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난도 이런 유난이 없다.
국어사전에 등재된 일반명사가 언제부터 특정 가수의 전유물이 되었을까. 가수 박재정의 팬클럽명 '나무'를 두고 집단 항의에 나섰던 박효신 팬덤 '소울트리'가 기막힌 역풍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박재정은 최근 데뷔 후 처음으로 공식 팬클럽 1기의 명칭을 자신의 별명과 연결된 의미를 담아 '나무'로 공지했다. 그러자 박효신 팬덤이 벌떼처럼 일어났다. 자신들이 오랜 시간 박효신을 '나무'라는 애칭으로 불러왔으니 후배 가수가 이 단어를 쓰는 것은 상도덕에 어긋나며 혼란을 야기한다는 황당한 주장이었다.
결국 극성스러운 집단 항의에 백기를 든 박재정 측은 고개를 숙이며 팬클럽명을 취소했다. '나무'라는 평범한 단어를 썼다는 이유로 후배 가수가 사과문까지 올려야하는 촌극이 발생한 것. 심지어 박효신 팬클럽 명칭이 '나무'가 아님에도 단순 애칭이 겹친다는 어처구니 없는 이유는 대중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소울트리'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들의 도를 넘은 억지 논리는 결국 제 발등을 찍었다.
박효신 팬덤이 박효신을 신격화하며 부르는 또 다른 절대적인 호칭이 있다. 바로 '대장'이다. 여기서 치명적인 모순이 발생한다. 대한민국 대중음악사에서 '대장'이라는 호칭은 '문화 대통령' 서태지 팬덤이 서태지를 부르던 절대적이고 고유한 상징이다. 1990년대부터 이어져 온 가요계의 역사적인 호칭을 박효신 팬덤은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입맛대로 가져다 쓰고 있다.
'소울트리'의 잣대라면, 박효신 팬덤도 가요계 대선배인 서태지와 그의 팬덤에 대한 명백한 상도덕 위반이자 기만이다. 후배 가수가 '나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대역죄고, 자신들이 대선배의 고유한 상징인 '대장'을 가져다 쓰는 것은 그저 사랑스러운 애칭일 뿐인 걸까.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인 '내로남불'의 끝판왕인 셈이다.
후배 가수의 앞길에 딴지를 걸며 '나무' 한 그루에 집착하던 '소울트리'. 정작 자신들은 남의 '대장' 행세를 하며 가요계의 역사마저 무시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 남의 입을 막기 전에 본인들의 모순부터 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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