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몰려도, '포기'는 없었다... 여자배구 또다른 감동 [도쿄올림픽]

사실상 패색이 짙었다. 세트스코어 0-2, 그리고 마지막 3세트는 10-20까지 점수 차가 벌어졌다. 그러나 벼랑 끝으로 몰려도, 대한민국 여자 배구대표팀은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국민들에게 안긴 또 다른 감동이었다.

여자배구 대표팀의 기적은 끝내 사상 첫 결승까지는 닿지 않았다. 한국은 6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준결승에서 브라질에 0-3(16-25, 16-25, 16-25)로 완패했다.

세계 랭킹 13위 한국은 앞서 7위 도미니카공화국을 비롯해 5위 일본, 4위 터키를 차례로 꺾는 기적을 일으켰다. 내친김에 세계 2위 브라질에 당찬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경기 내내 현격했던 실력 차를 극복하지 못했다. 리시브부터 높이나 공격 등 모든 부분에서 브라질에 열세였다. 인정할 수밖에 없는 '완패'였다.

그렇다고 쉽게 포기하지는 않았다. 주장 김연경(33)은 "하자, 해보자"라며 후배들을 이끌었고, 선수들도 경기 내내 파이팅을 외쳤다. 가공할 높이와 파워를 앞세운 브라질의 맹공을 온몸으로 받아냈다. 압도적인 실력 차에 투혼으로 맞섰다.

경기가 사실상 완전히 기운 3세트 막판도 마찬가지였다. 앞서 1, 2세트를 9점 차로 크게 내준 한국은 3세트에서도 10-20까지 밀렸다. 브라질의 강력한 서브가 한국 코트에 내리 꽂히는 등 상대의 기세가 한껏 올랐다.

그럼에도 한국은 경기를 쉽게 내주지 않았다. 김연경과 김희진, 박정아의 공격이 성공하며 추격의 불씨를 지폈다. 상대에게 마지막 매치포인트를 허용하기 전까지 그 누구도 힘을 빼지 않았다. 그야말로 끝까지 상대를 물고 늘어졌다.

비록 세트스코어 0-3 완패로 끝나긴 했지만, 이미 승기가 기운 뒤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여자배구 대표팀의 집념과 투지는 박수가 아깝지 않았다. 여자배구가 국민들에게 안긴 또다른 감동이었다.

여자배구의 도전이 아직 끝난 건 아니다. 브라질에 져 결승 진출엔 실패했지만, 아직 세계랭킹 6위 세르비아와 동메달 결정전이 남아 있다. 무대는 오는 8일 오전 9시 같은 장소에서 펼쳐진다. 김연경의 표현대로, 그야말로 진짜 물러설 곳이 없는 마지막 경기다.

세르비아는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선 0-3으로 완패한 상대지만, 당시 이미 8강 진출을 확정한 터라 김연경이 3세트 휴식을 취하는 등 최정예로 맞선 경기가 아니었다. 오히려 올림픽 전초전이었던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선 3-1 승리를 거뒀던 상대다. 여자배구는 1976년 몬트리올 대회 이후 45년 만의 메달 획득에 도전한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