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성민(50)은 어느덧 그 캐릭터가 되어있는 배우다.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를 거치며 다양한 캐릭터를 선보이면서도 늘 인물에 쏙 녹아난다. 그가 전하는 남다른 신뢰감 때문일까. 지난 10년 그의 행보를 돌이켜보면 지적인 고위직·전문직과 특히 인연이 깊었다.
10년 전 TV 드라마에서 그의 존재를 처음 알리다시피 한 작품 '대왕세종'에서 이성민은 성균관-집현전 라인의 주요 멤버인 최만리 역을 맡았다. 격렬히 한글 창제에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진 인물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으며 열연했다. 또 다른 드라마 출세작인 2010년 '파스타'에선 파스타 요리사 이선균 공효진이 근무하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허술한 사장님이었지만, 진정한 고위직은 2011년 드라마 '마이 프린세스'를 통해서. 그는 이 드라마에서 대한민국 최연소 대통령이 됐다. 대한민국 최고위 지도자와의 인연은 2012년 드라마 '더킹 투하츠'를 통해 한번 더 이어진다. 입헌군주제 대한민국이 계속되고 있다는 가정을 드라마에 옮긴 '더킹 투하츠'에서 아예 왕이 됐다.
이성민의 고위직 연기는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드라마 '화정'에서는 젊은 나이에 영의정까지 지낸 당대 최고의 지성 이덕형으로 분해 초반부를 이끌었고, 영화 '부당거래'와 '검사외전' 두 작품 모두에서 부장검사, 부장검사 출신 정치인 캐릭터를 맡아 활약했다. 하물며 '군도:민란의 시대', '손님'에서도 무리를 이끄는 정신적 지주와 마을 촌장을 각기 맡았을 정도.
이성민은 의사와의 인연 또한 남다르다. 2011년 드라마 '브레인'의 파마머리 고재학 역으로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냈던 이성민.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사생활 없는 응급실 닥터 최인혁으로 분해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던 2012년 드라마 '골든타임'의 최인혁이야말로 아직까지 가장 강렬한 그의 이사 캐릭터로 남았다. 이후에도 '의사'와 이성민의 인연은 이어졌다. 이성민은 영화 '열여덟, 열아홉'에선 산부인과 의사로 특별 출연했으며, 2014년 영화 '두근두근 내인생'에서는 조로증 환자의 주치의로, 2017년 영화 '리얼'에선 김수현의 정신과 의사로 의료계와 함께했다.
이성민은 언론계와도 함께했다. 영화 '고고70'에서는 젊은이들의 뜨거운 분위기를 대번에 알아본 주간서울 주간이자 팝 칼럼니스트로, 영화 '베스트셀러'에서는 출판사 편집장으로 분했다. 2013년 천만영화 '변호인'에선 보고 쓴 대로 쓸 수 없는 현실에 분노하는 강직한 기자로 공감대를 끌어냈다. 2016년 영화 '굿바이 싱글'에선 여배우 김혜수마저 푹 빠진 매력만점 앵커로 특별 출연해 재미를 더했다.

하다하다 북한 최고 엘리트까지 섭렵한 이성민이다. 오는 8월 8일 개봉하는 영화 '공작'은 1990년대 중반을 배경으로 남북 고위층 사이의 은밀한 거래를 감지하게 된 스파이의 이야기를 그린 첩보물. 이성민은 북한 최고위층 대외경제위 처장 리명운 역을 맡아 스파이 '흑금성' 역 황정민과 호흡을 맞췄다.
이성민이 맡은 리명운은 북한 국내는 물론 국제 정세에도 능통한 엘리트인데다 북한의 외화벌이에 선두에 선 인물. 이성민 스스로도 "지금까지 맡은 인물들 중 가장 지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혀를 내둘렀을 정도다. 이성민은 철두철미하고 신중하지만 또한 반전의 면모를 겸비한 모습으로 극에 긴장감과 인간미를 더하며 '역시 이성민'이란 감탄을 하게 만든다. 고위직도 전문직도, 해도해도 새로운 이성민의 또 다른 발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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