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난도 이런 유난이 없다.
단 60분의 공연을 위해 대한민국의 심장인 광화문 일대가 그야말로 마비됐다.
3년 5개월 만에 군 복무를 마치고 완전체로 돌아온 보이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귀환이라는 거창한 명분이 있었지만, 그 이면에는 수많은 시민들의 불편과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촌극이 혼재했다.
지난 21일 오후 8시 광화문 광장에서 개최된 방탄소년단(RM, 진, 슈가, 제이홉, 지민, 뷔, 정국)의 다섯 번째 정규앨범 '아리랑(ARIRANG)' 발매 기념 공연 'BTS 컴백 라이브: ARIRANG(BTS THE COMEBACK LIVE | ARIRANG)'은 시작 전부터 요란했다.



서울시는 공연 당일 인파가 몰릴 것을 우려해 광화문역·시청역·경복궁역 등 인근 주요 지하철역은 무정차 통과를 강행했고, 도로와 일대 건물 총 31곳의 출입도 통제했다. 게다가 광화문 광장 주변을 지나는 일반 시민들조차 무려 31개나 설치된 게이트에서 공항을 방불케 하는 문형 금속탐지기를 통과해야 했고, 가방 속 작은 주머니까지 샅샅이 뒤지는 경찰의 삼엄한 몸수색을 당해야만 했다. 때문에 방탄소년단과 전혀 관련이 없는 시민들은 발이 묶여 볼멘소리를 터뜨렸다.
현장의 아수라장 역시 혀를 내두르게 했다. 전 세계에서 몰려든 글로벌 아미(팬덤명)들의 순수한 열정 틈바구니로 한몫 단단히 챙기려는 불법 잡상인들이 진을 쳤고, 자극적인 라이브 방송으로 조회수를 노리는 유튜버들과 확성기를 든 종교인들까지 난입해 광장의 질서를 무참히 흐렸다.
여기에 관객수 추산을 두고 벌어진 상황은 씁쓸함을 더했다. 현장을 통제한 경찰 측은 비공식적으로 4만 2000명이라고 선을 그은 반면, 소속사 하이브 측은 "당사와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추산한 결과, 내·외부 합계 10만 4000명이 현장을 찾은 것으로 추산됐다. 티켓 예매자수, 통신 3사, 알뜰폰 이용자, 외국인 관람객 수 등을 종합한 추정치다"라는 두 배가 훌쩍 넘는 수치를 내놓으며 고무줄 인파 논란까지 자초했다.


이쯤 되면 '도를 넘은 민폐'라는 꼬리표가 붙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광화문 광장 위 무대 조명이 켜지고 7명의 멤버가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현장을 가득 채웠던 온갖 짜증과 우려는 씻은 듯이 사라졌다.
50명의 무용수와 함께 액자 프레임 형태의 큐브 무대에 선 방탄소년단은 광화문과 경복궁을 배경 삼아 압도적인 오프닝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조선시대 장군의 갑옷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의상은 한국적인 미와 그들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극대화하며 웅장함을 뿜어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셋리스트였다. 오랜만의 귀환인 만큼 대중적인 메가 히트곡으로 쉽게 갈 법도 했지만, 총 12곡 중 무려 8곡을 신보 '아리랑'의 수록곡으로 꽉 채우며 오직 퀄리티와 퍼포먼스로 승부하겠다는 오만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앙코르 무대 '소우주'에서 점차 광화문으로 번진 별빛이 북두칠성이 되어 관객들의 눈앞에 띄워졌을 때, 고작 1시간짜리 공연을 위해 서울 한복판을 틀어막았던 일련의 유난스러운 과정들은 어느새 완벽하게 납득 가능한 시간으로 변모해있었다.
숱한 잡음과 어수선함 속에서도 끝내 마이크 하나, 무대 하나로 대중을 납득시켜 버리는 압도적인 스케일과 실력을 보유한 방탄소년단. 이는 다양한 비판 속에서도 방탄소년단이 굳건히 왕좌를 지키고 있는 이유이자, 어떠한 민폐 논란도 잠재워버리는 대체 불가한 방탄소년단의 진짜 이름값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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