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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종의 추임새] '로저스'로 본 '경기中 장난범위'는

[김우종의 추임새] '로저스'로 본 '경기中 장난범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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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스가 최재훈의 머리를 글러브로 툭 치고 있다 /사진=넥센 히어로즈 제공


한화 시절부터 장난기 넘치는 행동으로 똘똘 뭉쳤던 에스밀 로저스(33·넥센)가 복귀 첫 날부터 화제를 불러모았다. 이번엔 경기 중 옛 동료들을 상대로 장난을 쳐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앞으로 경기 중에는 그라운드 위 장난을 자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받아들이는 상대방 입장에서는 불쾌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라운드 위에서 허용되는 장난의 범위는 과연 어디까지일까.


지난 2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 한화와 넥센의 개막전이 열렸다. 넥센 로저스는 개막전이자 친정팀 한화를 상대로 선발 등판, 6⅔이닝 9피안타 1볼넷 6탈삼진 3실점(2자책)을 올리며 승리 투수가 됐다.


개막전이 끝난 뒤 로저스는 경기 외적인 행동으로 주목을 받았다. 경기 시작 전부터 약간 들떠있는 로저스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뛰고 싶어 했던 한국 무대, 더욱이 상대는 자신이 예전에 몸담았던 한화 이글스였다. 그는 경기 전 한화 선수들과 장난을 치며 반가운 감정을 나눴다.


하지만 경기 중 그라운드 위에서도 이런 장난스러운 행동이 계속됐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특히 2회에는 홈으로 쇄도하다 아웃 당한 최재훈의 머리를 글러브로 팡 내리쳤다. 상황에 따라서는 기분 나쁠 수도 있어 보이는 강도. 여기에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면서 이용규의 뒤통수를 한 차례 더 글러브로 툭 내리쳤다. 5회에는 견제사를 당한 양성우를 향해 손가락으로 자신의 눈을 가리키기도 했다. 일종의 도발로도 읽힐 수 있는 제스처였다.


로저스 /사진=넥센 제공


결국 경기 다음 날, 한화 구단은 공식적으로 넥센 구단 측에 불쾌했다는 뜻을 전달하면서 재발 방지를 요청했다. 한화 관계자는 26일 로저스의 행동에 대해 "서로 워낙 친한 건 친한 거지만 경기 중에는 되도록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넥센 구단 측에 요청한 사안"이라면서 "서로 기분 나쁘지 않게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넥센 구단 역시 쿨하게 한화 구단 측 요구를 받아들였다. 넥센 관계자는 "경기 중 로저스가 장난처럼 행동을 한 것 같고 아무래도 국내 무대 복귀전이라 기분이 좀 들떠있긴 했었다"라면서도 "하지만 비록 자신의 뜻이 장난일 지라도 상대방이 장난이라고 받아들이기 어렵다면 그건 장난이 아니며, 그렇다면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팀 주장 서건창이 한화 주장 최진행에게 사과를 한다고 했고, 만나려고 했으나 한화 쪽에서 전화를 하자고 해 경기 후 통화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로저스에게도 주의해야 한다고 이야기를 했고 로저스도 사과를 하려고 했었다"고 전했다. 넥센 관계자는 "앞으로 이런 행동을 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상대방이 불편하게 느끼면 안되고, 입장 바꿔 생각하면 우리도 화가 날 수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어떻게 보면, 이번 로저스 건은 한화 쪽에서 문제 삼지 않았다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다. KBO 리그는 서로 다른 유니폼을 입고 있을 지라도 대부분 선후배 관계로 얽혀 있다.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이다. 그래서 경기 중 친한 선수들끼리 장난을 치는 모습이 종종 카메라에 잡히기도 한다.


2015년 9월에는 박병호(넥센)와 박석민(NC)이 목동구장 1루에서 장난스런 동작을 해 큰 웃음을 안겼다. 또한 2014년 5월에는 강정호(피츠버그, 당시 넥센)와 손아섭(롯데)이 사직구장 2루서 장난을 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본의 아니게 오해가 커지자, 둘은 서로 어깨동무를 한 채 다음 날 해명 인터뷰에 임하기도했다.


하지만 이번 로저스의 행동은 달랐다. 로저스는 장난이었지만 한화 구단 쪽에서는 '도'를 넘었다고 봤고, 결국 상대 측에 재발 방지를 요청했다.


더욱이 팬들은 '친목 도모'를 보러 야구장에 오는 게 아니다. 밖에서는 '호형호제'할 지라도 그라운드에서는 결코 양보 없는 '진검 승부'를 펼쳐주길 원한다. 한 원로 야구인은 1루에서 선수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는 것조차 경기 중 절대 해서는 안 될 행동이라고 단언한다. 그런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진짜 승부의 재미가 나온다고 보는 것이다. 넥센은 4월 20일부터 22일까지 대전에서 한화와 맞붙는다. 대전으로 간 로저스는 좀 더 진중해질 수 있을까.


로저스(좌)와 나이트 코치 /사진=넥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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