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C는 언제쯤 제대로 된 사가를 시작할 수 있을까.
기원 전 가장 번성하고 위대한 고대 국가였지만 현재는 국제 군사 조직 인터갱이 지배 중인 칸다크. 인터갱은 과거 칸다크의 국왕이 악마들의 힘을 담아내 만들었다는 사박의 왕관을 찾는데 혈안이다. 악마의 힘을 원했던 과거 칸다크의 국왕은 결국 자유를 희망했던 테스 아담에게 멸망했지만. 마법사들에게 선택 받은 테스 아담은 왕국을 무너뜨리고 사박의 왕관과 함께 사라졌다는 전설을 남겼다.
인터갱의 눈을 피해 고대 유물을 찾던 아드리아나는 사박의 왕관을 발견하지만 이내 위기에 처한다. 인터갱에 쫓기던 아드리아나는 우연히 5000년 동안 잠들어있던 테스 아담을 깨우게 된다. 엄청난 괴력과 스피드, 방탄에 하늘을 날고 번개를 쏘는 능력까지 갖고 있는 아담은 자신을 막아서는 인터갱들을 모조리 쓸어버린다. 깨어난 전설에 영웅을 갈망하던 칸다크 국민들은 열광한다.
한편 악당이라도 함부로 죽여서는 안된다는 신념을 갖고 있는 히어로 군단 저스티스 소사이어티는 그런 아담의 폭주를 막기 위해 칸다크로 향한다. 하늘을 자유자재로 나는 호크맨과 미래를 엿보는 마법사 닥터 페이트, 거대하게 변하는 아톰 스매셔, 바람을 자유자재로 부리는 사이클론 등 저스티스 소사이어티와 아담의 대결이 칸다크에서 펼쳐진다.
'블랙 아담'은 DC 확장유니버스 '샤잠'의 스핀오프다. 샤잠처럼 "샤잠"이란 외침으로 능력을 얻고 능력을 잃는다. 샤잠과 비슷한 능력을 지녔지만 자신의 분노에 몸을 맞긴 탓에 축복이 아닌 저주를 받게 된 안티 히어로다. 자신의 정의에 반하면 죽음으로 응징하는 반영웅이다. '블랙 아담'은 할리우드 액션스타 드웨인 존슨이 블랙 아담 역을 맡고, 미국 코믹스에서 가장 먼저 결성된 슈퍼히어로 집단 저스티스 소사이어티가 등장한다고 해서 DC팬들의 관심을 모았다. 피어스 브로스넌이 닥터 페이트를 맡는다는 사실도 팬들을 기쁘게 했다.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진 않는다. 간간히 웃기고, 간간히 액션이 화려하고, 간간히 코웃음이 흘러나온다. 언제쯤 DC 확장유니버스는 "샤잠"을 외치며 제 정신을 차릴 수 있을지, 언제쯤 DC는 블랙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이번에도 희망했지만 이번에도 아쉽다.
왜 저스티스 소사이어티가 블랙아담을 잡아 가두려 하는지, 영화 속 말마따나 그동안 칸다크가 인터갱에 고통받는 동안 저스티스 소사이어티는 뭘 했는지, 무엇이 정의인지, 자유와 영웅은 무슨 관계인지, 한 바구니에 담으려다 보니 넘치고 말았다. 칸다크에 누가 빌런인지도 아리송하다. 중동의 어느 나라를 은유하는 칸다크에 너무나 미국적인 저스티스 소사이어티와의 관계도 정치적인 올바름도 아니요, 신념의 충돌도 아니요, 오리엔탈리즘도 아닌, 어정쩡하게 그려진다. 모두를 다 담고 은유하려다 어정쩡해졌다.
'블랙아담'은 DC확장유니버스에 블랙아담이란 캐릭터를 합류시킨 데 일조하는 영화로 만족해야 할 듯하다. 언젠가는 DC가 망토를 펄럭이며 날아오를 그날을 기다리며.
10월19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추신. 엔딩 크레딧 이후 쿠키 영상이 하나 있다. DC팬들이라면 본편보다 반가울 내용이다.
전형화 기자 aoi@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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