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 메츠의 외야수 마이크 커다이어(36)가 지난 주말 은퇴를 선언했다. 15년간의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마감하고 제2의 인생을 향한 첫 걸음을 내디뎠다.
커다이어의 은퇴 소식이 특별히 주목받은 것은 그가 15년간 메이저리그에서 뛰며 두 차례 올스타로 선정됐고 타격왕에도 오른 바 있는 스타선수 출신이라서만은 아니다. 그것은 그가 선수생활을 접기로 결단을 내리면서 내년에 보장돼 있는 연봉 1,250만달러(약 148억원)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커디이어는 지난해 프리에이전트(FA)로 메츠와 2년간 2,100만달러에 계약했고 올해 850만달러의 연봉을 받아 내년 시즌 1,250만달러 계약이 남아있었다. 내년 시즌 설사 부상으로 단 한게임도 뛰지 못한다고 해도 받을 수 있는 보장된 ‘자기 돈’이다. 그런데 그는 이 어마어마한 액수를 씩씩하게 포기하고 은퇴를 선택했다.
커디이어가 더 플레이어스 트리뷴 사이트에 올린 은퇴발표문에서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다음은 발표문 전문이다.
아직 1년 계약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한 해 더 메츠 유니폼을 입지 않는다는 것은 정말로 힘든 결정이었다. 선수로서 은퇴 결정은 가장 힘든 것이며 결코 이번 결정은 절대 쉽게 내린 것이 아니었다.
난 언제나 타석에서 타구를 친 후 매번 그 타구가 나의 마지막 타구인 것처럼 전력을 다해 뛰었다. 고교 시절 진짜 테스트를 받지 못한 채 꿈만 가지고 시작했던 나는 단 한 순간도 메이저리그를 당연한 것으로 생각한 적이 없다. 앞으로 야구 없는 미래를 생각하는 것은 정말 생각조차 하기 싫은 일이지만 15년이 지난 지금 내 몸에 쌓여진 세월의 무게는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
야구는 아름다운 대조가 있는 게임이다. 박진감 넘치게 빠르지만 때론 고통스러울 정도로 느린 경기다. 선수는 영광을 위해 개인과 가족의 삶을 희생하고 인내해야 한다.
내 인생에서 야구는 열정,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항상 내 마음 한 구석에는 야구가 영원히 나와 함께 있을 수 없음을 느끼고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나의 모토는 “열심히 플레이하고 큰 꿈을 꾸자”(Play hard, dream big)였다. 그리고 항상 야구에 대해 성실함과 예의를 지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렇기에 언젠가 내가 가진 100%를 필드에서 모두 쏟아 부을 수 없는 날이 오면 게임을 떠나겠다고 생각해왔다. 그리고 그 날이 왔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힘들고 아프다.
커디이어는 지난 2012년부터 올해까지 4년동안 총 6차례 부상자 명단(DL)에 올랐다. 올해도 무릎과 손목, 근육 등 갖가지 통증으로 시즌 내내 고전했다. 그럼에도 커다이어는 올해 메츠에서 총 117경기에 나서 타율 0.259(379타수 98안타)과 10홈런, 41타점을 기록했다. 그리고 메츠 멤버로 월드시리즈에 진출, 생애 처음으로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았다. 비록 단 3차례 타석에 들어서는데 그치고 3번 모두 삼진으로 물러났으나 그로선 15년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마무리하는 무대가 월드시리즈였다는 것이 평생 간직할 소중한 기억으로 남게 됐다.
메이저리그에서 선수가 거액의 개런티 계약을 포기하고 은퇴를 선언하는 일은 매우 드문 일이지만 사실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이전까지 가장 유명한 케이스는 지난 2010년 당시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선발투수 길 메시가 약 1,200만달러 계약을 포기하고 은퇴한 경우였다. 당시 부상 중이던 메시도 2011년 시즌을 DL에서 보내기만 하면 로열스로부터 1,200만달러를 고스란히 받을 수 있었지만 자기가 벌지 않은 돈을 받고 싶지 않다며 연봉을 받는 대신 은퇴를 선언했다.
메시와 커다이어의 케이스는 포기한 액수까지 상당히 흡사하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메시는 부상으로 던질 수 없었던 상태였던 반면 커다이어는 경기에 나설 수는 있었음에도 자신의 100%를 다할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로 인해 결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지난 2001년 미네소타 트윈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커다이어는 2011년까지 11년간을 미네소타에서 보낸 뒤 콜로라도 로키스(2012-14)를 거쳐 메츠에서 커리어를 마무리하게 됐다. 커리어 통산 타격 슬래시라인(타율/출루율/장타율)d; 0.277/0.344/0.461이고 생애 통산 1,522안타, 197홈런, 794타점, 16.6 WAR를 기록했다. 커리어 200홈런과 800타점 고지가 눈앞에 다가온 상태인 것이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돈뿐만 아니라 기록도 야구에 대한 성실함과 예의를 중시하는 그에겐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지난 2011년과 2013년 각각 아메리칸리그와 내셔널리그 올스타로 꼽혔고 불과 2년 전인 2013년 시즌엔 콜로라도에서 타율 0.331(20홈런, 84타점)로 내셔널리그 타격왕에 오르기도 했다. 비록 2014년에 부상으로 인해 단 49게임밖에 뛰지 못했으나 그럼에도 타율은 0.332에 10홈런, 32타점을 기록했고 이로 인해 지난해 11월 FA로 메츠로부터 2년간 2,100만달러라는 상당한 계약을 받았다. 메츠는 그가 클린업 트리오의 한 축을 이루고 클럽하우스에서 리더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커다이어는 온갖 통증에 시달리며 0.259/0.309/0.391로 부진을 면치 못했고 메츠는 지난 8월 마이너에서 유망주 마이클 콘포르토를 불러와 커다이어의 좌익수 자리를 맡겼다. 하지만 커다이어는 전혀 불평없이 강등을 받아들였다. 자격이 있는 선수에게 출전기회를 주는 것이 옳다는 것이 그의 한결같은 신념이었기 때문이다.
커다이어는 자신의 커리어 마지막 시즌에 대해 “내 입장에선 대단히 성공적인 시즌이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개인적으로 실망스런 성적과 강등, 그리고 결국 은퇴로 이어졌지만 소속팀 메츠는 월드시리즈까지 진출했기 때문이다. 메츠의 샌디 앨더슨 단장은 “그(카다이어)는 우리 구단 역사에 지워지지 않는 긍정적인 임팩트를 남겼다”고 말했다. 메츠에서 단 1년밖에 뛰지 않았고 그나마 실망스런 성적을 남긴 선수에게 구단이 보낸 최고의 찬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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