이 났지만 그럴수록 오디션을 못 보는 것 같아 마음을 비우려 애썼다. 까마득한 소속사 선배 김상경이 주연을 맡아 되려 부담이 컸단다. 결국 3차에 이르는 오디션을 모두 통과하고서야 배역을 따내 지금에 왔다. 처음부터 남달랐던 영화 속 혜진에게 푹 녹아들려 했다고. 김희애의 설희에 대립각을 세우기보다는 의식하지 않고 대학생다운 모습으로 혜진을 만들어갔단다.
"혜진은 다친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캐릭터죠. 반전을 생각하고 연기하면 오히려 티가 날 것 같아서 진짜 사랑하는 것처럼 연기를 했어요. 20대 친구들의 솔직하고 엉뚱한 면모가 완벽한 여자 설희와는 다른 매력으로 다가간 것 같아요. 어떤 관객분이 영화 속 네 인물이 다 안타깝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단순히 젊은 여자에게 빠진 이야기였다면 지금과는 다른 느낌이었을 것 같아요."
불륜 상대로 등장하는 김강우와의 호흡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아내를 살해하고 완전범죄를 꿈꾸다 덜미가 잡힌 남편으로 분한 김강우는 촬영 내내 날을 세웠지만 한지안과 함께할 때만은 보다 편하게 소통했다. 한지안 역시 김강우의 리드에 따라 극중 캐릭터에 녹아들려 애썼다.
"김강우 선배는 국민형부시잖아요. 키스신도 진하고, 그러면 안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그건 한지안의 생각인 것이고, 혜진으로서는 그러면 안되잖아요. 이 분은 김강우 선배가 아니라 진한 선생님이고, 자는 저 분을 사랑하는 혜진이라고 생각하니 좀 더 수월했던 것 같아요."

1991년생인 한지안의 본명은 김희진. 초창기엔 본명으로도 활동했지만,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도 흔하디 흔하다는 대사가 나왔던 그 이름보다는 좀 더 기억에 남는 이름이고 싶어 중성적인 느낌이 물씬 나는 한지안이란 예명을 쓰게 됐단다.
그는 학창시절 댄스 스포츠를 한창 배우던 중 우연히 본 연극의 매력에 이끌려 연기자가 됐다. 무대에 올라 연기하는 자체가 너무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이 부러워 동국대 연극과에 진학한 것이 시작이었다. "내가 스타가 되겠다는 허황된 꿈을 꾸는 건가, 스스로에게도 여러 번 물었지만 정말 연기가 하고 싶었다"는 한지안은 "오디션과 늘 함께하는 삶이라 낙담도 많이 했지만, 조바심을 내기 보다는 열심히 더 나은 연기자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다음을 준비한다"고 환하게 웃었다.
"액션도 하고 싶고 사극도 하고 싶고 악녀도 하고 싶어요. 태권도와 검도도 계속 했고요, 주짓수도 배우려고 해요. 여자 배우니까 이런 건 안 하겠지, 하는 편견 없이 봐 주시면 좋겠어요. 무엇이든 할 수 있고 가능한 많은 기회를 통해 다양한 캐릭터를 선보이고 싶다는 마음이에요. 스크린에서 만났을 때, 영화를 보려 들인 수고가 아깝지 않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더 열심히 준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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