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 촬영지 광주전남통합특별시 해남군 북평면 남창리 기획 취재

'호프'의 시작은 이곳이었다. 동물의 사체를 처음 발견하고, 외계인의 공격에 맞서 사투를 벌였던 영화 속 '호포항'은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스크린 속 긴장감이 감돌던 공간은 이제 평범한 일상을 이어가는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라는 것이다. 영화와 현실이 공존하는 그곳에는 '호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주민등록 인구 418명의 작은 마을에는 문화의 거리에 새겨진 외계인의 발자국을 따라 영화 '호프'의 흔적을 찾아 나선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개봉 2주 차에 관객 수 300만 명을 넘어서며 인기를 얻고 있는 '호프'(감독 나홍진)는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호포항 출장소장 '범석'(황정민 분)이 동네 청년들로부터 호랑이가 출현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온 마을이 비상이 걸린 가운데 믿기 어려운 현실을 만나며 시작되는 이야기다.
호포항 마을은 실제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전라남도 해남군 북평면 남창리 일대를 리모델링하여 촬영했다. 골목, 거리뿐 아니라 상점, 광장, 버스터미널 등 마을 전체를 구현한 거대한 호포항 세트에서 약 3개월 동안 촬영을 진행했다.
영화 속 공간은 촬영이 끝난 뒤에도 현실에 남았다. 해남군은 해당 장소를 '북평 호프 영화의 거리'로 조성하며 스크린 속 공간을 현실로 옮겨놨다.

오래된 터미널 건물은 영화 속 파출소 콘셉트로 새 단장을 마쳤고, 상가 간판도 촬영 당시 모습으로 교체됐다. 여기에 주연 배우들의 벽화와 외계인 조형물, 영화에 등장한 스텔라 경찰차까지 설치돼 관람객들이 작품 속 세계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바닥에 새겨진 외계인의 발자국을 따라 걷는 순간, '범석'이 필사적으로 달려가던 골목과 거리가 현실과 영화의 경계를 허물 듯 눈앞에 펼쳐진다.
해남군 관계자는 "영화를 단기간에 촬영해야 했기 때문에 간판은 대부분 목재로 제작했다"며 "촬영을 위해 임시로 만든 간판이었지만, 레트로한 분위기가 좋아 지금도 그대로 사용하는 상점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영화의 상징적인 소품인 스텔라 경찰차도 영화 속 모습 그대로 재현했다. 관계자는 "전시된 차량은 실제 촬영에 사용된 차가 아니다. 촬영 차량은 이미 반파된 상태"라며 "해남에 차량을 수집하는 분이 계신다. 현대 스텔라를 소장하고 계셔서 차량을 무상으로 빌려 영화 속 모습과 똑같이 제작했다. 흔쾌히 협조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의 생활 공간이던 편의점은 영화 속에서 동네의 '선일 슈퍼'로 변신했다. 촬영이 끝난 뒤 다시 본래 모습을 되찾은 이곳에는 나홍진 감독과 배우 황정민, 정호연 등이 함께 찍은 사진이 걸려 있었고, '호프 대박 기원'이라는 문구도 붙어 있어 눈길을 끌었다.
직접 만난 주민 김 씨는 "원래 이곳에서 살았지만 이렇게 관광객이 많이 찾은 적은 처음"이라며 "장소를 안내하느라 입이 아플 정도"라고 웃었다. 이어 "'호프'가 더 흥행해 더 많은 관광객이 찾아왔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실제 촬영 현장은 배우들에게도 특별한 기억으로 남았다. '호프'의 배우 황정민은 최근 유튜브 '나영석의 나불나불'에 출연해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실제 건물을 유지한 채로 그 앞에 두꺼운 가벽을 세워서 영화 속 시대상을 구현했다. 그 주변에 동네 어르신들이 다 산다. 주민들이 '레디 액션'하면 기다렸다가 컷하면 나가시더라. 이 신만큼은 잘 찍어야 된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배우들에게 특별한 현장이었던 만큼, 주민들에게도 영화 촬영은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았다.
해남군 관계자는 "상가들이 촬영에 협조한 만큼 영화사 측에서도 적절한 보상을 진행했다"며 "주민분들도 시골 마을에서는 좀처럼 경험하기 어려운 일이다 보니 촬영 자체를 즐겁게 받아들이셨다. 배우들이 집 앞에서 뛰어 다니며 촬영하고, 화장실을 빌려 쓰는 것조차 신기하고 재미있었다고 하시더라. 촬영 당시에는 다소 불편한 점도 있었겠지만, 지금은 황정민, 정호연 등 주연 배우들이 마을을 오가며 촬영했던 경험을 특별한 추억으로 이야기하신다. 덕분에 주민들의 협조도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한때 '낙후된 곳'으로 불렸던 공간은 이제 '1980년대 감성을 간직한 거리'로 탈바꿈하며 새로운 관광 명소로 떠오르게 됐다. 실제로 남창리의 슈퍼와 커피숍, 인근 식당에는 평소보다 손님이 크게 늘었다.
관계자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와 이곳 식당과 카페에도 활기가 돌고, 지역 상권으로 이어지는 수익 창출 효과가 생기면 가장 좋겠다"며 "남창은 예전에는 낙후된 마을이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이번 영화를 계기로 오히려 옛스러운 분위기와 레트로 감성이 하나의 매력이 됐다. 단기간 반짝하는 관광지가 아니라 꾸준히 사람들이 찾는 공간으로 자리 잡는 것이 우리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