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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LL인터뷰]새롭고 낯선, 한효주를 찾아서

[★FULL인터뷰]새롭고 낯선, 한효주를 찾아서

발행 :

김현록 기자

영화 '인랑'의 한효주 인터뷰

영화 '인랑'의 한효주 /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영화 '인랑'의 한효주 /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영화 '인랑'을 하나의 키워드로 설명하라면 '새로움'이 아닐까. 조직과 개인 사이에서 인간과 늑대의 경계에 선 남자의 이야기를 그려낸 '인랑'은 정교하고도 강렬한 비주얼 속에서 선과 악, 피와 아의 오묘한 경계를 오간다. 200억 가까운 예산을 들인 여름 시장의 한국영화 블록버스터로선 더욱 낯설고 어려운 시도다.


여주인공 이윤희 역을 맡은 한효주(31)에게도 '인랑'은 그랬다. 새롭고 낯선 얼굴을 꺼내보이고 싶었고, 김지운 감독이라면 그 얼굴을 꺼내줄 수 있으리라 믿고 기대하며 뛰어든 작품이었다. 그가 맡은 이윤희는 뿌옇고 음습한 미래, 살아남기 위해 뛰어든 지하 테러조직에 휩쓸린 비극의 인물이지만, 그 조직을 소탕하는 특수부대원에게 본능적인 이끌림 느끼는 인물이기도 했다. 이윤희의 혼란스러운 마음처럼 한효주 역시 겹겹의 가면을 쓴 인물을 수많은 질문 속에 연기를 펼쳤다.


"누가 봐도 예상 가능한 연기를 하는 대신 틀을 깨고 나오는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었다"는 한효주. 마음이 아플 만큼 작품 속 이윤희를 연민하며 푹 빠져 연기했다는 그녀의 얼굴은 붉은 눈을 번득이는 강화복 만큼이나 인상적인 이미지로 남는다. '인랑'을 마치고서 한창 스스로를 찾아가는 과정에 들어섰다는 그녀가 앞으로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 앞에 설지 더 궁금해진다.


-'인랑'은 새롭고도 낯설다. 영화를 본 느낌은 어땠나.


▶제 모습을 늘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한다. 나보다는 그 캐릭터를 보려고 한다. 이번 '인랑'도 그렇게 보려고 했다. 그전 영화를 볼 때보다 스스로 새롭고 낯설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 그것이 제가 이 영화를 선택하며 배우로서 기대한 부분이기도 하다. 제가 가지고 있던 얼굴보다 뭔가 새로운 얼굴을 감독님이 꺼내주셨으면 좋겠다, 감독님이라면 꺼내주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얼굴이 보여서 낯설기도 하고 기분 좋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더라. 아무래도 익숙한 것보다는 새로운 것이 보일 때 두렵지 않나.


-어떤 새로운 얼굴을 원했나.


▶감독님께서 저를 두고 '안정적으로 연기하는 배우'라고 인터뷰하신 걸 봤다. 안정적이라는 게 좋으면서도 좋지 않기도 하다. 안정적인 가운데서도 틀을 깬다고 할까, 누가 봐도 예상 가능한 연기를 하는 대신 틀을 깨고 나오는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었다. 그것이 쉽지는 않았다. 임중경과 '나는 떠날 곳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신을 찍을 때도 머리 속으로 시뮬레이션 하며 이런 리듬으로 해야지 했던 것이 현장에서 와장창, 모든 게 깨지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생각했던 대로가 아니라 즉흥적이고 순간적인 느낌으로 제 생각을 틀어버리는 디렉션도 있었다. 저 스스로 깨려고 노력했고 그 얼굴들이 낯설더라.


영화 '인랑'의 한효주 /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영화 '인랑'의 한효주 /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복합적인 캐릭터다. 연기하는 것도 까다로웠을 것이다.


▶이윤희라는 캐릭터를 많은 분들이 어떻게 보실까 궁금하다. 모쪼록 공감이 가는 캐릭터였으면 좋겠다는 게 저의 바람이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부터 고민한 부분이 관객들이 이윤희라는 인물을 따라와 주실까 하는 거였다. 처음부터 솔직하게 드러내 보일 수 있는 역할이 아니라 가면을 쓰고 있다. 가면을 써야 할 때도 있고 '저것이 진심인가', '보여주기 위한 것인가' 할 때도 있고 헷갈리기도 한다. 감독님에게도 '이건 진심인가요' 하고 물어보기도 했다. 그걸 연기하는 저도 굉장히 흔들렸다.


-강동원을 속인다고 생각하고 연기했나, 사랑한다고 생각하고 연기했나.


▶처음엔 분명 속이려고 갔을 것이다. 내가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해야겠다는 마음으로 갔다가 첫눈에 반한다. 설정도 연출도 첫눈에 반하는 느낌으로 돼 있다. 본인의 의지가 아니라 본능적인 것이니까 첫 만남부터 흔들렸을 것이다. '본능적인 이끌림' 그 감정이 키워드라고 생각했다. 그런 것들로 임중경은 임중경 대로 인간적 갈등을 하게 되고, 집단에 있다가 개인으로 가게 되고, 이윤희라는 캐릭터도 임중경이란 사람으로 인해 감정이 흔들리게 된다. 저는 이윤희의 진심이 분명히 있었고 생각한다. 진심을 말하는 신이 분명히 있었다. '나랑 같이 떠나자'하는 그것이 이윤희의 유일한 진심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마음이 아프다. 임중경의 반응이 원망스럽기도 하고. 그래서 스스로 이 캐릭터에 연민에 빠졌던 것 같다.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스스로는 한발 빠져나와 좀 더 냉정하게 연기하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원작은 봤나. 원작과 영화 속 인물의 차이가 있다면.


▶기획이 오래되지 않았나. 감독님이 연출하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 번 봤고, 영화를 찍으면서도 애니메이션을 교과서처럼 꺼내보기도 했다. 이윤희라는 인물의 감정이 안 풀리고 고민이 될 때 돌려보면서 원작 속 캐릭터는 이랬구나 하며 참고할 수 있는 건 참고하고, 대입할 수 있는 건 대입하기도 했다. 영화 속 이윤희는 일단 원작보다 훨씬 표정이 많고 다채로워졌다. 감정적으로도 드러내는 부분이 많아 살이 붙은 느낌이다.


-'인랑'의 멜로라인에 대해서는 평이 엇갈리기도 한다. 스스로는 어떻게 보고 연기했나.


▶이윤희 입장에서 봤을 때는 멜로영화다. 이윤희를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멜로영화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컸다. 결국에는 사랑이라는 감정 때문에 흔들리고 그런 결정을 하지 않나. 그 이유가 사랑이다. 개인적으로는 '인랑'은 멜로영화라고 생각한다. 감독님 본인은 '멜로가 처음이야' 하시는데 감독님께도 그런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멜로 라인이 조금 더 깊었으면 어땠을까 생각은 하지만 전체적 정서가 있고, 전체로 봤을 때는 이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다만 멜로 부분이 좀 더 분명하고 친절하게 표현됐으면 어땠을까 생각이 들기는 한다.


-한국에 온 원작자 오시이 마모루 감독과도 만났다고.


▶잠깐 얼굴을 뵙고 인사를 드렸다. 남산타워 신을 어디서 찍었냐고 물어보시더라. 직접 뵈니까 신기했다.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셨다. 캐스팅 소식을 듣고 자기가 그렸던 원작 캐릭터와 비슷한 이미지라고 생각했다고 좋게 이야기해 주셔서 감사했다. 제가 만나뵙게 돼 영광이라고 말씀드렸다. 원작자가 영화를 본다는 게 떨리지 않나. 엄청 긴장했는데 다행히 좋게 보신 것 같아서 감사드렸다.


영화 '인랑'의 한효주 /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영화 '인랑'의 한효주 /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강동원과는 '골든 슬럼버'에 이어 2편을 함께했고, 미국에서 만난 일로 열애설에도 휘말렸다.


▶사실 나와 있는 게 다다. 미국에 갔을 때 일정이 맞아서 만났다. 이게 커져서 영화에 지장이 있지 않을까 걱정이지 다른 건 크게 없다. 영화 이야기가 이슈가 되는 게 아니라 개인적 이유로 이슈가 되는 게 부담스럽고 죄송했다. 연달아 두 작품을 같이하기도 했고, 저희끼리도 그럴 수 있겠다 이야기하며 크게 신경쓰지 않고 넘겼다. 평소 맛있는 걸 먹는 걸 좋아해 맛있는 걸 먹는 걸로 스트레스를 푸는데, 오빠도 맛집을 좋아하고 잘 알고 있어서 서로 경쟁하듯이 '여기가 더 맛있다'며 맛집 리스트를 공유하곤 했다.


-연달아 두 영화를 함께 찍으면서 본 배우 강동원은 어땠나.


▶배울 점이 많은 배우인 것 같다. 현장에서 캐릭터를 연기하기가 힘들었고 지칠 때도 있고 한데, 그럴 때마다 의지를 많이 했다. '내가 너를 이렇게 도와줄 거야' 하고 살갑게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묵묵히 무뚝뚝한 듯 하면서 의지가 되는 스타일이었다.


-'인랑' 이후의 계획은? 다음에 대한 고민이 있다면.


▶천천히 하려고 한다. 요즘 제가 저를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배우로서의 한효주와 사람으로서의 한효주가 어떤지, 아주 근본적인 질문을 하고 있는 때다.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서. 나는 누구고 어떻게 살아야 하나, 천천히 가 보려 한다. 그 답을 찾아가면서 스스로를 두껍게 만들어 놓어야 할 것 같다. 계속 다른 옷을 입는 데 집중했는데 내가 스스로 내게 맞는 옷을 예쁘게 입을 때 다른 옷을 멋지게 입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많다.

영화 '인랑'의 한효주 /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영화 '인랑'의 한효주 /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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