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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호의 MLB산책] ALDS 5차전 '소름돋는 7회의 드라마'

[장윤호의 MLB산책] ALDS 5차전 '소름돋는 7회의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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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오른쪽)가 솔로 홈런을 쏘아 올렸지만, 텍사스는 챔피언십 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AFPBBNews=뉴스1


“아메리칸리그 디비전 시리즈 최종 5차전에서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7회말 터진 호세 바티스타의 역전 스리런홈런에 힘입어 텍사스 레인저스를 6-3으로 꺾고 시리즈 전적 3승2패로 1993년 이후 22년 만에 처음으로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 진출했다.”


15일(한국시간)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벌어진 토론토-텍사스의 디비전 시리즈 5차전을 한 문장으로 압축한 것이다. 이것만 읽어보면 평범한 메이저리그 플레이오프 경기처럼 보인다. 물론 플레이오프 경기들은 모두 그 안에 특별한 스토리와 드라마를 품고 있기에 “평범하다”는 표현이 적절치 못하겠지만 큰 시각으로 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날 경기를 현장에서나 TV중계를 통해 지켜본 사람은 모두 이 경기가 절대 평범하지 않았음을 잘 알고 있다. “무슨 이런 경기가 다 있느냐”는 탄성이 절로 튀어 나올 정도로 정신없게 만드는 희귀한 사건과 반전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많은 선수들과 전문가들이 평생 야구화 함께 살았지만 이런 경기를 처음 본다고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이날 경기에서 벌어진 잊지 못할 장면들을 운명의 7회를 중심으로 다시 살펴봤다.


<배경>


텍사스가 1회초 공격에서 선두 타자 들라노 드쉴즈의 2루타와 내야땅볼 2개로 선취점을 뽑은 뒤 3회 추신수의 솔로홈런으로 2-0으로 달아나면서 이미 1, 2차전에서 안방 패배를 맛봤던 토론토 팬들은 불안감을 감출 수 없었다. 더구나 텍사스 선발로 나선 좌완 콜 해멀스는 포스트시즌 시리즈의 벼랑 끝 경기에서 4승 무패 기록을 보유한 특급 에이스였다. 토론토는 3회말 호세 바티스타의 2루타로 한 점을 만회했으나 이후 해멀스는 연속 8명을 잡아내며 순항을 이어갔다.


하지만 6회말 토론토는 메이저리그 최고 거포구단답게 초대형 홈런 한 방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에드윈 인카나시온이 해멀스의 초구를 통타, 왼쪽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초대형 아치를 그렸다. 비거리 457피트로 이번 포스트시즌에 나온 최장거리 홈런이었다. 2-2. 숨 막히는 드라마는 이제부터였다.


■7회초 <텍사스 2, 토론토 2>


로저스센터는 펄펄 끓어오르고 있었다. 6회말에 터진 인카나시온의 초대형 홈런포로 인해 2-2 동점을 이루면서 4만9,742명의 대 관중이 뿜어내는 환호성과 열기로 로저스센터는 지붕이 터져나갈 듯 했다.


토론토는 6회까지 98개의 공을 던지며 6안타 2실점으로 호투한 선발 마커스 스트로맨을 내리고 23살의 우완 파이어볼 투수 애런 산체스를 마운드에 올렸다. 하지만 텍사스 선두타자인 루그네드 오도어는 시속 98마일 강속구를 가볍게 받아쳐 좌전안타로 포문을 열었고 텍사스는 바로 크리스 지메네스의 희생번트와 드쉴즈의 내야땅볼로 그를 3루에 보냈다. 드쉴즈의 느린 땅볼 타구는 내야안타가 되는 듯 했으나 3루수 조시 도널드슨이 달려들며 맨손으로 공을 잡아 원모션으로 1루에 송구하는 그림 같은 호수비로 더 큰 위기를 막아냈다.


여기서 타석에 들어선 선수는 3회 솔로홈런의 주인공 추신수였다. 추신수는 1, 3구에서 98마일짜리 강속구에 방망이를 돌려봤으나 모두 파울이었고 2구에 이어 4구도 볼이 되면서 볼카운트 2-2 상황이 됐다. 추신수는 타석 안에서 한 스탭 뒤로 물러나며 발을 뻗고 호흡을 골랐다.


바로 이 순간 그 누구도 상상 못했던 상황이 발생했다. 포수 러셀 마팀이 쭈그린 자세로 포수 미트에서 볼을 꺼내 투수에게 던졌는데 이 볼은 바로 앞 추신수의 방망이에 맞고 3루 쪽으로 굴러간 것이다.


이 장면을 보고 있던 3루 주자 오도어는 지체없이 홈으로 뛰어 들어왔다. 주심 데잇 스캇은 바로 타임아웃과 ‘볼 데드’를 선언하고 오도어에게 3루 복귀를 지시했지만 텍사스 제프 배니스터 감독의 항의를 받자 장시간에 걸친 심판진 회의를 통해 첫 결정을 번복하고 오도어의 득점을 인정했다.


메이저리그 6.03 (a) (3)에 따르면 이런 상황에서 타자가 고의적으로 플레이를 방해하지 않았다면 볼은 살아있기에 오도어의 득점을 인정한 것은 정확한 결정이었다. 마틴에게는 실책이 부과됐다.


하지만 선수들은 물론 심판들조차 착각했던 룰을 팬들이 이해할 리 만무했다. 더구나 이 점수는 어쩌면 22년 만에 월드시리즈 진출을 꿈꾸던 토론토의 시즌을 끝낼 수도 있었던 너무도 중요한 것이었다. 순식간에 구장은 격분한 토론토 팬들의 야유로 뒤덮였고 곳곳에서 캔과 물병들이 날아들었다. 필드로 떨어진 것은 그나마 일부였고 상당수는 아래층 관중석에 떨어져 다른 팬들의 안전이 위협을 받는 위험한 상황이 됐다. 토론토 선수들은 덕아웃에서 나와 팬들에게 자제를 호소했고 경비요원들과 경찰들이 장내질서 유지를 위해 안간힘을 썼다.


결국 한참 후에야 경기는 재개될 수 있었고 추신수는 또 다시 파울볼 하나를 친 뒤 6구에 헛스윙해 삼진으로 돌아서고 말았다. 하지만 상황이 일단 종료됐음에도 구장은 격앙된 분위기로 끓고 있었다.


■7회말 <텍사스 3, 토론토 2>


직전 이닝 드라마의 주역이었던 마틴이 토론토의 선두타자로 나서 평범한 유격수 땅볼 타구를 때렸다. 하지만 텍사스 유격수 엘비수 앤드루스가 타구를 잡다가 놓치면서 마틴은 살아나갔고 로저스센터는 다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다음 타자 케빈 필라의 1루쪽 땅볼타구는 완벽한 병살타성이었으나 1루수 미치 모어랜드의 2루 송구가 원바운드로 들어가면서 베이스 커버에 들어간 앤드루스가 볼을 잡지 못해 무사 1, 2루가 됐다. 이어 다음 타자 라이언 고인스의 3루쪽 번트를 잡은 3루수 에이드리언 벨트레가 3루 커버에 들어간 앤드루스에게 완벽한 송구를 했으나 앤드루스는 마치 귀신에 홀린 듯 그 볼마저 떨어뜨려 무사 만루를 만들어 주고 말았다.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역사상 처음으로 3타자가 연속으로 수비실책으로 살아나가는 기록이 세워진 순간이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아직도 텍사스는 1점차 리드를 쥐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타자 벤 리비어의 1루 땅볼타구를 모어랜드가 잡은 뒤 정확한 홈 송구로 3루 주자를 잡아내면서 상황은 아웃카운트만 하나 생긴 1사 만루가 됐고 텍사스로선 병살타 하나면 실점없이 이닝을 마칠 수도 있는 상황이 됐다. 여기서 텍사스는 고군분투 마운드를 지킨 해멀스를 내리고 샘 다이슨은 구원 등판시켰다. 그리고 다음 타자 도널드슨이 2루쪽 플라이볼을 치면서 텍사스의 구사일생 반전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는 듯 했다.


하지만 이날의 드라마는 또 다른 반전을 준비해놓고 있었다. 텍사스 2루수 오도어가 순간적으로 도널드슨 타구에 대해 판단미스를 일으켜 뒤돌아 달리며 볼을 잡는 대신 뒷걸음질을 하다가 볼이 글러브에 스치며 땅에 떨어진 것이다. 역시 볼이 잡힐 것으로 생각했던 1루 주자가 2루로 뛰는 대신 1루로 돌아가는 바람에 볼을 잡은 오도어가 2루에 던져 그를 잡으면서 기록상으론 실책도, 안타도 아닌 야수선택으로 기록됐으나 그것은 명백한 실책이었고 여기서 3루 주자가 홈인, 마침내 3-3 동점이 됐다. 7회말 나온 텍사스의 4번째 실책성 플레이였다.


■KO펀치 <토론토 6, 텍사스 3>


정말 믿겨지지 않았던 것은 이 모든 ‘드라마’ 에도 불구, 점수가 아직 3-3이었다는 사실이었다. 상황은 2사 1, 3루. 텍사스가 다음 타자만 잡았다면 아직도 승부는 원점상태였던 것이었다.


하지만 귀신에 홀린 듯 말도 안되는 실수를 계속 쏟아낸 텍사스는 이미 ‘멘붕’ 상태였고 토론토는 바로 KO펀치를 터뜨려 텍사스를 필드에 눕혔다. 다음 타자 바티스타는 다이슨의 초구를 통타, 왼쪽 펜스를 라인드라이브로 훌쩍 넘어가는 초대형 스리런아치를 그렸고 로저스센터는 말 그대로 열광의 도가니가 됐다. 바티스타는 타구가 배트에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 타석에서 잠깐 얼어붙었다가 배트를 공중으로 격하게 집어던지며 포효했다. 메이저리그에선 거의 볼 수 없는 이런 과격한 모션은 가뜩이나 열받은 텍사스 선수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했고 이후 양팀은 이닝이 끝나기 전까지 두 차례나 벤치 클리어링으로 일촉즉발 위기를 넘겨야 했다.


<역사에 기록될 운명의 7회>


토론토의 7회말 공격은 현지시간으로 오후 6시13분에 시작돼 7시6분에 끝나 총 53분이 소요됐다. 이에 앞서 텍사스의 7회초 공격은 30분이 소요됐다. 이날 경기의 총 소요시간은 이닝 중간의 휴식시간을 모두 합쳐 3시간37분이었는데 7회 한 이닝에만 한 시간 반 가까이 들어간 것이다. 실로 메이저리그 역사에 기록될 운명의 7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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