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선 시각, 새로운 시선으로 보는 영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광화문 광장에 서 있는 두개의 동상은 우리 민족의 영웅이다. 한 분은 왜구의 침략에서 조선을 지켜내셨고, 또 다른 한 분은 유구한 우리민족 역사의 가장 큰 자랑거리 중 하나인 한글을 창제하셨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 한다.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은 '건드리면 안된다'라고. 하지만 영화 '나랏말싸미'가 그 중 한 명인 세종대왕을 건드렸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세종대왕과 한글 창제 이야기가 아닌 새로운 모습을 담아냈고, 개봉 첫날부터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세종대왕과 한글창제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인 '나랏말싸미'(감독 조철현)가 관객의 외면을 받고 있다. 왜 관객은 한국 사람이 가장 사랑하는 위인 중 한명인 세종대왕의 모습을 그린 '나랏말싸미'에 등 돌렸을까.
지난 24일 개봉한 '나랏말싸미'는 여러 부침을 겪고 개봉했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고(故) 전미선이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고 영화 측은 애도의 표시로 홍보활동을 전면 취소했다. 영화가 기본으로 하는 배우와 감독 인터뷰는 물론, 라디오나 VIP시사회 등도 하지 않았다. 여기에 한 출판사가 상영금지가처분 신청을 내며 개봉 전날까지 상영이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개봉 하루전인 23일 법원이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고, 결국 영화는 예정대로 개봉했다.
한숨 돌리나 했는데 아니었다.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관객과 만난 영화는, 가장 큰 난관에 봉착했다.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그려낸 세종의 이야기가 '역사 왜곡' 논란으로 관객의 외면을 받게 된 것이다. 우리는 영화 '광해'를 보며 실존 인물에 상상력을 더한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났고 조선왕조실록이 아닌 이른바 야사로 만들어진 사극 영화를 수없이 만났다. 하지만 '나랏말싸미'는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이야기가 아니며, 정설과 다르다는 이유로 비난 받고 있다.
어느 사극작품이든 조금씩 '역사 왜곡' 논란을 존재한다. 우리가 살아본 적 없는 세상을 여러 기록들로 재구성하고 상상력으로 빈 공간을 채우기에 어디에 방점을 두느냐에 따라 이야기는 달라진다. 제작자들은 어떻게 재밌게 새롭게 만들까 고민하지만, 대중들은 역사를 제 멋대로 해석한 창작자들을 지적하거나 분노하기도 한다. '나랏말싸미'는 그 주인공이 세종이고, 우리 모두가 쓰는 한글의 이야기이기에 이 같은 논란의 소리가 더 크다.
'나랏말싸미'는 신하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스님의 도움을 받아 훈민정음을 만들었다는 세종대왕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세종이 신하들의 반대에도 백성을 위해 한글을 창제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 이야기 중심에 신미 스님이 들어가면서 왜곡 논란이 커졌다. 가장 뼈아픈 것은 이 영화가 세종대왕을 폄하했다는 비난이다. 세종대왕이 단독으로 한글을 창제했다는 이야기가 현재 가장 유력한데, 스님이 한글 창제에서 중심 역할을 했다는 것이 세종의 업적을 깎아 내린다는 것이다. 사실 이 영화의 목적은 세종을 깎아내리는 것도 아니고 한글을 스님이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송강호 역시 이를 알고 세종을 연기했다. 송강호는 너무나 많은 매체에서 다뤄진 성군 세종대왕을 우리가 봤던 그대로 표현하는 대신 한글을 만들기 위해 겪었던 반대와 아픈 몸으로 인해 외롭고 힘들었던 한 인간의 고뇌에 중점을 두고 연기했다. 그가 연기한 세종대왕 속에는 똑똑했던 세종의 모습 뿐 아니라, 한 여자의 남편이자, 아버지이자 또 외로웠던 남자의 모습이 담겨있다. (몰래) 한글을 만들어 놓고, 반포를 위해 집현전 학자들의 손을 잡는 모습이나 불교를 억압 하면서도 대의를 위해 스님과 손잡는 모습을 통해 우리가 아는 성군 세종의 모습에 인간적인 모습을 녹여냈다.
'나랏말싸미'는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돼 있는 내용, 즉 세종이 신미 스님에게 우국이세 혜각존자(祐國利世 慧覺尊者-나라를 돕고 세상을 이롭게 한 자, 지혜를 깨우쳐 반열에 오른 분)라는 칭호를 내렸다는 점에서 '왜 그랬을까?'를 파고 들어가 창작한 이야기다. 누구보다 숭유억불 정책을 강하게 폈던 세종이 스님에게 내린 칭호이기에 더욱 호기심이 생기는 대목이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가 알았고, 보았던 성군 세종이 아닌 낯선 세종의 모습은 관객의 마음을 얻지 못한 듯하다.
또한 이 영화는 한글의 창제만큼, 한글 반포에 대한 이야기에 집중한다. 소헌왕후(전미선 분)의 역할에 힘을 실어주며 한글 반포에 여성이 큰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또 한글이 불경은 물론, 후대에 성경을 전파하는데 쓰인다는 이야기를 하며 한글의 위대함과 한글이 후손에 퍼져서 우리가 이렇게 편하게 읽고 쓸수 있게 된 것에 감사를 전한다. 일부에서는 영화를 보지도 않고 이 영화가 세종대왕과 한글을 폄하했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상상력이 더해진 영화 속 세종은 우리가 알던 세종과 달라 낯선 것이다.
다만 영화로 역사를 공부하는 관객에게 이 영화가 '왜곡된 역사'를 알려줄 수 있다는 주장과, 청소년 및 외국인에게 잘못된 역사를 가르친다는 우려는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역사를 다룬 사극에 얼마만큼의 영화적 상상력을 허락하는가 하는 것에 대해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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