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K팝 4세대 아이돌 그룹이 세계 음악 시장에서 눈부신 성과를 거두며 K팝의 새로운 주역으로 떠올랐다. 3세대 선두주자인 방탄소년단을 비롯한 선배들이 일궈놓은 글로벌 영향력을 자연스럽게 이어받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확장하며 K팝의 외연을 넓혀가고 있다. 특히 데뷔 후 비교적 짧은 기간에 뚜렷한 성과를 내며 빠르게 스타덤에 올랐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K팝이 더 이상 일부 아티스트의 성공에 머무르지 않고 세대를 거듭하며 지속 가능한 글로벌 음악 장르로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스타뉴스는 창간 22주년을 맞아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눈부신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는 K팝 4세대 아이돌 그룹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미지의 광야와 거대한 다중우주 모두를 섭렵한 4세대 아이돌그룹이 있다. 자신들만의 문법으로 정체성을 각인한 에스파(aespa, 카리나 윈터 지젤 닝닝)의 이야기다.
데뷔 초부터 독창적인 세계관을 구축해온 에스파는 가상 세계인 광야(KWANGYA)에서 디지털 자아 아이(ae)와 공존하는 서사를 지녔다. 나아가 이에 그치지 않고 다중우주로 세계관을 확장, 가상과 현실을 오가며 독보적인 행보를 펼쳐왔다. 이 같은 파격적인 콘셉트는 대중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고, 지난 7년 동안 꾸준히 커리어 하이를 달성한 에스파의 기반이자 초심, 그리고 원동력이 되고 있다.

에스파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인 2020년 11월 17일 데뷔 싱글 '블랙 맘바'(Black Mamba)를 발매하며 데뷔했다. '가상의 또 다른 자아인 아바타를 만나 새로운 경험을 한다'는 모토의 SM 컬처 유니버스(SMCU) 프로젝트 포문을 화려하게 열어젖힌 팀이기도 하다. 이들은 자신의 아바타인 아이(ae)와 교감하는 동시에 둘 사이를 방해하는 빌런 '블랙 맘바'에 맞선다는 내용의 거대한 모험 서사로 데뷔와 동시에 큰 화제를 모았다.
'블랙 맘바'는 시그니처 신스 사운드와 강렬한 베이스를 바탕으로 한 파워풀한 댄스곡으로, 캐치한 훅이 돋보이는 데뷔곡이었다. 뜨거운 관심을 증명하듯 '블랙 맘바' 뮤직비디오는 공개 24시간 만에 유튜브 조회 수 2100만뷰를 기록하며 K팝 데뷔곡 뮤직비디오 사상 24시간 최고 조회 수를 달성했다. 나아가 이듬해 1월 8일 오전 5시 35분경 유튜브 조회 수 1억뷰를 돌파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는 뮤직비디오 공개 51일 12시간 만에 이룬 결과로 역대 K팝 그룹 데뷔곡 뮤직비디오 사상 최단 기록라는 점에서 유의미했다.
세계관이 워낙 강렬했던 탓인지 4세대 그룹 중 가장 실험적인 팀이라는 평가도 뒤따랐다. 대중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에스파 세계관에 대한 설명이 반드시 수반돼야 했으며, 때로는 이 지점이 에스파의 음악을 온전히 즐기는 데 일종의 방해물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대중 가요에 있어 '실험적'이라는 표현이 곧 부정적인 의미만은 아니라는 것을, 에스파는 매 앨범마다 몸소 증명해왔다. '블랙 맘바'와 최후의 대결을 벌인 이들은 이후 '넥스트 레벨'(Next Level), '새비지'(Savage), '스파이시'(Spicy)', '수퍼노바'(Supernova), '아마겟돈'(Armageddon), '위플래시'(Whiplash) 등 짙은 개성이 돋보이는 히트곡들로 대중성과 팬덤의 지지를 동시에 확보하며 4세대 대표 주자로 우뚝 섰다.


에스파를 관통하는 수식어는 '쇠맛'이다. 2021년 발매한 메가 히트곡 '넥스트 레벨'을 비롯해 '새비지', '수퍼노바', '아마겟돈' 등으로 이어지는 에스파의 음악적 계보에는 차갑고 날카로운 느낌이 물씬 서려 있다. 물론 중간중간 다른 장르의 곡들을 통해 다양한 매력을 구축하기도 했지만 에스파 사운드의 '근본'은 쇠맛이라는 데 의견이 모일 것이다.
특히 전국민들 디귿(ㄷ)춤 열풍에 빠지게 한 '넥스트 레벨'을 기점으로 대중과 팬덤, 두 마리 토끼를 완벽하게 잡은 에스파는 '아시아 아티스트 어워즈 2021'(Asia Artist Awards 2021, AAA 2021)에서 대상에 해당하는 '올해의 스테이지상'을 포함해 '핫 트렌드', '신인상' 등 3관왕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AAA 2021'을 통해 대상 가수로 거듭난 에스파는 시상식 후 스타뉴스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저희가 워낙 독특한 콘셉트를 가진 팀이지 않나. '넥스트 레벨'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해 주실지 걱정도 많고 궁금했다"며 "처음부터 독특한 세계관이 있어서 주목을 받았던 것 같다. 많은 분들이 저희를 눈여겨 봐 주신 게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

'넥스트 레벨'은 에스파에게 글로벌 커리어 하이의 기쁨도 안긴 효자곡이기도 하다. 이 곡으로 당시 빌보드 200 차트에서 K팝 걸그룹 최고 순위 경신, 영국 유명 음악 전문 매거진 NME 선정 '2021년 베스트 송 50' 목록 45위에 이름을 올리며 눈부신 커리어 하이를 써내려갔다.
괄목할 만한 성과는 이에 그치지 않았다. 2022년 발매한 미니 2집 '걸스'(Girls)로는 161만 장으로 K팝 걸 그룹 선주문량 신기록을 경신한 데 이어 발매 첫 주 142만 장의 판매고(써클차트 기준)로 K팝 걸 그룹 최초 초동 밀리언셀러에 등극했다. 이듬해인 2023년 5월 발매한 미니 3집 '마이 월드'(MY WORLD)는 초동 판매량 169만 장을 돌파하며 K팝 걸 그룹 초동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고, 같은 해 11월 발매한 '드라마'(Drama)로 초동 판매량 113만 장을 기록하며 3연속 밀리언셀러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커리어의 정점은 2024년 발매한 정규 1집 '아마겟돈'으로 이룩했다. 당시 이 앨범으로 멜론 최장기 1위 수성을 비롯해 전 음원 차트 퍼펙트 올킬(PAK)이라는 대기록을 썼으며 '빌보드 위민 인 뮤직 2025'에서 '올해의 그룹상'을 차지하는 등 압도적 성과를 거뒀다.

알싸한 쇠맛은 짜릿한 신맛으로 변모했다. 지난 5월 선보인 정규 2집 '레모네이드'(LEMONADE)를 통해서다. 이 앨범에는 동명의 타이틀곡을 비롯해 'WDA'(Whole Different Animal), '스위치블레이드'(Switchblade), '쉐이킨'(SHAKIN), '바이트'(Bite), '롤'(Roll) 등 총 11곡이 수록된 가운데, 신스 베이스 사운드가 중독적인 일렉트로닉 댄스곡을 타이틀곡으로 내세우며 여름 가요계를 정조준했다.
대중은 에스파의 새롭고 영리한 변모에 화답을 멈추지 않았다. 이 앨범은 103만장의 판매고를 올렸으며, 이는 전작인 미니 2집 '걸스', 미니 3집 '마이 월드', 미니 4집 '드라마', 정규 1집 '아마겟돈', 미니 5집 '위플래시', 싱글 '더티 워크', 미니 6집 '리치 맨'에 이은 통산 8번째 밀리언셀러 달성이다. 또한 빌보드 200 차트 9위에 진입하며 통산 3번째 톱10을 기록한 것은 물론, 영국의 오피셜 싱글 차트 데뷔 이후 첫 진입, 프랑스음반협회(SNEP)의 톱 앨범 차트 13위 등 각종 글로벌 주요 차트에서도 존재감을 과시했다.

다만 에스파가 지난해 6월과 9월에 각각 발표한 '더티 워크'와 '리치 맨'을 두고 엇갈린 평가는 눈여겨볼 만하다. 대중과 팬덤이 에스파에게 기대하는 것과 에스파의 향후 행보 사이 간극을 좁힐 만한 힌트가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더티 워크'와 '리치 맨'에는 에스파 특유의 미래지향적 콘셉트가 아닌 절제된 다크 에너지가 녹아 있다. 새로운 이들의 모습에 '더티 워크'는 선주문량 101만 장을 넘겼고, '리치 맨'도 선주문량 111만 장을 돌파했다. 특히 '리치 맨'의 경우 아이튠즈 톱 앨범 차트에서 전 세계 29개 지역 톱 10, 중국 QQ뮤직에서 전체 및 EP 디지털 앨범 판매 차트 1위를 기록하며 '플래티넘' 인증(판매액 100만 위안 초과)을 받는 등 글로벌 차트에서 뛰어난 기량을 자랑했다.
하지만 차트에서 일군 성과와 별개로 음악, 퍼포먼스 면의 평가는 다소 엇갈린 것이 사실이다. 기존 콘셉트를 탈피해 새로운 변화를 꾀한 것은 반길 일이나 곡 자체와 퍼포먼스에서 임팩트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아쉬움이 큰 상황 속, 에스파가 '리치 맨' 발매 직후 미국 ABC 아침 프로그램 '굿모닝 아메리카'(Good Morning America)에서 펼친 무대는 곧장 실력 논란으로 번졌다. 댄서들 없이 네 멤버로만 꾸민 무대의 낮은 완성도, 댄서가 필요한 안무를 변경하지 않은 안일함, 따로 노는 듯한 멤버들의 안무 등에 지적이 쏟아진 것. 그중 가장 많은 지적을 받은 부분은 립싱크였으며, 미국 방송 무대에 서는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뒤따랐다.

그럼에도 에스파가 꾸준히 우상향 중이라는 점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국내외 팬덤의 강력한 지지를 기반으로 세계 무대에서 꾸준히 성과를 이루는 자체만으로 이들의 존재감은 상당하다. 여기에, 고척돔 입성도 이뤄냈다. 에스파는 이달 7일과 8일 양일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싱크:컴플렉시티'(SYNK:COMPLaeXITY)를 개최하고 4번째 월드투어의 화려한 포문을 열었다. 이번 공연에 이틀간 관객 3만 5000명 관객이 몰려 만석을 기록했다. 국내 걸그룹의 고척돔 단독 공연은 2023년 블랙핑크 이후 2번째로, 에스파가 가진 영향력과 파급력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
한 가요 관계자는 "에스파는 음악, 세계관, 비주얼 등이 유기적으로 맞물린 탄탄한 팀"이라며 "SMP(SM Music Performance)의 계보를 자신들만의 색깔로 소화하고 있다고 본다. 지난해 발표한 곡들에 대해선 (대중의) 호불호가 다소 갈리는 경향도 있었으나 정규 2집 '레모네이드'를 통해 트렌디함과 대중성 모두를 잡은 듯한 인상"이라고 생각을 밝혔다.
그러면서 "'레모네이드'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호성적을 거둔 만큼, 대중의 관심은 자연스레 에스파의 다음 스텝으로 향할 거다. 틀을 깨고 새로움을 추구하는 에스파와 고유한 음악적 정체성을 지키는 에스파, 이 두 가지 모습의 간극을 줄여 더욱 견고한 디스코그래피를 쌓아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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