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세 번째 미니앨범 '너랑' 발매

홍대광(31)과 벌써 세 번째 인터뷰다. 과거 앨범을 낼 때마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알다가도 모를 '외로움'의 늪에 빠져들곤 했다. 음악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던 버스킹 시절의 이야기, 사랑에 서툴렀던 과거를 떠올리며 멋쩍게 웃고 있는 표정을 보면 덩달아 가슴이 찡해졌다.
그의 자작곡 중 이별 정서가 짙게 깔린 노래들이 많은 사랑을 얻고 있는 점과도 일맥상통한다. 모처럼 재회한 자리에서 "쓰는 곡마다 왜 이리 찌질(?) 한가"라고 농담 섞인 질문을 던졌더니 홍대광은 허허 웃으며 화답했다. "타고나서 어쩔 수 없나 봐요."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조금은 변화가 찾아온 듯하다. 18일 발표한 세 번째 미니앨범 '너랑'은 이전과 다른 '밝고 달달한' 분위기가 풍긴다. 타이틀곡인 '너랑'을 비롯해 수록된 5곡은 대화체 가사와 듣기 편한 보컬이 잘 조화를 이룬 곡들이다. 목소리에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여유로움까지 묻어난다.
"전보다 따뜻하고 편안하게 부르려고 애를 썼어요. 오랫동안 쉬어서 그런가 봐요.(웃음) 심신이 많이 편해졌고, 노래에도 그런 따뜻한 감성이 잘 실린 것 같아요. 굳이 표현하자면 지친 마음에 편안함을 주는 '박스 티셔츠'나 '안락의자' 같은 음악이랄까요."

홍대광의 새 앨범은 지난해 3월 출시한 두 번째 미니앨범 '더 실버 라이닝(The Silver Lining)' 이후 무려 1년3개월 만이다. 그 사이 그는 전국 곳곳에 여행을 다니거나 평소 배우고 싶었던 컴퓨터 작곡법과 현악기 등을 배우며 알토란같은 시간을 보냈다.
"요즘 컴퓨터로 음악 만드는 재미에 푹 빠져있어요. 훨씬 빠르고 재밌게 하는 법을 알게 됐죠. 오래 전부터 하고 싶었던 첼로도 배우고 있어요. 여행을 다니면서 틈틈이 곡도 쓰고, 짬짬이 연애도 했어요. 외로움도 통하니까 인연이 닿는 것 같아요."
음악적으로는 '프로듀서 교체'를 가장 큰 변화로 꼽았다. "1,2집을 같은 프로듀서와 작업하면서 생긴 틀이 있었어요. 새로운 분들과 작업하면서 그런 틀을 많이 깨게 됐죠. 대중음악을 오래하신 분들이라 대중과 소통하는 방법에 있어 뭔가 탁월한 느낌이 있더라고요. 많은 공부를 한 느낌이에요."
지난 몇 개월간 써낸 100여 곡 중 자작곡은 단 1곡만 실었다. 그는 "제가 만든 곡들은 기본적으로 어두운 감성이 좀 있어서 이번 앨범에 수록하기가 자칫 무거울 수 있더라"며 "감성적으로 예민한 가을에 선보일 것"이라고 웃었다.

히트 작곡가 방시혁 사단의 원더키드(Wonderkid)와 루반(Luvan)이 프로듀싱한 앨범 전반엔 특유의 따뜻하고 포근한 이미지와 희망적인 메시지가 주를 이룬다. 타이틀곡 '너랑'은 미디엄 팝 발라드 곡으로, 연인과 사랑을 하고 있는 한 남자가 집에 혼자 있는 동안 느낀 '순간의 외로움'을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따뜻한 기타 사운드에 스토리와 감정에 충실한 그의 감미로운 보컬이 돋보인다.
'너랑'의 작사에 참여한 그는 "처음엔 사랑하는 연인들의 따뜻한 이야기였는데, 가사를 고치는 중에 뭔가 짝사랑하는 사람이나 권태가 온 연인에게도 공감이 가도록 여러 감정들을 나만의 감성에 투영시켜 내려 했다"며 "녹음 일정을 바꾸면서까지 가사를 계속 수정했던 노래"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미리 공개한 '잘 됐으면 좋겠다' 역시 경쾌한 미디엄 템포의 곡이다. 곡명 그대로 강렬한 긍정 에너지를 극대화한 곡으로, 결혼 행진곡을 차용한 중독적인 멜로디와 희망적인 메시지가 부각됐다.
또 달달한 앨범 전체 분위기를 대표하는 '달려가 안아 줄 거야', 결혼식 축가로 잘 어울리는 감성 발라드 곡 '나란히 둘이서' 등이 감미로운 그의 보컬을 밝게 살려낸다.
자작곡 '비가 내리면'은 지난해 온스타일의 '펫토리얼리스트'를 통해 입양했던 유기견 '탄이'를 떠나보내며 쓴 추모곡이다. 그에게 많은 추억을 안겨줬던 '탄이'와의 가슴 아픈 이별을 노래한 가사가 애처롭다.
"연예인이 되고 나니 친했던 지인들도 뭔가 거리를 두네요. 마치 군중 속의 고독처럼 외로웠어요. '탄이'한테 '힐링'을 많이 받았죠. 그런데 거짓말처럼 죽어버렸으니 '멘붕'이 왔죠. 화장하는 날, 죽은 강아지를 안고 바다를 보러 갔어요. 때 마침 비가 뚝뚝 떨어지는 데 꼭 눈물 같더라고요. 그때 비를 맞으면서 가사를 썼죠. 녹음도 '원샷'에 끝냈어요. 다시 불러도 처음 몰입하면서 부른 그 감성을 이길 수 없더라고요."

지난 2012년 Mnet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시즌4를 통해 이름을 알린 그는 이듬해 첫 미니앨범 '멀어진다'를 발표하고 가요계에 정식 데뷔했다. 어느덧 데뷔 3년차가 된 그는 점점 시간이 흐르면서 '부담'을 내려놓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고 했다.
그는 "데뷔년도에는 마냥 이 세계가 무서웠고, 2집 때는 알 것 같으면서 몰랐다"며 "3집이 되니까 뭔가 좀 알 것 같더라. 많이 편해졌다. 이젠 소신 있게 갈 수 있다. 예전에는 하나라도 잘 못되면 가수 인생 끝나는 줄 알았다"고 웃었다.
또 홍대광은 지난해 여름 EBS FM 라디오 DJ를 맡으면서부터 대중과 소통하는 즐거움과 마음의 여유를 점점 찾게 됐다고 했다. 매주 음악 뿐 아니라 에세이를 소개하고, 직접 써내려가면서 감성은 더 깊어지고, 시야는 넓어지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에세이를 써보니 작사에도 많이 도움이 되더군요. 라디오 DJ는 정말 매력적인 직업 같아요. 누군가에게 위로와 따스함이 되고 싶은 제 인생관과도 잘 맞아요. 가능하면 배철수 선배처럼 10년 이상 DJ를 하고 싶어요."
'소통의 통로'란 이상향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홍대광, 이제 이루고 싶은 꿈은 뭘까. "음..가을이나 겨울에 또 한 번 앨범도 내야죠. 노래로 소통하는 것만큼 좋은 게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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