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O(한국야구위원회)의 '엄중 경고'. 과연 실효성은 얼마나 있을까.
KBO는 "14일 KBO 회의실에서 규칙위원회를 열고 KBO리그 규정 적용 및 공식 야구 규칙 개편 작업과 관련한 사항을 심의했다"고 15일 오후 보도 자료를 통해 알렸다.
이어 KBO는 "지난 9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렸던 넥센-KIA전에서 3회말 KIA 김민식의 타구가 배트에 맞은 것과 관련해 심판진이 비디오 판독 규정 3항 6호의 ‘타자의 파울/헛스윙(타구가 타석에서 타자의 몸에 맞는 경우 포함) 규정을 적용한 것에 대해 심의했다"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KBO가 내린 판단은 '옳았다'였다. KBO는 "타구가 타자의 몸에 맞는 것과 마찬가지로 몸에 착용한 경기 용구나 배트에 맞아도 파울로 판정됨으로, 이 부분에 대해서 비디오 판독 대상으로 적용한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KBO리그 규정 제28조 비디오 판독의 '3. 비디오 판독 대상 플레이'를 보면 총 7가지의 비디오 판독 신청이 가능한 상황이 나와 있다. 당시 심판진이 적용한 조항은 '⑥ 타자의 파울/헛스윙(타구가 타석에서 타자의 몸에 맞는 경우 포함).' 결국 규칙위원회는 이번에 '몸에 착용한 경기 용구나 배트에 맞는 것'과 '타자의 몸에 맞는 것'을 같은 범주에 놓고 해석하기로 결론을 지었다.
앞서 이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서둘러 규칙위원회를 열고 '심판진 행위의 정당함'을 분명히 밝힌 KBO. 그러나 그 이후 벌어진 일련의 사태에 대해서는 어떤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성토의 목소리가 높다.
KBO는 계속해서 보도자료에서 "그러나 KBO는 심판위원회가 비디오 판독 대상 범위에 대해 규칙위원회 결정 없이 내부적으로만 합의하여 시행하고, 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혼란을 야기한 부분에 대해 관리 책임을 물어 심판위원장에게 엄중 경고 조치했다"고 덧붙였다.
위 KBO의 설명을 보면 심판들 내부적으로만 합의를 한 뒤 시행을 했다. 그런데 KBO의 발언을 그대로 믿는다고 하더라도 의문이 남는다. 과연 그들끼리의 아무 증거도 남지 않은 내부적인 합의를 엄연한 프로 리그에 자의적으로 적용하는 게 타당한가 하는 의문이다.
그들은 이번 사태가 터지기 전에 내부적으로 이런 합의를 했다고 어느 곳에도 알리지 않았다. 오로지 그들만 알고 있었다. 현장의 감독과 선수들은 물론, 언론과 중계방송사, 팬들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알리지도 않은, 사실 실제로 있었는지 없었는지 확인조차 불가능한 그들만의 합의를 나머지 리그 구성원들은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KBO리그가 무소불위의 힘을 휘두르는 심판들만의 리그인가. 혹시 선수들과 감독들, 더 나아가 팬들까지 하위 집단으로 여기는 건 아닌가.
잘못은 했는데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안타깝지만 대한민국에서 익숙한 나쁜 양식이 한국 프로 야구를 관장하는 KBO에도 만연한 것 같아 안타깝다. '엄중 경고'라는 조치도 많은 이들이 불편하다. 엄중 경고가 어떤 실효성이 있기나 한 걸까. 오히려 사과와 처벌, 그리고 재발 방지를 위해 KBO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하는 건 아닌가. 과연 이번 사태에 KBO의 책임은 조금도 없는 걸까. 불운하게도 엄중히 꾸짖어야 할 주체는 정작 최근 심판 금전 수수 은폐 및 입찰 비리 등 온갖 의혹의 한가운데에 있다.
현장에서 누구 못지않게 땀 흘리고 고생하는 사람들이 바로 심판위원들이다. 잘해야 본전이요, 잘못할 경우 온갖 비난이 그들을 향해 쏟아진다. 오죽하면 이름을 잘 못 들어본 심판이 훌륭한 심판이라는 말까지 있지 않은가. 또 미국 메이저리그나 일본 프로야구보다도 KBO리그 심판들이 정확히 잘 본다는 것에 대해 야구인들은 대체로 동의한다.
MBC스포츠플러스 차명석 해설위원에 따르면 과거 이규석 전 심판위원은 본인이 잘못 판정한 게 아닌데도, 조장으로서 경기 중 감독에게 오심을 사과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오히려 한국 야구에는 시대를 역행하는 집단이 존재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번 KBO의 조치는 다시 한 번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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