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묘하다. 좀비 장르를 농촌 코미디로 뒤틀었다. '웜 바디스' 같은 좀비와 로맨스도 있다. 좀비 마니아와 대중성, 그 사이에서 기묘한 코미디 영화가 도착했다.
한적한 시골. 망한 주유소에서 사람들 속여가며 자동차 정비하고 먹고사는 준걸 일가. 이들 앞에 기묘한 청년이 등장한다. 흐느적거리며 걷는데 눈도 풀렸다. 동네 맹견에게 쫓겨 도망이나 친다.
이 묘한 청년(정가람)은, 하와이 가는 게 꿈인 준걸(정재영)의 아버지 만덕(박인환)을 문다. 준걸의 여동생 해걸(이수경)을 쫓다가 그만 낭심을 가격당한다. 회사에서 잘리고 낙향한 준걸 남동생 민걸(김남길)도 쫓다가 그만 준걸의 렉카차에 치인다. 그러고도 멀쩡하다.
어찌어찌 준걸의 창고까지 흘러들어온 청년. 다시 만덕을 공격하려다 벽에 꽂히고 만다. 그래도 멀쩡하다. 민걸은 이 청년이 좀비란 걸 알아챈다. 좀비에 물린 사람은 좀비가 된다는 법칙. 준걸 집안의 리더인 아내 남주(엄지원)는 일단 시아버지 만덕의 뒤통수를 프라이팬으로 내려친다.
이 일을 어쩌 쓸까나. 아버지가 좀비가 된다니. 웬걸. 아버지는 좀비는 커녕 회춘을 한다. 머리숱은 검어지고 오줌발은 엄청나다. 동네 노인들이 비결을 알려달라며 돈을 싸들고 온다. 옳다구나. 만덕은 동네 노인들을 돈을 받고 좀비에게 하나씩 물리게 한다. 물린 노인들은 전부 회춘한다. 소문이 꼬리를 물고 이 동네 저 동네 남정네들이 돈을 싸들고 좀비에게 물리려 온다.
망한 주유소는 그렇게 다시 부활한다. 해걸은 좀비에게 쫑비라는 애칭을 붙인다. 이발하니 잘생기기까지 했다. 양배추를 좋아하고, 케첩을 사랑하는 쫑비는 그렇게 준걸 일가에 식구가 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좀비에 물린 동네 남정네들이 점점 이상해지기 시작한다. 그렇게 한바탕 소동이 일어난다.
좀비 장르는 이제 한국에서 낯설지 않다. '부산행'의 엄청난 성공에 이어 조선판 좀비물 '창궐'에 넷플릭스 '킹덤'까지, 하위 장르였던 좀비물은 어느덧 주류 장르로 당당히 입성했다. 좀비물이 대세가 됐으니, 이 좀비물을 뒤트는 코미디가 만들어진다고 해도 어색할 게 없다. '기묘한 가족'은 여기에 한국적인 농촌 코미디를 더했다.
한적한 시골에 사는 개성 넘치는 엉뚱한 가족. 이 가족에 채식주의 꽃미남 좀비를 던져놨다. 좀비가 나타나서 개에 쫓겨도 "아, 오늘 뭔 날이여"라는 농촌. 이 극명한 대비가 시트콤 같은 웃음을 낳는다. '기묘한 가족'의 설계다. 캐릭터 코미디이자, 상황 코미디이자, 좀비 코미디다.
'기묘한 가족' 코미디는 기묘하다. 낯설다. 다들 정색하고 연기하지만 상황이 웃기다. 마치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 같다. 반 박자 뒤에 찾아오는 웃음. 그 세계관에 뛰어들면 재밌지만, 세계관이 낯설면 웃긴 게 긴가민가하다. 즉각적인 웃음을 유발하는 코미디에 익숙한 관객에겐 낯설고, '웜 바디스' 같은 뒤튼 좀비물을 선호하는 관객이라면 남들과 다른 포인트에서 포복절도할 것 같다.
이 소동의 중심에 주유소가 있다는 것은 반갑다. '주유소 습격사건'의 그 주유소 같다. 주유소에서 온갖 소동이 벌어진다. 주유소에 몰려든 좀비떼들이 펼치는 떼춤은, 상황 코믹극에서만 볼 수 있는 명장면이다. 기묘한 웃음을 준다.
'기묘한 가족'의 가족 캐릭터들 중에선 눈여겨볼 건 여성 캐릭터들이다. 만삭에 집안의 리더인 남주. 좀비를 쫑비로 돌보는 해걸. 좀비물에서 수동적이기 쉬운 여느 여성캐릭터들과 달리 남주와 해걸은,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이끈다. 이 영화에서 회춘을 원해 좀비에 자발적으로 물린 사람들은 모두 남성이다. 극 중 결혼식 장면에서 좀비로 변한 남성 하객들이 여성 하객에게 덤벼드는 장면은, 이 영화가 바라보는 욕망의 감염경로다. 이 욕망들 속에서, 자신의 욕망을 지키면서도, 미래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건, 남주와 해걸이다. 그렇기에 '기묘한 가족'의 결말은, 두 여성이 주도하는 희망 찬 미래는 재밌다. 여느 좀비물과 다르다. 상황이 주는 코미디다.
'기묘한 가족'은 2019년에 당도한 좀비 코미디다. 이 코미디는 잣대가 될 것 같다. 관객이 반긴다면 이 장르 외형을 더 넓힐 것이요, 마니아가 즐긴다면 이 장르의 한계가 여기까지일 것 같다. 분명한 건, '기묘한 가족'의 상황 코미디는 다르다. 즉각적이고 감각적인 코미디에 질린 관객들이라면 반가울 법 하다.
2월13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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