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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점프장서 치른 첫 K리그 4경기, 그 뒷이야기

스키점프장서 치른 첫 K리그 4경기, 그 뒷이야기

발행 :

김우종 기자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핑타워 축구장. /사진=강원FC 제공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핑타워 축구장. /사진=강원FC 제공


스키점프장의 축구장 변신. 하루아침에 이뤄진 일이 아니었다. 강원FC의 땀과 노력 그리고 뚝심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강원은 지난 28일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핑타워 축구장에서 마지막 홈 이전 경기를 펼쳤다. 이날 강원은 안양을 3-0으로 제압하고 본격적인 우승 경쟁에 나섰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였지만 올해 우천 최다 관중이 경기장을 찾아 승리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스키점프장의 축구장 변신은 우연한 기회에 발상의 전환을 통해 시작됐다고 한다. 조태룡 강원 대표이사는 회의 참가 차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핑타워를 방문했다. 전망대에 오른 조태룡 대표이사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스키점프장 착지 장소였다.


넓게 펼쳐진 착지장을 보며 조 대표가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축구였다.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핑타워는 해발 700m 대관령에 위치해 있어 스포츠 경기를 하기에 좋은 장소다. 올 여름 무더위에도 최고기온 26.9도, 평균기온 21.9도에 머무를 정도로 시원했다. 하지만 지난 2009년 완공 이후 7년 간 3차례의 국내 및 국제대회가 열린 것이 고작이었다.


조 대표이사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사후 활용 문제의 새로운 해결책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평창 홈 이전 경기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출발은 순탄하진 않았다. 가장 먼저 편견과 싸워야 했다. ‘스키점프장에서 축구가 되겠느냐’라는 생각을 나타내는 이가 많았다. 하지만 강원FC는 믿음을 갖고 뚝심 있게 일을 진행해 나갔다.


무더위가 시작되는 7월에 개최를 계획했다. 그러나 현실적인 벽에 부딪혔다. 경기의 기본이 되는 잔디부터 전광판, 화장실, 조명, 라커룸 등이 아예 마련되지 않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평창 개최에 난색을 표했다.


이후 강원은 8월 20일 개최를 목표로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강원도개발공사의 적극적인 지원에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강원FC 관계자들은 7월 20일부터 22일까지 3일 동안 평창을 방문, 축구장 변신을 위한 필요조건들에 대해 탐구했다.


가장 기본이 되는 잔디 문제부터 해결했다. 강원도개발공사와 협력해 골프장 잔디팀 10명을 중심으로 관리에 나섰다. 풍성한 잔디를 깔기 위해 씨를 뿌렸다. 평창 동계 올림픽 성공 개최를 기원하는 씨앗이기도 했다. 천공 기계로 구멍을 뚫어 잔디 성장을 도왔다. 일주일 후부터는 지속적으로 비료를 줬고, 한 달 동안 집중적으로 관리했다.


알펜시아스타디움 전경.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알펜시아스타디움 전경.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이후 잔디가 무럭무럭 자라났다. 강원 측은 매일 평창을 찾았다. 스프링클러가 없었기에 수돗물을 끌어 온 뒤 물을 줬다.


첫 경기는 씨를 뿌린 잔디가 완전히 자라지 않았기에 길이를 3.2cm로 맞혔다. 두 번째 경기부터는 잔디가 풍성하게 올라오면서 2.8cm로 길이를 조정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잔디가 그라운드 전체를 덮고 있다. 지면 노출이 없으며 잔디 상태가 좋다"고 평가했다.


잔디 위의 라인도 직원들이 나서 직접 그렸다. 강원 FC 측은 "평창 대회 성공 기원의 마음을 담아 선을 그었다. 잔디 위에 구멍을 뚫어 골대를 박고 그물을 달았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직접 챙겼다"고 밝혔다.


라커룸은 스키점핑타워 내 사용하지 않는 공간을 활용했다. 구단 직원들이 직접 나서 청소를 했다. 갖춰지지 않은 샤워시설은 경기장에서 3분 거리에 있는 오션700의 고급 사우나를 연계했다. 선수들이 경기를 마치고 바로 이동해 씻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야간 경기를 위해 조명 설치도 앞당겼다. 8월 30일부터 LED 조명을 사용할 예정이었지만 강원의 첫 평창 홈 이전 경기 일정에 맞춰 8월 15일까지 작업을 마무리했다. 이렇게 국내 최초 K리그 LED 조명이 탄생했다.


전광판이 없는 것도 문제였다. 전광판 업체를 다방면으로 찾아나섰다. 선거 차량으로 전광판을 대신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강원은 고민 끝에 전광판 업체에 전광판 설치를 맡겼다. 경기가 있을 때마다 일찌감치 전광판을 세웠고 관중들은 라이브 영상과 함께 편하게 경기를 관람했다.


관객 편의를 위해 실외 화장실도 설치했다. 관중들이 화장실을 찾아가는 동선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었다. 경기 중에 감독과 교체 선수가 자리하는 벤치는 강원도 타 지역에서 임대해왔다. 후반기 전 경기를 중계하고 있는 강원은 수월한 중계를 위해 광케이블 시설도 새롭게 만들었다. 올림픽 조직위가 운영팀을 파견, 관중들의 동선도 파악했다.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핑타워 축구장. /사진=강원FC 제공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핑타워 축구장. /사진=강원FC 제공


그리고 강릉과 원주, 춘천 등 강원도 곳곳에서 많은 팬들이 모였다. 첫 경기 부천전에서 1000여 명에 가까운 팬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안산전에선 783명이 평창에서 강원을 외쳤다. 올 시즌 평일 경기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수치였다.


대구전에선 1404명이 경기장을 방문했다. 올해 홈 16경기 가운데 세 번째로 많은 관중 수였다. 마지막 안양 경기의 관중은 633명이었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 평일 야간 경기였지만 많은 팬들이 경기장을 찾아 강원FC를 응원했다. 633명은 올해 빗속에 열린 홈경기 중 가장 많은 관중이기도 하다.


평창 첫 경기를 보기 위해 남편과 함께 경기장을 찾은 성주희 씨는 "탁 트인 시야와 시원한 폭포, 스키점프장 등 이색적인 풍경이 재미를 더한다. 강릉은 무척 더웠는데 여기는 시원하다. 선수들이 경기하기에 좋은 환경이다.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평창을 찾는 구단의 만족도도 높았다. 이흥실 안산 감독은 "팬들을 위해 좋은 시도라고 본다. 시설도 훌륭했다. 전용구장에 온 느낌"이라고 호평했다. 일본 잡지의 한 기자는 “정말 대단하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다. 전용구장이라고 해도 믿겠다”고 했다.


팬들의 응원 및 구단의 노력에 선수단은 경기력으로 보답했다. 강원FC는 지난달 20일 부천에 0-2로 졌다. 후반기 부진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후 평창 3경기에서 무패 행진을 펼쳤다. 지난 7일 안산을 1-0으로 잡았다. 선두를 상대로 3경기 무승 부진을 끊었다. 이후 6경기 동안 패배가 없다.


평창 세 번째 경기에선 대구를 맞아 1-1로 비겼다. 치열한 승부가 펼쳐진 가운데 강원은 값진 승점 1을 챙겼다. 마지막 경기는 말 그대로 축제였다. 안양을 상대로 무려 3골을 퍼부으며 골 갈증을 씻어냈다. 3-0 승리. 약 넉 달 만에 다득점 경기를 펼쳤다.


스키점프장의 축구장 변신. 시작은 어렵고 힘들었지만 끝은 아름다웠다. 비록 접근이 다소 어렵다는 문제점도 지적됐지만, 구단은 축구 불모지에서 전용구장급의 시설을 만들어냈고, 성공적으로 4경기를 치렀다.


강원FC 수비수 최우재가 안산전 승리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강원FC 수비수 최우재가 안산전 승리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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