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루 방지, 번트 수비, 땅볼 유도 셋 중 하나만 걸리라고 생각했다."
KT 위즈 이강철 감독은 6월 30일 잠실 LG 트윈스전, 9회말 무사 1루 위기서 마무리투수를 곧바로 올리지 않았다. 셋업맨 주권을 바꾸지 않은 이유는 바로 3가지였다. 주권은 LG의 보내기번트를 병살타로 연결해 사실상 마침표를 끊었다. 이강철 감독의 의도가 적중한 것이다.
이강철 감독은 1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전날 9회말 상황을 설명했다. KT는 9회말 무사 1루 위기를 효과적으로 방어하며 4-3으로 짜릿하게 승리했다. 8회 2사 후 등판했던 주권을 믿은 점이 주효했다.
이 감독은 4-3으로 쫓긴 8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 좌타자 이영빈 타석에 주권을 올렸다. 주권은 이영빈에게 삼진을 빼앗아 임무를 완수했다.
헌데 주권은 9회말에도 올라왔다. 보통 마지막 1이닝은 마무리 김재윤이 책임지지만 이날은 투수 운용이 특이했다. 고영표가 7회까지 던졌고 더블헤더라 연장전이 없이 9회로 경기가 종료되기 때문이었다.
이강철 감독은 "2이닝을 박시영, 주권, 김재윤에게 아웃카운트 2개씩 맡기려고 했다"고 돌아봤다. 이 감독은 "김재윤의 투구수를 줄여주고 싶었다. 또 우리 중간투수들 컨디션이 지금 좋다. 좋을 때 조금이라도 경기에 더 내보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헌데 주권이 9회말 선두타자 홍창기에게 안타를 맞으면서 계획이 꼬였다. 이강철 감독은 "역시 이러면 안되나 싶은 마음도 들었다"고 털어놨다. 정석대로 김재윤을 처음부터 올렸어야 했나 후회했다는 이야기다. 이 감독은 후속 판단을 신속하게 내렸다. 김재윤 대신 주권이 한 타자를 더 상대했다. 주권은 이천웅의 보내기번트를 병살 처리했다. 순식간에 주자가 사라지며 아웃카운트 2개가 올라갔다. 김재윤이 편안하게 세이브를 거뒀다.
이강철 감독은 "김재윤은 퀵모션이 큰 편이다. 도루를 줄 수도 있었다. 주권이 주자 견제에 유리하다고 봤다. 주권은 야수 출신이라 번트 수비도 좋다. 혹시나 맞더라도 체인지업이 있으니까 내야 땅볼 가능성도 높았다. 코스 안타가 나온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가장 확률이 높은 쪽을 선택했다"고 복기했다.
이 감독의 의도대로 된 것이다. 주권은 투수 앞으로 굴러 온 번트를 침착하게 잡아 2루에 정확히 송구, LG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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