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은 정현(21·세계랭킹 58위·한국체대)에게 매우 특별한 한 해였다. 유망주의 껍질을 깨고, 세계 테니스 정상급의 선수로 거듭났다. 세계랭킹 50위권에 꾸준히 들었고, 생애 처음으로 ATP(남자프로테니스) 투어 정상에도 오르며 한국 테니스의 희망을 봤다.
주니어와 시니어 대회 출전을 병행하던 중 지난 2014년부터 프로 무대에 본격적으로 발을 디딘 정현은 2017년 도약했다. 2015년 세계 랭킹 100위 안에 처음 든 정현은 2017년 생애 처음으로 첫 투어 우승은 물론 세계 랭킹 50위권에 꾸준히 이름을 올렸다.
정현은 지난 1월 시즌 첫 메이저대회였던 호주 오픈 1회전에서 렌조 올리보(아르헨티나)를 3-0으로 완파하며 쾌조의 출발을 보였다. 2회전에서 그리고르 디미트로프(불가리아)에게 1-3으로 발목을 잡혔지만 준수한 시즌의 서막을 알렸다.
이후 정현은 4월 'ATP 월드 투어 바르셀로나 오픈'에 참가하게 된다. 1회전에서 데니스 이스토민(우즈베키스탄)에게 완승(2-0)을 거둔 정현은 2회전과 3회전에서 각각 대회 12번 시드를 받은 필립 콜슈라이버와 8번 시드 알렉산더 즈베레프(이상 독일)를 모두 제압하며 8강에 올랐다. 8강전에서 라파엘 나달에게 0-2로 패하긴 했지만 첫 세트서 타이브레이크까지 가는 접전을 보이며 선전했다.
자신감을 얻은 정현은 5월 독일 뮌헨에서 열린 'BMW 오픈'에서도 4강 진출이라는 호성적을 거뒀다. 특히 2회전에서 1번 시드 가엘 몽피스(프랑스)를 격파하며 이변을 연출했고, 3회전에서 마틴 클리잔(슬로바키아)을 꺾고 생애 처음으로 ATP 투어 4강에 올랐다. 4강전에서 맞붙은 기도 펠라(아르헨티나)에 1-2로 아쉬운 역전패를 당했다.
같은 달 정현은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인 프랑스 오픈에 출전했다. 1회전부터 상위 랭커인 샘 퀘리(미국)를 만났지만 3-1로 승리했다. 2차전에서 정현은 데니스 이스토민에게 3-0의 완승을 거두며 이형택(41·은퇴)에 이어 2번째로 프랑스 오픈 3회전에 오른 한국 선수가 됐다. 3회전에서 정현은 니시코리 케이(일본)를 상대로 풀세트 접전까지 갔지만 2-3으로 패하며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발목 부상으로 인해 7월 윔블던 대회에 참가하지 않기로 한 정현은 8월 캐나다 마스터스 대회 2회전에서 9번 시드 다비드 고핀(벨기에)을 꺾는 쾌거를 선보였지만 아쉽게 3회전에서 아드리안 만나리노(프랑스)에게 의외의 일격을 맞고 말았다. 이 대회 직후 정현은 고핀을 꺾은 덕에 세계랭킹 49위까지 올랐다.
9월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US오픈에 출전한 정현은 1회전에서 호라시오 세바요스(아르헨티나) 상대 3-1 역전승을 거뒀지만, 2회전에서 존 이스너(미국)에게 0-3으로 패했다. 아쉬운 탈락에도 정현은 US오픈 2회전 진출로 세계랭킹 44위까지 오르게 된다. 이형택이 지난 2007년 8월 세계랭킹 36위까지 간 이후, 다른 한국 선수로선 최고 성적이었다.

11월 정현은 생애 처음으로 ATP 투어 정상에 오르는 결과까지 냈다. ATP 투어 소속 21세 이하(1996년생 이하) 선수들 가운데 상위 랭커들이 참가한 '넥스트젠 파이널스(이탈리아 로마 개최)' 초대대회에서 5전 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는 2003년 1월 이형택의 ATP 투어 우승 이후 14년 10개월 만의 쾌거였다.
이제 한국 테니스의 희망을 본 정현은 다가오는 2018시즌 준비에 여념이 없다. 현재 태국에서 2018년을 대비한 동계 훈련을 하고 있다. 오는 31일부터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리는 '브리즈번 인터내셔널' 출전으로 2018시즌을 시작한 다음 2018년 1월 15일부터 열리는 호주 오픈을 맞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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