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엽기, 잔혹, 코믹, 순수, 섹시... 올 한해 여배우들은 그 어느때보다 폭넓은 변신으로 2005년 한국영화의 새로운 중훙을 이끌었다. 관객 역시 환호로 답했다.
김수미의 변신이 돋보이는 '마파도'가 올초 300만 관객을 모으며 뜻밖의 대박을 친 뒤, 한동안 위기론에까지 휩싸였던 우리 영화를 끌어올린 건 이영애의 '친절한 금자씨'와 강혜정의 '웰컴 투 동막골'이었다.
이어진 가을엔 전도연의 '너는 내 운명'과 엄정화의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등이 쏟아져 나왔다. 자신이 갖고있던 기존의 이미지를 용감하게 벗어던진 여배우들의 파격적인 행보는 올 한해 영화계를 꿰뚫는 키워드 가운데 하나다.
김수미..올해의 발견! 엽기할매부터 우리시대 어머니까지
올해는 배우 김수미를 재발견한 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 3월 박스오피스를 강타한 '마파도'의 엽기할매 5인방으로 시작한 그녀의 행보는 연말까지 바쁘게 이어졌다.
'간 큰 가족'에서는 한국이 통일됐다는 간 큰 사기극에 가담한 귀여운 어머니로, 코미디 영화 사상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운 '가문의 위기'에서는 카리스마 넘치는 조폭 대모로 분했다.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에선 카사노바에 정기를 빨린 왕년의 절세미녀 이사벨까지. 그녀의 변신은 끝이 끝이없다. 현재 촬영 중인 '맨발의 기봉이'에서는 평범한 농촌의 어머니로 색다른 모습을 보일 예정.
이영애..달콤한 미소는 페이크. 냉소와 잔혹의 핏빛복수
'너나 잘하세요.' 밀가루처럼 하얀 얼굴, 뚱한 표정의 이영애가 그 한마디를 내뱉는 순간, '금자씨'의 파격은 시작됐다. 환한 피부와 탄력있는 머릿결, 도도한 미소의 CF 속 천사로 남을 것 같았은 이영애는 영화 '친절한 금자씨'를 통해 더욱 미스터리하고 매력적인 배우로 거듭났다.
그녀가 맡은 역할은 13년간 복수를 꿈꿔온 아름다운 마녀 금자. 잔혹한 복수를 마친 뒤, 빨간 눈화장에 터진 입술을 하고 우는 듯 웃는 듯 카메라를 쳐다보던 그녀의 얼굴은 잊을 수 없는 이미지다. 영화계는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안기는것으로 그녀의 변신에 갈채를 보냈다.
엄정화..배우 엄정화의 잠재력은 어디까지? 제2의 전성기
올 하반기에는 엄정화의 활약이 눈부셨다. 일곱색깔 사랑이야기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과 잔혹 복수극 '오로라 공주'에서 그녀가 맡은 역할은 젊고 아름다운 어머니. 그러나 '내 생애…'의 엄정화가 귀엽고 섹시한 매력적인 미시족이라면 '오로라 공주'의 엄정화는 차갑고 무자비한 복수의 화신이다.
이들 작품은 섹시한 도시여성의 대표주자로 알려졌던 엄정화가 배우로서 얼마나 많은 잠재력을 갖고 있는지, 얼마나 대단한 열의의 소유자인지를 알게하는 계기가 됐다. 이에 충무로의 러브콜도 급증했다. 피아노학원 선생님으로 분한 차기작 '호로비츠를 위하여'를 촬영중인 그녀에게 현재 데뷔 이후 가장 많은 시나리오가 쇄도중이다.
강혜정..파격 노출도 바보 연기도 OK. 겁없는 다크호스
지난해 '올드보이'로 자신의 존재를 새로이 알린 강혜정은 올해 '연애의 목적'과 '웰컴 투 동막골'로 진가를 선보이며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갔다. 박해일과 호흡을 맞춘 '연애의 목적'에서 강혜정은 파격적인 노출연기까지 감행하며 대담하고 솔직한 연애담을 그려냈고, 800만 관객을 모은 '웰컴 투 동막골'에선 백치 소녀 역을 맡아 코믹하기까지 한 순수의 극치를 선보였다.
일명 '센' 연기에서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는 능력과 독특한 작품 감식안은 그녀를 또래 배우들과 확연히 구분하게 한다. 연인 조승우와 함께 한 새 멜로영화 '도마뱀'이 내년 개봉을 앞둔 가운데 그녀는 '올드보이'의 박찬욱 감독과 차기작 '사이보그지만 괜찮아'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전도연..팔색조가 따로있나. 300만 울린 변신의 귀재
행복의 순간 에이즈에 걸렸음을 알게 된 비운의 다방레지. 올해 300만 관객을 모은 '너는 내 운명'의 여주인공 캐릭터를 본 많은 이들이 한결같이 떠올린 배우는 전도연이었다. 순진한 시골 처녀부터 요염한 팜므파탈, 적숙한 조선시대 여인까지.
팔색조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톱배우 전도연은 올해 '너는 내 운명'을 통해 자신의 진가를 다시 한 번 발휘했다. 그리고 평단과 관객의 지지를 온몸에 받으며 대한민국영화대상과 영평상 등을 휩쓸었다. 대통령의 딸로 분한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으로 안방극장에서도 건재한 인기를 확인한 그녀의 차기작은 벌써부터 관심의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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