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시간 32분, 92분, 5520초. 영화 '연애 완전 정복' 속 남자 주인공이 강조한 시간을 러닝타임으로 바꾼 것이다. 미국 정치인 벤자민 프랭클린이 남긴 '시간은 금이다'라는 말이 떠오를 수 밖에 없는 영화다. 그만큼 소중한 시간을 의미 없이 허비한 것과 똑같다는 뜻이다.
영화 '연애 완전 정복'(감독 김재현)은 사랑에 상처받은 두 남녀 영석(오희중 분)과 묘령(강예빈 분)이 연애 코치 사이트 '어드벤처 M'의 지시에 따라 아찔한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다. 섹시 발랄 코미디라는 이름을 내세웠지만, 그저 불쾌하기 그지없고, 헛웃음을 터트리기조차 아까울 정도다.
영석은 5년, 1992일, 4만 7808시간, 268만 8480분, 1억 7210만 8800초 동안 희연(신새롬 분)을 짝사랑해왔다. 그런 그가 마음 먹고 술집에서 고백을 하려 한다. 그렇지만 영석은 희연이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인 선배와 화장실 앞에서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목격한다. 여기에 희연이 그 선배와 모텔방에서 하룻밤을 보냈다는 사실을 알고 망연자실한다. 그렇게 영석의 짝사랑은 끝이 났고, 소주를 마시며 나날을 보낸다.

앞서 희연과 학교 선배가 화장실 앞에서 사랑을 나누는 모습이라고 표현했지만 이는 순화한 것이다. 취기가 오른 희연의 옷을 강제로 벗기고, 스킨십하는 그 선배의 모습은 성범죄에 해당한다. 또 술을 마시고 희연이 혼자 사는 집에 찾아가는 희중의 모습, 의도적으로 여성의 몸매를 부각하는 듯한 카메라워킹, 없어도 될 저급한 베드신 등 선을 넘는 장면이 다양하게 등장한다.
러닝타임 내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들도 많지만, 출연 배우들의 대사 역시 저급하다. "여자는 포장되지 않은 순두부", "걸레? 너", "왜 위에서만 놀아? 아래에서도 놀아", "개꿀띠" 등 여성 비하, 성희롱을 암시하는 말을 서슴지 않는다. 특히 "개꿀띠"는 5.18 민주화 운동 비화, 여성 혐오 등으로 논란을 야기했던 아프리카BJ 철구의 유행어다. 영석의 룸메이트가 이 단어를 굳이 사용한다. 영석과 룸메이트는 해당 대사를 하면서 깔깔거린다. 이 대사가 웃음을 주는 대사는 아닌데 말이다.
영석은 희연을 잊기 위해 룸메이트의 조언과 술김에 '어드벤처 M'이라는 연애 코칭 사이트에 29만 9900원을 내고 가입한다. 가입하는 순간 환불은 되지 않고, M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 영석은 M의 지령을 받아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 이 여행에서 묘령을 만난다. 일반 대학생과 달리 묘령은 고가의 벤츠 차량을 소유하고 있다. 묘령은 자신의 차 키를 영석에 넘기고 그에게 운전을 하라고 한다.

얼떨결에 차 키를 받은 영석은 운전에 미숙한 모습을 보인다. 이 모습을 보면 '무면허 운전인가?'라는 생각마저 든다. 묘령은 어찌할 줄 모르는 영석에게 "밑을 풀어야지"라고 말한다. 영석은 묘령이 말하는 밑이 자신의 바지 버클로 해석하고 풀려고 한다. 묘령이 말한 밑은 사이드 브레이크. 주행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불안하다. 이때 묘령의 대사도 가관이다. 묘령은 영석의 귀에 바람을 불어넣으며 "술냄새 나지? 나 오늘 아침까지 달렸어"라고 말한다.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한 것이라면, 음주운전에 해당한다. 이러한 범죄를 당당하게 그려넣다니.
영석과 묘령은 묘령의 차를 타고 전국의 모텔을 순회한다. 특별한 장소에서 과제를 하길 원한 묘령의 제안 때문이다. 관광지, 여행지가 아니어도 특별한 장소는 많다. 그런데 특별한 장소가 굳이 모텔이어야 하나 싶다. 각자의 사랑을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생판 모르는 사람과 모텔 순회라니. 영석의 룸메이트의 젠더 감수성도 바닥을 긴다. 여성을 그저 자신의 쾌락 도구로만 생각한다. 많은 여성들을 만나 관계를 맺길 원하고, 영석과 그가 일하는 편의점에서도 관계를 맺는다. 그러니 자신과 관계를 맺는 여성에게 서슴지 않고 걸레라고 표현한다.
영화 엔딩에는 영석의 룸메이트도 '어드벤처 M'에 가입하고 M의 지시에 따라 여행을 떠난다. 그는 여행을 통해 여성과 관계를 맺을 생각에 자신의 옷보다는 콘돔을 더 챙긴다. 그런데 그가 여행에서 만난 사람은 다름 아닌 같은 성별의 남성이다. 영석의 룸메이트와 여행을 떠나게 된 남성은 그에게 안전벨트가 풀린 것 같다며 몸을 더듬는다. 이때 대사 역시 성 소수자를 희화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영석의 룸메이트는 몸서리를 친다. 마지막에 공개되는 '어드벤처 M'의 정체마저 어이가 없다. 러닝 타임 1시간 32초, 92분, 5520초 내내 한숨만 내쉬게 만든다. 한 마디로 감상평을 남긴다면 소중하고 금 같은 시간을 아끼길.
6월 중 개봉. 러닝 타임 92분. 청소년 관람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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