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작부터 자극적이다. 자극적이다 못해 불편하다. 불편함 속에서도 외면 할 수 없게끔 공감대를 형성했으면 좋았겠지만 '어른들은 몰라요'는 공감을 자아내지는 못했다.
'어른들은 몰라요'는 가정과 학교로부터 버림을 받은 18세 임산부 세진(이유미 분)이 가출 4년 차 동갑내기 친구 주영(안희연 분)과 함께 유산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과정을 담았다. 영화 '박화영'의 스핀오프 격이다. '박화영' 속 세진 이야기를 확장해 '어른들은 몰라요'가 탄생했다.
흐릿한 눈빛을 한 세진이 자신의 손목을 커터칼로 난도질한다. 피가 나는 자신의 팔을 SNS 라이브를 통해 실시간으로 방송한다. 해당 방송을 보고 있던 네티즌들은 관종(관심 종자)이 아니냐며 타박한다. 알고 보니 세진은 학교 폭력의 피해자다. 학교 폭력 속에서 하루 하루를 살아가던 세진은 비밀리에 교제 중인 담임 선생님과 하룻밤을 보내고, 임신을 하게 된다.
세진은 성교육 수업 중 손을 들고 갑작스럽게 자신의 임신 사실을 알린다. 이로 인해 세진은 교장 선생님의 호출을 받고 교장실로 향한다. 세진에게 돌아온 건 각서다. 이 각서에는 담임 선생님을 앞길을 막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세진과 교제 중인 담임 선생님은 교장 선생님의 아들이었던 것.

가출을 한지 4년째가 된 주영은 한 음식점에서 세진을 유심히 지켜본다. 그리고 나름대로 확신을 가지고 세진 앞에 앉아 말을 건다. 주영은 돈이 필요하지 않냐는 세진을 꼬드겨 함께 절도를 감행한다. 그러던 중 성매매 문제에 휘말리게 된다. 주영은 맨발로 뛰쳐나가 도움을 요청하게 되는데 이때 재필(이환 분)을 만나게 돼 동행한다. 이들은 아이를 지울 거라는 세진을 돕기 위해 각자의 방식을 제안한다.
'어른들은 몰라요'에선 청소년의 흡연, 음주, 거친 욕설은 기본이다. 이 세 가지가 없으면, 인물들의 대화가 이어지지 않을 정도다. 그 어느 작품보다 욕설이 많기에 과하게 느껴진다. 무방비하게 노출된 청소년 문제를 그리기 위해서라지만 청소년 흡연, 음주 등이 과할 정도로 적나라하게 등장한다. 문제의식 없이 손을 갖다댄 느낌이 들 정도다.
뿐만 아니라 청소년 성매매, 동성애, 학교 폭력 등 자극적인 사건들이 127분이라는 러닝타임 내내 등장해 감정을 소모하고 지치게 만든다. 그게 의도라면 모르겠지만 공감보다는 불편하고 불쾌한 감정을 더욱 크게 만든다.
등장 인물들의 서사도 불친절하다. 세진과 주영 사이의 관계성이 부족하다. 영화를 이끌어가는 메인은 세진과 주영의 이야기지만, 재필의 이야기가 더 돋보인다. 재필은 세진을 도우려 하지만, 왜 도우려고 하는지 명확한 이유가 드러나지 않는다. 그저 재필은 세진보다 나이가 많기 때문에 가르치려는 듯하다.

영화를 연출한 이환 감독은 극중 재필을 연기했다. 이환 감독은 연출에 치중한 것보다 자신의 연기에 더욱 집중한 듯하다. 러닝 타임 내내 배경 음악으로 깔리는 음악 역시 어울리지 않는다. 배경 음악의 비트 소리가 커 배우들의 대사가 들리지 않을 때도 있다.
자극의 향연 속에서도 살아남은 건 이유미와 안희연의 연기다. 다만 이유미는 애기어(각종 SNS 등에서 어린 아이처럼 발음을 뭉개어 쓰는 말투를 일컫는 말)를 사용한다. 후반부로 갈수록 드러나는 또 다른 모습과 차별화를 위해 사용한 것처럼 느껴지긴 하나 굳이 썼어야 하나 싶다. 그럼에도 이유미는 천의 얼굴을 자랑한다. 얼굴 하나만으로 슬픔, 공허 등 다양한 감정을 그려냈다. 첫 스크린 데뷔인 안희연도 이유미와 케미스트리를 뽐냈다. 그는 EXID 하니라는 걸그룹 이미지를 벗고 배우 안희연이라는 이름을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4월 15일 개봉. 러닝타임 127분. 청소년 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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