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숨 막히는 긴장감이다. 23년 전과 같은 열정으로 배우 이정재와 정우성이 만났다.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두 사람의 고도의 심리전은 놀라운 몰입감을 선사하며 관객들을 이야기 속으로 초대한다.
27일 서울시 강남구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영화 '헌트'의 언론배급시사회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는 감독 겸 배우 이정재를 비롯해 배우 정우성, 전혜진, 허성태, 고윤정이 참석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헌트'는 조직 내 숨어든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해 서로를 의심하는 안기부 요원 '박평호'와 '김정도'가 '대한민국 1호 암살 작전'이라는 거대한 사건과 직면하며 펼쳐지는 첩보 액션 드라마. 제75회 칸영화제 공식 초청작 '헌트'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을 통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에서 세계적인 배우로 발돋움한 배우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뿐만 아니라 이정재는 '헌트'에서 조직 내 침입한 스파이로 인해 주요한 작전이 실패하자, 그 실체를 맹렬하게 쫓는 안기부 요원 '박평호'를 연기했다.
이정재는 "오랫동안 연기 생활을 하다 보니까 제가 연출을 하더라도 연기자들이 돋보이는 영화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고, 연기자들이 어떻게 하면 돋보일 수 있을지 고민했다. 개개인의 장점과 색깔을 극대화시키고, 본인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충분히 담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헌트'의 시대 배경에 대해서는 "시나리오 초고에 나와있는 설정들 중에서 버려야 할 것과 유지해야 할 것에 대한 고민이 많이 있었고, 시나리오 초고의 주제와 제가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하면서의 주제는 많이 달라졌다. 주제를 잡는데 시간이 꽤 오래 걸렸고, 그 주제가 공감할 수 있고, 생각해 볼 수 있는 주제인지 고민하다가 80년도 배경을 유지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정재는 "영화 상에서 주제가 도드라지고, 무게감을 주는 것에 대해 부담스럽게 느꼈기 때문에 제 영화에서는 그런 모습과 감정이 잘 안 보였으면 하는 게 바람이었다. 우리가 믿고 있는 신념에 대해서는 한 번쯤 얘기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시대 배경과 각 캐릭터의 딜레마를 살짝 보여주는 식으로 표현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우성은 조직 내 스파이를 색출하라는 상부의 지시를 받고 거침없는 추적을 이어가며 스파이의 실체에 다가서는 안기부 요원 '김정도'를 연기했다. 그는 "'김정도'는 감추고 있는 비밀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이 본인의 죄책감일 수도,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책임감일 수도 있고, 그런 본인의 신념이 드러나지 않으려고 옷 매무새나 외형을 깔끔하게 하려고 신경을 많이 썼다. '박평호'와의 대립에서 날선 듯한 긴장감을 신경쓰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헌트'는 배우 이정재와 정우성이 영화 '태양은 없다' 이후 23년 만에 조우한 작품으로 화제가 된 바 있다. 이에 정우성은 "특별한 의미를 가진 현장이었기 때문에 모든 촬영 기간이 저에게 특별한 순간이었다. 이정재 감독님과 저와 오랜만에 같이 작업을 하게 됐는데 '김정도'와 '박평호'로 호흡하면서 나쁜 도전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최선을 다해서 마무리 하면 멋진 캐릭터들의 대립을 보여줄 수 있겠다는 확신을 할 수 있었던 현장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정재는 "그때와 영화에 대한 열정의 온도는 똑같은데 체력이 떨어지다 보니까 현장에서 테이크를 다섯 번 가게 되면 피로도가 높아지는 것 이외에는 예나 지금이나 좋은 영화를 만들고 싶어하는 마음은 똑같은 것 같다. 20년 동안 생활하다 보니까 조금 더 책임감이나 영화를 바라보고 만들 때의 마음의 자세가 좀 더 진중해진 건 사실이다. 영화를 만들어가고, 다음 작품을 하는 데 있어서 좀 더 신중해진 게 달라진 점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전혜진이 '박평호'와 함께 조직 내 스파이를 찾기 위해 발 빠르게 정보를 파악하는 안기부 해외팀 에이스 '방주경'으로 분해 이정재와 호흡을 맞췄고, 허성태는 스파이 색출에 나서는 안기부 국내팀 요원 '장철성' 역으로 출연해 정우성과 빛나는 케미를 선보였다.
전혜진은 "영화를 보고 나니까 남자들 가운데서도 박평호가 오른팔로 삼을 만큼 일처리를 잘하는 것처럼 보일지 신경을 썼고, 정보전달 부분에 있어서 명확해야 했기 때문에 감독님과 수위 조절을 많이 상의했다"면서 영화의 스포일러를 언급해 폭소를 유발했다. 긴장감을 어떻게 줄 것인지, 스쳐지나가는 장면에서도 개성을 어떻게 보여줄지 함께 고민하고 얘기를 많이 했고, 실수를 하지 말고 누를 끼치지 않아야겠다 생각했는데 오늘 보니까 아쉬운 장면이 몇 번 나온 것 같다"고 털어놨다.

고윤정은 스파이 색출 작전에 휘말리는 대학생 '조유정' 역을 통해 스크린에 데뷔한다. 고윤정은 "이정재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나누면서 캐릭터 구축에 대한 조언도 많이 듣고 연습도 많이 했던 것 같다"며 "영화를 보고 나서 '헌트'로 데뷔하게 돼서 다행이고 영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감사한 시간이고, 결과물인 것 같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어 이정재는 고윤정을 캐스팅한 계기에 대해 "한 드라마에서 고윤정 씨를 보고 '저 캐릭터는 하기 힘든 캐릭터인데 잘하는구나'라고 생각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캐스팅해야 하는 단계에서 고윤정 씨를 만나고 싶다고 제작사 통해서 말씀을 드렸다"고 밝혔다.
그는 "미팅을 하고, 시나리오 이야기를 하는데 자신만의 해석이나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모습을 보고 유연하다는 생각을 했고, 신인배우이기 때문에 열심히 하고 싶어하는 욕구는 당연한데, 차분하게 자신의 캐릭터를 보려고 하는 자세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정재는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는 "연기자로서 좋았던 부분도 훌륭한 배우, 스태프들과 함께 호흡을 맞춘 것이고, 연출을 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도 훌륭한 배우, 스태프들과 작업을 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너무 즐겁고 지금도 깊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영화를 만드는 과정 중에도 모든 스태프와 배우들이 열정적으로 일해주셔서 촬영장에서도 깊이 있고 즐거운 시간들이었다"고 말했다.

김나연 기자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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