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간이 참 빠르네요. 이제는 즐기면서 노래하고 싶어요."
가수 박영미(45)가 18년간의 공백을 깨고 미니앨범 '뉴 에라(New Era)로 돌아왔다. 미니앨범의 타이틀처럼 자신의 음악에서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다시 무대에 서게 됐다. 90년대의 디바라고 불렸던 박영미가 왜 18년이라는 긴 공백을 갖게 됐는지, 어떻게 다시 대중에게 돌아오게 됐는지 직접 만나 들어봤다.
"1997년 솔로 4집 앨범 '파혼' 이후 18년 만에 다시 혼자 노래를 부르게 됐어요. 중간 중간 뮤지컬도 하고, OST노래를 부르기도 했지만 이렇게 솔로 앨범을 낸 것은 정말 오래됐어요. 어떻게 시간이 이렇게 빠르죠? 저도 제가 이렇게 오랜만에 나오게 될 줄 몰랐어요."
박영미는 컴백이 늦어진 이유로 10여 년 전 받았던 성대낭종 수술을 언급했다. 당시 성대 결절이라고 생각하고 병원을 다니며 간단히 치료만 받았는데, 알고 보니 이보다 심각한 성대낭종이었던 것.
"서울대 병원에 입원해 간단한 수술을 받았어요. 가수가 성대수술이라니. '아, 이제 노래하는 것은 끝났구나'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학생들 가르치는 것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후 아이들을 가르쳤어요. 다행히 수술 잘하고 회복 됐어요. 목소리가 회복되니까 앨범 욕심이 났어요. 다시 앨범을 준비해야지 마음은 먹었는데 진행이 더뎠어요. 방송 출연도 타진하고 포레스트라는 그룹을 만들어 프로젝트 앨범도 냈어요. 그러다 지난해부터 새 앨범 만들겠다고 마음먹고 이렇게 나왔어요."
박영미는 1989년 '이젠 잊고 싶어요'로 강변가요제 대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강변가요제 수상 이후 바로 데뷔를 한 박영미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자신의 목소리에 맞는 음악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고 가수가 됐다. 원래 가수에 대한 꿈이 있었지만 음악에 대해 제대로 배우거나 구체적인 조언을 해주는 사람들은 많이 없었다.
"그 당시에는 섬세한 발라드가 주류였어요. 그런데 저는 소울풍한 흑인 음악을 추구했죠. 당시에 그런 노래가 내 목소리에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강변가요제 대상을 탔던 때가 딱 20살이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제가 밑바닥을 거치고 고민을 하고 가수 생활을 시작했으면 스스로의 생각이 많았을 텐데, 그런 것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아직 가수로서의 정체성이 서지 않아서 혼란스러웠어요. 학교에 가면 학생인데, 또 방송국에 가면 연예인이라고 하니까요.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했기 때문에 힘든 점이 있었어요."
그동안 계속해서 소울풍한 흑인음악을 추구했던 박영미는 18년만에 내 놓은 컴백 앨범에서 그 동안 추구하던 것과 전혀 다른 컨트리풍의 음악을 가지고 나왔다. 그동안 휘트니 휴스턴 같은 흑인 팝을 추구했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셀린 디온이나 머라이어 캐리 같은 백인 가수들의 컨트리 팝을 시도했다.
"사실 그동안 흑인 음악이 나의 베이스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과연 맞을까?' 라는 의문을 제기했어요. 저와 친한 작곡가 친구가 이야기 해주더라고요. 사실 제 목소리는 소울보다는 팝이 맞다고 이야기 해줬어요. 너무 간단한 이야기인데, 저는 십 수 년 동안 다른 노래를 불렀던 거죠. 노래를 해보니 내가 찾던 게 이런 음악이었구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실 컨트리 음악은 팝의 근원이거든요. 앞으로 제가 무슨 음악을 해야 되는지에 머리가 투명해 졌어요."
박영미는 가수 활동을 쉬면서 음악 선생님으로 제자들을 가르쳤다. 그가 가르친 가수는 에일리, 유성은 등 파워풀한 보컬을 가진 여자 가수들. 그는 제자들 언급하며 애정을 전했다. 또한 최근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아이돌 가수들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털어놓기도 했다.
"저도 어린 나이에 가수로 데뷔했지만, 사실 그때는 즐기지 못했어요. 요즘 아이돌 가수들을 보면 어렸을 때부터 준비를 많이 한다는 것을 느꼈어요. 어렸을 때부터 타고나는 끼가 있어야 하잖아요. 준비까지 철저히 하는 환경에서 너무 특별한 가수들이 많더고요. 부러운 생각이 들었어요. 한편으로 요즘 참 많이 치열해진 것 같아요. 저희 때는 뭔가가 모자라도 낭만이 있었는데 요즘은 경쟁력이 더 중요해진 것 같아요. 그래서 아이돌 가수를 보는 시선에는 부러움과 안타까움이 공존하는 것 같아요."
90년대 디바로 사랑받다가 18년 만에 돌아온 박영미는 변화 된 모습으로 관객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는 하반기 싱글을 하나 더 발표하고, 무대 위에서 공연을 열 계획도 잡고 있었다. 활발한 활동을 준비하고 있기에 그에게는 올 한해가 더욱 특별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저는 목소리가 나올 때까지 노래하고 싶어요. 앞으로 박영미라는 이름의 음악적 색깔이 대중에게 인식 됐으면 좋겠어요. 색깔 있는 가수, 즐기면서 하는 가수가 되겠다는게 저의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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