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트윈스는 2016 시즌 외야진 대개혁을 예고했다. 베테랑 이진영을 과감히 40인 보호명단에서 제외했고 이병규(9)는 1차 전지훈련 명단에서 빠졌다. 임훈과 이병규(7)를 주축으로 가능성을 보인 젊은 선수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는 계획이다.
이천웅(28)은 이런 개혁의 선두주자다. 2010년 고려대 졸업 후 2011년 신고선수 입단 당시에는 투수였지만 2012년을 앞두고 외야수로 전향했다. 데뷔전에서 멀티히트를 기록하는 등 눈도장을 확실히 찍은 이천웅은 이번 시즌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다. 2015년 퓨처스리그 타율은 0.373로 LG에서 거는 기대가 매우 크다. 안익훈, 문선재, 김용의, 채은성 등과 함께 외야 주전 한 자리를 놓고 다툴 전망이다.
잠실구장에서 만난 이천웅은 "이런 경험이 없어서 무슨 말을 해야할지 잘 모르겠다"며 쑥스럽게 입을 열었다.
Q. 신고선수 입단 당시 이야기를 해달라.
A. 대학 2학년 때 어깨 부상을 당했다. 밥을 먹을 때도 팔이 떨릴 정도였다. 야구를 거의 손에서 놓을 정도였다. 시합에 나가질 못했다. 1학년때는 야수였는데 투수를 하고 싶었다. 2학년때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갑자기 투수를 하다가 다쳤다. 아픈걸 참고 해보려고 했지만 성격이 예민한 편이다. 내 약점에 대해 자꾸 신경이 쓰여서 흔히 말하는 스티븐블레스 증후군이 왔다. 지명은 생각도 못했다. 야구를 그만 둘 생각이었다. 강상수 투수코치님이 그때 스카우트였는데 한번 보자고 연락이 왔다. 그때까지도 투수를 하고 싶어서 투수로 계약했다.
Q. 야수로 전향하게 된 계기는?
A. 프로는 냉정했다. 아마추어 때는 내가 하고 싶으면 했는데 프로는 아니었다. 기다려주지 않는 다는 것을 느꼈다. 2011년을 마친 뒤 2012년을 앞둔 스프링캠프까지 다 다녀와서 차명석 코치님과 면담을 했다. 캠프 가서도 아프니까 야구 유니폼을 오래 입는게 중요하지 않겠느냐고 말씀하셨다. 신고선수 1년 반 생활 끝에 2012년 여름, 1군 데뷔전을 치렀다.
Q. 1군 데뷔전의 기억은?
A. 내가 어떻게 했는지 생각 해볼 겨를도 없었다. 1군 올라온 것 만으로 감사했다. 기회 주신것 만으로 감사했다. 신고선수를 벗어났다는 점 자체가 가장 행복했다. 1군에서 뛰었다는 것 보다 신고선수가 아니라는 점이 정말 좋았다. 아쉬움 같은 걸 느낄 상황은 아니었다(이천웅은 2012년 6월 5일 목동 넥센전에 데뷔했다. 당시 3타수 2안타를 쳤고 7일 경기에서는 홈런을 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침묵하며 6경기 14타수 3안타를 기록한 뒤 다시 2군으로 내려갔다).
Q. 경찰청 야구단 생활은 어땠나?
A. 타격 쪽에서는 서용빈 코치님, 손인호 코치님 도움을 많이 받았다. "타자는 투수가 잘 던지면 질 수밖에 없다"며 자신감을 많이 심어 주셨다. 군대에 가서도 서 코치님과 지속적으로 통화를 했다. "이러 저러해서 안 맞는데 조언 좀 해주십쇼"라며 많이 물어봤다. 가장 기억에 남는 조언은 "상체가 벌어지면서 넘어갈 때 투수를 왼쪽 눈으로 정면으로 쳐다보면서 중심을 배 안쪽으로 모아보라"는 것이었다. 코치님께서 무언가 말씀을 하시면 파고드는 스타일이다 보니 영상도 많이 찾아보고 해서 이해가 빨리 됐다. 경찰청 첫 해에 근육 위주로 10kg를 찌웠는데 밸런스가 맞아서 유지 중이다. 입단 당시 배영섭 등 쟁쟁한 외야수들이 많았다. 나는 신고선수라 경찰청에 뽑힌 것도 감사했는데 유승안 감독님이 기회를 많이 주셨다. 오늘 못 치면 내일 치면 되지 하는 마음으로 편안하게 경기했다.

Q. 전역 후 바로 합류해 고치 마무리캠프를 다녀왔다.
A. 나를 포함해 임찬규, 정주현, 강승호, 최성훈 등 전역선수들은 의욕이 넘쳤다. 무언가 보여줘야 1군 스프링캠프에 합류할 수 있었다. 그 점이 가장 컸다. 이번에 그래서 애리조나 명단에 들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미국에 간다.
Q. 이번 캠프 목표는?
A. 타격 쪽에서는 무조건 박용택 선배님을 따라다닐 계획이다. 지금껏 기회가 없었는데 많이 물어보고 좋은 점은 다 보고 배울 것이다. 수비 쪽에서는 (임)훈이 형이랑 말을 편하게 할 수 있는 사이가 됐다.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다. 제가 붙임성이 많은 편이 아닌데 이번 고치 캠프 때 먼저 다가와 주셨다. "수비는 편하게 하면 된다. 너무 긴장하면 더 불편해진다. 동료들을 믿고 자신있게 던져라"는 이야기를 해줬다.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한혁수 코치님이 외야수들도 내야수와 같은 스텝이 필요하다고 하셔서 중점적으로 훈련했다. 처음엔 어려웠는데 갈수록 좋아진다는 칭찬을 받아 자신감이 생겼다. 어깨는 다 나았다. 나쁘지 않은 수준이라 생각하지만 수비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느낀다. 딱히 어렵다거나 편한 포지션은 없다.
Q. 경쟁에서 살아남을 자신만의 장점은?
A. 아무래도 타격이다. 타격에는 자신감이 있다. 1군에서 많이 뛰어보질 않아서 통할지는 의문점이 많다. 이번 캠프에서 터득을 좀 해야겠다. 수비에서는 떨고 그런 스타일은 아니지만 망설임 없이 들이대겠다. 적극적으로 하겠다.
Q. LG팬들에게 한 마디
A. 프로에 와서 이렇게 관심을 받아본 적이 없다. 기대에 부응하면 좋겠지만 마음대로 다 되지는 않을 것이다. 일단은 거침없이 하겠다. 내가 가진 능력만큼 자신있게 부딪히겠다. LG 팬들은 잘 될때나 안 될때나 응원을 해주신다. 비난도 관심이고 애증이다. 그런 부분은 걱정하지 않는다. 프로는 잘하면 박수받고 못하면 야유 받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다 애정이라고 생각한다.
Q. 올해 목표는?
A. 아프지 않는 것이다. 그게 가장 큰 목표다. 잘하든 못하든 부상 없이 아프지 않고 한 시즌 야구 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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