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려 14년 만이었다. 2001년 삼성 라이온즈를 꺾고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두산이 다시 한 번 드라마를 썼다.
두산은 10월 31일 서울 잠실구장서 열린 삼성과의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장단 17안타를 퍼부은 타선, 그리고 상대 타선을 단 2점으로 묶은 선발 유희관 등의 활약을 앞세워 13-2 대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두산은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만들며 한국시리즈 우승에 성공했다.
사실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점치기는 힘들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극심한 부침을 겪었기 때문이었다. 2013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했던 두산은 김진욱 감독을 경질하고, 송일수 감독 체제로 2014시즌을 맞이했다. 하지만 앞선 시즌의 화려했던 성적은 고사하고, 두산은 6위로 시즌을 마치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결국 두산은 성적부진을 이유로 송일수 감독을 경질하고, 김태형 감독을 새로운 사령탑에 앉혔다. 김태형 감독이 신임 감독이었기에 우승을 노리기보다는 선수단을 잘 정비하고, 후일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팀을 꾸려나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김태형 감독은 두산의 팀 컬러인 '뚝심'을 강조하며 꾸준히 중상위권 싸움을 펼쳐나갔고, 결국 3위라는 만족스러운 성적으로 다시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다.
그래도 한국시리즈 우승은 쉽지 않아 보였다. 정규시즌을 3위로 마친 두산은 넥센 히어로즈와 준플레이오프 4경기를 치른데 이어, 플레이오프에서는 NC 다이노스와 5차전까지 가는 혈투를 벌였다. 고강도의 9경기를 치른 만큼 체력적인 면에서 문제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됐다.
공교롭게도 한국시리즈 파트너는 2013년 자신들에게 준우승을 안겨준 삼성이었다. 물론 삼성도 도박 스캔들에 연루된 윤성환, 안지만, 임창용을 엔트리에서 제외하는 등, 전력 공백이 불가피했지만 지난해까지 통합 4연패를 차지한 팀이었기에 두산으로서는 쉽지 않은 시리즈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출발도 좋지 못했다. 두산은 대구구장서 열린 시리즈 1차전에서 7회초까지 8-4로 앞서나갔지만, 7회말에 대거 5점을 헌납하며 8-9의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했다. 그것도 믿었던 필승조가 무너졌기에 그 여파는 다가올 2차전과 3차전에서도 미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두산은 기적을 써내려갔다. 1차전을 내준 두산은 2차전부터 내리 네 판을 따냈고, 2001년 이후 14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14년 전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 맞대결을 펼친 팀도 삼성이었기에, 두산에게 감회는 남달랐다.
두산은 1982년과 1995년 우승을 차지했지만, 프로 원년이었던 1982년부터 2000까지 19시즌 동안 8차례밖에 포스트시즌에 나서지 못했다. 그러나 2001년부터 올 시즌까지 15년 사이 10차례나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등, KBO리그를 대표하는 강팀으로 자리매김했다. 2001년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더욱 단단하고 꾸준히 상위권을 지키는 팀이 된 것이었다.
그리고 2015년. 두산은 14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함과 더불어, 삼성의 통합 5연패를 저지하며 자신들이 강팀이라는 것을 널리 알렸다.
진정한 강팀으로 도약한 두산은 2001년 우승 이후 다시 한 번 부흥기를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젊은 야수진이 건재한데다, 선발과 불펜도 과거와 달리 짜임새를 갖춘 만큼 별다른 변수만 없다면 다음 시즌 역시 두산은 강력한 우승후보가 될 전망이다. 그들의 향후 행보가 어떻게 이뤄질지 더 큰 기대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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