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3으로 패색이 짙던 9회초. 주전급들이 대거 빠진 삼성의 백업 선수들이 일궈낸 대역전 드라마였다. 삼성이 9회 기적처럼 6점을 뽑은 끝에 올 시즌 값진 첫 승을 챙겼다.
삼성 라이온즈는 3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2 신한은행 SOL KBO 리그 원정 경기에서 0-3으로 뒤진 9회 대거 6득점을 뽑은 끝에 6-5 진땀승을 거뒀다. 이로써 전날(2일) 개막전에서 1-4로 패했던 삼성은 1승 1패로 개막 2연전을 마무리했다.
개막전에 이어 또 KT에 무게가 쏠린 경기였다. 삼성은 전날 구자욱과 오재일. 이원석 등 주전급 선수들이 빠진 상태로 개막전에 임했다. 그런데 하루 만에 이탈자가 발생했다. 개막전에서 리드오프 겸 선발 2루수로 나섰던 김상수, 그리고 6번·지명타자로 출전했던 김동엽을 1군 엔트리에서 제외한 것. 허 감독은 3일 경기에 앞서 "몸 상태가 좋지 않다"며 에둘러 이들의 제외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삼성은 김지찬(2루수)-이재현(3루수)-피렐라(좌익수)-강민호(지명타자)-김헌곤(중견수)-최영진(1루수)-김재혁(우익수)-김태군(포수)-오선진(유격수) 순으로 선발 타순을 짰다. 주전급 선수들은 피렐라와 강민호, 김지찬, 김헌곤 정도였다. 이 중 이재현과 김재혁은 올 시즌 삼성에 입단한 신인들. 이재현은 개막전, 김재혁은 이날 프로 무대 데뷔전을 치렀다. 사실상 1.8군 정도로 볼 수 있을 법한 라인업이었다.
개막전에서 삼성은 KT 선발 쿠에바스의 6이닝 1피안타 1실점 호투에 눌린 채 산발 2안타에 그치며 완패했다. 이날도 KT 선발 배제성의 7이닝 무실점 호투에 타선이 꽁꽁 묶였다. 배제성이 7이닝 이상 투구하면서 무4사구 경기를 펼친 건 이날이 처음이었다. 배제성을 상대로 김지찬과 피렐라, 김헌곤, 오선진만 안타를 쳐냈을 뿐이었다.
그리고 KT는 경기를 마무리짓기 위해 9회초 클로저 김재윤을 마운드에 올렸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선두타자 이태훈이 풀카운트 승부 끝에 7구째 좌중간 안타를 쳐냈다. 대역전극의 서막. 2018년 삼성(2차 4라운드 32순위)에 입단한 이태훈의 프로 데뷔 첫 안타였다. 이어 1사 후 피렐라가 안타를 친 뒤 강민호의 우중간 적시타가 터졌다. 1-3. 2점 차.
이어 김헌곤의 깊숙한 2루 땅볼 때 교체로 나선 KT 2루수 박경수가 공을 잡은 뒤 1루로 뿌렸다. 초접전 상황이 벌어졌고, 비디오 판독 끝에 아웃 판정은 세이프로 번복됐다. 이 사이 3루주자 피렐라가 홈을 밟으면서 이제 2-3, 점수는 1점 차가 됐다. 결국 후속 최영진이 3루 쪽에서 끝까지 기다리던 삼성 팬들을 열광케 했다. 좌중간 동점 적시타를 쳐내며 승부를 3-3 원점으로 돌렸다.
KT는 더 이상 김재윤은 마운드에 놔둘 수 없었다. 올 시즌 1차지명 루키 박영현을 올렸다. 하지만 김재혁에게 빗맞은 안타를 허용하며 만루 위기를 맞이했다. 다음 타자는 이날 선발 포수 마스크를 썼던 김태군. 영웅 스윙이었다. 김태군은 0-1의 볼카운트에서 2구째 슬라이더(128km)를 받아쳐 좌중간을 가르는 싹쓸이 3타점 적시 2루타를 작렬시켰다. KT 위즈파크는 열광의 도가니. 주전급 선수들이 대거 빠진 삼성의 1.8군급 선수들이 만들어낸 9회 기적의 드라마였다.
9회 삼성은 클로저 오승환을 마운드에 올렸다. 1사 1,2루서 황재균에게 우익선상 안쪽에 떨어지는 적시타를 허용한 오승환. 점수는 다시 6-4, 2점 차까지 좁혀졌다. 계속해서 박병호에게 좌전 적시타를 얻어맞으며 이제는 1점 차가 됐다. 후속 라모스는 우익수 플라이 아웃. 결국 여기까지였다. 오승환은 장성우마저 범타 처리했고, 경기는 삼성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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