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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호의 MLB산책] 다시 시작된 이치로의 도전, 과연..?

[장윤호의 MLB산책] 다시 시작된 이치로의 도전, 과연..?

발행 :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사진


일본이 배출한 ‘타격기계’ 스즈키 이치로가 29일 마이애미 말린스와 200만달러에 계약했다. 이날 일본 도쿄에서 거행된 이치로의 계약 발표에는 말린스의 데이빗 샘손 사장과 마이클 힐 경기담당 사장, 댄 제닝스 단장 등 5명의 구단 중역이 18시간에 걸쳐 비행기를 타고 태평양을 건너와 참석했다. 이처럼 팀 수뇌부가 일본까지 총 출동한 것은 이치로와의 계약이 단순한 팀의 백업 외야수 겸 대타요원과의 계약 이상의 의미가 있음을 보여준다.


1973년 10월22일생으로 현재 나이가 만 41세인 이치로는 메이저리그에서 지난 14년간 뛰면서 수많은 기록을 만들어낸 일본야구의 전설이다. 지난 2001년 역사상 처음으로 일본프로야구에서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포지션 플레이어가 된 이치로는 첫 해에 아메리칸리그 신인왕과 MVP를 휩쓸며 ‘이치로 매니아’의 막을 올렸고 그 현상은 무려 10년이나 지속됐다. 하지만 이제 커리어 말년에 접어든 이치로는 다음 타깃으로 남아있는 목표인 메이저리그 3,000안타 고지 정복을 위해 백업 외야수로 말린스와 계약했다.


10번이나 올스타와 골드글로브를 수상한 이치로는 메이저리그에서 14년간 2,844안타를 기록, 3,000안타 고지에 156개만을 남겨놓고 있다. 메이저리그 진출 후 첫 10년간 한 번도 빠짐없이 시즌 200안타를 돌파했던 이치로에게 156안타란 전성기였다면 한 시즌이면 거뜬히 넘어설 타깃이지만 이제 솔직히 한 해에 돌파하긴 부담스런 수치다. 이치로는 지난해 뉴욕 양키스에 102안타에 그치는 등 지난 4년간 시즌 평균 안타수가 104개에 불과했다.


더구나 그가 합류한 말린스는 얼마 전 메이저리그 역사상 첫 3억달러가 넘는 계약으로 화제를 모은 지안카를로 스탠튼 외에 마셀 오주나, 크리스천 옐리치 등 젊은 유망주들이 외야에 주전으로 자리잡고 있어 이치로가 타석에 들어설 기회를 잡는 것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이치로의 3,000안타 도전이 올해 안에 성공할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 이유다.


이치로는 3,000안타 외에 또 다른 초대형기록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바로 야구 역사상 최다안타 기록이다. 메이저리그에 오기 전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블루웨이브에서 9년을 뛴 이치로는 일본에서 1,278안타를 기록하고 2001년 메이저리그로 건너왔고 이후 메이저에서 14년간 2,844안타를 보태 생애통산 4,122안타를 기록하고 있다. 야구 역사상 4,000안타 고지를 넘어선 선수는 피트 로즈(4,256안타)와 타이 콥(4,189안타), 그리고 이치로까지 단 3명뿐이다. 이치로는 콥의 기록에 67타, 로즈에 134안타를 남겨놓고 있으니 MLB에서 3,000안타 보다 통산 최다안타 기록이 먼저 오게 된다.


물론 많은 사람들은 이치로가 로즈의 기록을 넘어서더라도 첫 9년간 1,278안티 기록은 메이저리그에서 얻은 것이 아니라며 기록에 별표를 달려고 할 것이다. 그것이 완전히 근거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치로는 이미 메이저리그에서도 전설급 임을 입증한 선수다. 그가 메이저리그 진출 첫 해에 MVP와 함께 신인왕을 받았을 때 많은 사람들은 “일본 프로야구에서 9년이나 뛴 선수를 신인으로 대할 수는 없다”고 불평했는데 바로 같은 사람들이 일본 프로야구 기록은 메이저리그 기록과 동일시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당연히 자기모순이 있어 보인다.


지난 2001년 당시 일본프로야구에서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첫 번째 포지션 플레이어가 된 이치로는 첫 해에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무려 246안타로 타율 .350, 56도루로 최다안타, 타격왕, 도루왕을 휩쓸며 아메리칸리그 신인왕과 MVP로 뽑혔다. 첫 해부터 메이저리그 올스타로 선발되는 등 10년 연속으로 올스타게임에 나갔고 골든글러브도 10년 연속 수상했다. 10년 연속 시즌 200안타 돌파는 메이저리그에서 그 누구도 이루지 못한 대기록이다. 그런 선수가 일본에서 첫 9년간 친 안타를 메이저리그 기록이 아니라고 무시하긴 힘들다.


사실 야구계에서 이치로에 대한 평가는 보는 시각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이치로의 쉬지 않는 노력과 내구성, 천재성에 경탄을 금치 못하고 있지만 적지 않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그가 타격훈련 때는 가볍게 펜스를 넘기는 초대형 타구를 펑펑 뿜어내다가도 실제 경기에선 단타와 2루타 위주로 안타를 ‘수집하는’ 타격을 한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다소 황당한 것 같지만 과거 웨이드 복스와 토니 그윈도 비슷한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


개인적 성향에 대한 평가도 차이가 많이 난다. 시애틀 시절엔 이기적이고 자신만 아는 선수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양키스에 와선 확실한 프로페셔널로 자기 역할을 잘 알고있는 좋은 팀메이트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늘 사무라이처럼 근엄하고 딱딱한 이미지지만 의외로 유머감각도 있다. 지난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때 일본팀의 타격 훈련 도중 필드에 나와 있던 대회 홍보대사 타미 라소다와 잠시 대화를 나누면서 라소다의 불뚝 튀어나온 배를 염두에 두고 “몇 개월 됐냐”(How many months?)라고 물었는데 라소다가 그 뜻을 잘 이해 못하고 “난 82세”라고 답했다는 일화도 전해지고 있다.


과연 커리어 말년에 접어든 이치로가 마이애미에서 개인 최다안타 기록 이외에 어떤 임팩트를 남길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그가 개인적인 기록 욕심에 커리어를 연장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마이애미가 그에게 개런티 200만달러 계약을 안겨준 것은 그가 팀을 도울 수 있다는 확신이 없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 내셔널리그 스카우트는 말린스가 그와 계약한 것은 이치로가 자신이 팀에서 백업 외야수 겸 대타요원으로 기용될 것임을 인정하고 받아들였기에 가능했다고 보고 있다. 이치로는 미국에 온 뒤 시애틀에서 11년 반, 양키스에서 2년 반 등 총 14년을 모두 아메리칸리그에서 뛰었고 내셔널리그는 이번이 처음이다. 아메리칸리그와 달리 내셔널리그에선 대타로 나설 기회가 더 많은 것이 사실이고 경기 후반에 더블 스위치로 필드에 나설 가능성도 높아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 여전히 그가 기록을 세우기에 필요한 타석을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 다른 스카우트는 “이치로는 아직도 자신을 너무 잘 관리한다, 완벽하다. 더구나 그의 러닝은 아직 최상급이고 야구지능도 최고다. 전성기 때 모습을 보여주기 어렵겠지만 2할8푼대 타율에 도루 위협이 될 수 있고 평균 이상의 수비력을 보여주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치로의 계약은 개런티가 200만달러이고 출장타석에 따른 퍼포먼스 보너스가 최고 280만달러까지 걸려있다. 300타석을 넘으면 40만달러를 받는 것을 시작으로 600타석까지 매 50타석마다 40만달러씩 보너스가 추가되는 것이다. 현재 전망으론 그가 300타석에 등장하기도 벅차 보인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치로의 도전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미 야구 명예의 전당 입성을 예약한 전설이고 그가 이런 도전을 감행했을 때는 자신을 부끄럽게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치로의 도전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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