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Starnews Logo

'잔칫날' 하준 "난 아직도 무명..또 다른 페이지 만들 것" [★FULL인터뷰]

'잔칫날' 하준 "난 아직도 무명..또 다른 페이지 만들 것" [★FULL인터뷰]

발행 :

강민경 기자
하준 /사진제공=트리플픽쳐스
하준 /사진제공=트리플픽쳐스

배우 하준(33)은 데뷔 9년 차를 맞았지만 아직도 자신은 무명이라고 했다. 2017년 영화 '범죄도시'(감독 강윤성) 속 막내 형사로 얼굴을 알렸다. 이후 드라마 '블랙독', '미씽: 그들이 있었다', 'SF8-블링크'를 통해 주연으로 이름을 올렸다. 최근 3년간 자신에게 '잘했다', '기특했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또 다른 페이지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잔칫날'(감독 김록경)은 무명 MC 경만(하준 분)이 아버지의 장례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가장 슬픈 날 아이러니하게도 잔칫집을 찾아 웃어야하는 3일 동안의 이야기다.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작품상, 배우상, 관객상, 배급지원상까지 4관왕을 차지했다. 하준은 극중 경만 역을 맡았다. 경만은 아버지의 장례식을 위해 잔칫집을 찾는 인물이다.


-영화 '잔칫날' 시나리오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어요. 첫 번째는 김록경 감독님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어떻게 접근해야하지였어요. 감독님과 하나가 되어서 감독님의 말이나 행동 등을 참고해서 흡수하면, 경만이 만들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두 번째로는 대본이 갖고 있는 묵직함이에요. 살면서 사람이라면 한 번쯤 겪을 수 밖에 없고, 겪을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에 가짜로 하면 안 될 것 같았어요. 아픔을 겪었던 분들이 '내 이야기 같아'라면서 위로를 받아야 하는데 거기서 기교를 부리면 '뭐야? 너 진짜 아프지 않구나'라는 반응이 나올까봐 책임감과 부담감이 많았어요.


하준 /사진제공=트리플픽쳐스
하준 /사진제공=트리플픽쳐스

-제목은 '잔칫날'인데 이야기는 아이러니하잖아요. 제목에 대해서도 생각해본 적 있나요?


▶ 중의적인 표현이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사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제목에 대한 생각은 안 했어요. (웃음) 촬영이 다 끝나고 감독님께서 제목을 고민하신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때 제목에 대해서 돌이켜 본 적이 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제목이 괜찮은 것 같아요. 작품에서 나오듯이 장례식장은 잔칫날 같아야 하거든요. 대사 안에 많은 걸 포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금 제목이 좋다고 생각해요. (웃음)


-경만 캐릭터를 어떻게 접근했나요? 또 참고했던 것이나 경험도 있나요?


▶ '잔칫날'을 찍을 당시에는 지금보다 덜 알려졌던 시절이에요. 고백을 하자면 지금도 유명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래서 돌아다닐 때 편하게 다녔었어요. 알아봐주시면 반갑게 인사를 드리기도 했죠. 무명을 연기하는 건 어렵지 않았어요. 제가 무명으로 살고 있으니까요. (웃음) 경만이의 부담감과 중압감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했어요. 경만이는 모든 말을 '죄송한데'라고 시작을 해요. 원하는 걸 할 때도 죄송하고, 당연한 권리에도 죄송하다고 해요. 왜 죄송할 수 밖에 없을까라고 생각했을 때 저 역시도 20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느꼈던 감정이었어요. 당당하지 못한 상황이 늘 있는거죠.


경만이가 아쉬운 말을 해야하는 이유는 표현으로도 됐지만, 가장이다 보니까 사랑하는 가족에 대한 책임을 져야하다 보니 죄송하다고 하는 거에요. '내가 한 번 참고 말지', '내가 털면 돼', '열심히 하면 버틸 수 있어'라는 생각을 가졌을 거라고 접근했어요. 저 역시 경만이처럼 행사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었어요. 영화 초반에 피에로 분장을 했던 신들에서는 안무를 짜주셨지만, 애드리브를 많이 했어요. 과거에 행사했던 경험이 있기에 자연스럽게 하게 됐어요. 노래 같은 경우에도 잘하지는 않지만 평소에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부담이 있지는 않았어요. (웃음)


-중압감을 느끼고 있는 경만이는 동생 경미에게 말을 하지 않았잖아요. 만약 자신이 경만이었다면 어땠을까요?


▶ 저라면 경만이 보다 여린 사람이어서 이야기를 했을 것 같아요. 저는 사랑 받기를 좋아하고 여린 편이거든요. (웃음) 경만이는 아버지의 병 간호를 오랜 기간 해왔기 때문에 가장이 된 사람이에요. 우리나라 가장들도 이야기를 잘 하지 않아요. '내가 짊어지고 말지'라면서 지켜야 될 사람들에게 짊어지게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크게 있는 것 같아요. 경만이는 경미에게도 오빠기도 하지만 아빠 같은 마음이 있어요. 그래서 경만이는 경미한테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하준 /사진제공=트리플픽쳐스
하준 /사진제공=트리플픽쳐스

-실제 가족에겐 어떤 아들인가요? 경만이와 같은 감정을 느낀 적이 있나요?


▶ 저는 위로 형, 밑으로 동생이 있어요. 형의 입장을 많이 느꼈던 부분이 있어요. 만약 이런 상황에 동생을 책임져야 한다면 이야기를 하지 않을 것 같아요. 제가 굳이 힘든 이유를 하지 않을 것 같아요. 배우 생활하면서도 애로사항 등을 가족들한테 깊게 이야기 하지는 않아요. 제가 털면 되는 부분이기에 가족들한테도 말하지 않는 편이거든요. 물론 제가 힘들다 싶으면 이야기를 하죠. 부모님이 '잔칫날' 촬영 현장에 밥 사주러 한 번 오신 적이 있어요. 기분이 굉장히 묘했어요. 촬영하는 저의 모습을 보고 흐뭇하게 보시는데, 말로 설명이 안 되네요. 묘하고 뭉클한 순간이었어요.


중학교 2학년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어요. 그래서 경만이와 비슷한 감정을 느낀 적이 있죠. 그 당시의 장례 문화는 지금보다 투박했어요. 어떻게 보면 제가 연기를 하게 된 계기라고 할 수 있어요.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본 적이 있어요. 그래서 이 시나리오가 더 와닿았던 것 같아요. 아직도 그 장면들이 기억에 남아요. 무너져 내린다는 게 어느 정도인 지 알고 있거든요. 제가 무너져 내려봤었기 때문이죠.


-경미를 연기한 소주연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요?


▶ 한 단어로 말하면 매우 좋았어요. (웃음) 주연이가 밝은 친구에요. 밝은 모습 속에 눈물이 있지만 씩씩해요. 연기라는 작업 자체가 일면식 없는 사람들끼리 급속도로 친해져야 하는 작업이라 늘 마음을 열어야 해요. 용기가 필요해요. 내가 마음을 열었을 때 상대방이 마음을 열지 않으면 부담감이 생기기 마련이거든요. 제가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갔을 때 주연이가 동생으로 다가와줬어요. 촬영 때보다 끝나고 나서 더 친해진 것도 있어요. 아무래도 주연이가 동생이다 보니까 일하다가 힘들면 제가 치킨을 사주고 있어요.


하준 /사진제공=트리플픽쳐스
하준 /사진제공=트리플픽쳐스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배우상을 받았잖아요. 소감은 어떤가요? 또 '잔칫날'이 4관왕에 올랐는데 이것도 예상 하셨나요?


▶ 살면서 상을 받아본 적이 없어요. 상을 받았다는 게 어색하고 얼떨떨하고 멋쩍은 게 있어요. 모셔둔 상패를 볼 때마다 '상이 예쁘다'라는 생각을 해요. 상이 예쁜 건 예쁜거고, 내 이름이 적혀 있어도 '이게 내 상이 맞나?'라는 비현실적인 느낌이 있어요. 연기 생활을 하면서 매번 상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건 제가 했던 작품들이 관객들에게 전달이 되서 소통이 이루어졌을 때거든요. 어떻게 보면 상을 받기 전 상태였던 것 같아요. 그 또한 한편으로는 설렜어요. 4관왕 역시 상상을 못 했어요. 드라마 스케줄 때문에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시사회에 참석을 못 했거든요. 감독님께서 스트리밍 버전으로 보여주신다고 하셨는데 제가 극장에서 보고 싶다고 강한 고집을 피웠어요. 완성된 영화를 보지 못한 배우 입장에서는 지나고 난 것을 '잘 했어?'라고 말하지는 않거든요. 결과가 그렇게 나와서 얼떨떨 했던 것 같아요. (웃음)


-'잔칫날'로 스크린 주연을 맡았는데 소감은 어떤가요? 또 자신을 돌아본다면요?


▶ 고통스러운 적이 많았어요. 지나고 나면 감사했어요. 배우가 작품에 들어가서 그 인물이 되기까지 과정이 순탄지는 않아요. 가끔은 아플 때도 있고, 뼈와 살을 깎기도 해요. 내가 아파봐야 성장을 하고, 남이 아픈 걸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지금 갑자기 드는 생각인데 지난 3년간 저한테 '그래도 잘했다', '기특하다', '잘 부탁한다'라고 이야기 해주고 싶어요. 그동안 채찍질을 했었어요. 제 자신을 안아주고, 주변 사람에게도 포옹을 해주며 연기한다면 한 페이지를 지나 또 다른 페이지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이제 걸음마를 뗐는데 아직도 부족한 게 많아요. 칭찬을 해주시는 분들께 감사해요. 칭찬은 원동력이 되기도 하고 위로와 위안이 되거든요. 제가 봐도 부족한 부분이 많은데 거기에 대한 책임감은 분명히 있어요. 그래도 옛날처럼 부담을 안 가지려고 하고 있어요. 마음을 편안하게 먹고 재정비를 하는 순간인 것 같아요. 그렇다고 책임감이 없는 건 아니에요. 스스로 다스리고 있는 것 같아요.


주요 기사

    연예-영화의 인기 급상승 뉴스

    연예-영화의 최신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