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려 시즌 평균자책점 2.47을 기록한 좌완 션 놀린(33)을 포기하고 데려왔다. 새 외국인 투수 숀 앤더슨(28)에 대한 KIA 타이거즈의 기대치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KIA는 지난달 30일 "우투우타의 앤더슨의 계약금 10만 달러, 연봉 60만 달러, 옵션 30만 달러 등 총액 100만 달러에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앤더슨은 2016년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로 보스턴에 지명됐고 2019년 샌프란시스코에서 메이저리그 데뷔를 했다. 메이저리그 통산 63경기 3승 5패 평균자책점 5.84, 마이너리그에서는 113경기(선발 72경기) 24승 17패 8홀드 2세이브 평균자책점 3.72를 기록했다.
미국에서 커리어만 살펴보면 앤더슨은 불펜에서 더 강점을 보인 선수다. 2019년 데뷔 당시 샌프란시스코는 선발로서 기회를 줬으나, 16경기 평균자책점 5.33으로 좋지 않았다. 그해 마이너리그에서 9이닝당 삼진 9.6개로 준수했던 구위는 메이저리그에선 삼진 5.99개로 확연히 나빠졌다. 불펜으로 완전히 전환한 이후에는 평균자책점 6.08, 9이닝당 볼넷 4.73개로 더 안 좋아졌으나, 삼진 10.13개로 구위만큼은 살아났다. 이때를 계기로 메이저리그에서도 완전히 불펜으로 정착했고 2020년에는 18경기 평균자책점 3.52, 15⅓이닝 12볼넷 18탈삼진으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여전히 메이저리그에서 한계를 보였다. 2021시즌부터 올해까지 미네소타, 볼티모어, 샌디에이고, 토론토 무려 4팀을 전전하면서 17경기 평균자책점 8.88로 성적이 심각했다. 올해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36경기(선발 15경기) 평균자책점 3.58, 88이닝 76탈삼진으로 준수했던 것과 딴판이다. 흔히 말하는 AAAA형 투수다.

앤더슨은 최고 시속 96마일(약 154㎞)의 포심 패스트볼(직구), 투심 패스트볼(싱커), 최고 88마일(약 141㎞)의 빠른 슬라이더와 커터, 커브, 체인지업 등 총 6가지 구종을 던진다.
이 중에서도 슬라이더가 주무기다. 마이너리그에서 괜찮았던 그가 메이저리그에서 통하지 않았던 이유, 그나마 불펜으로는 가능성을 보인 이유 모두 슬라이더에 있다. 플로리다 대학 시절, 슬라이더 하나로 대학리그를 평정했던 투수였다. 2016년 졸업 시즌 46이닝 동안 7개의 볼넷을 내주고 60의 삼진을 잡는 동안 실점은 단 5점에 불과했다. 앤더슨은 2018년 디 애슬레틱과 인터뷰에서 "대학 시절 한때 비율이 90%가 될 정도로 난 슬라이더를 주로 던진 불펜 투수였다. (보스턴 지명 후) 선발 투수로 전환했을 때 직구를 배워야 했다. (선발 보직 전환보다) 직구를 배우는 것이 내게 가장 큰 변환점이었다"고 말했다.
프로에 와서 제대로 던지기 시작한 직구는 생각처럼 잘 되진 않았다. 그의 메이저리그 통산 직구 피안타율은 3할을 훌쩍 넘는다. 메이저리그 기준으로 구속과 회전수(2500rpm) 모두 평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흔하고 익숙한 공'인 것이 이유였다.
KBO리그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2022시즌 KBO리그 평균 직구 구속은 트랙맨 기준 시속 144㎞가 채 되지 못한다.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키 198㎝의 체격 조건도 무시할 수 없다. KIA가 앤더슨 영입 당시 "큰 키에서 내려 꽂는 최고 시속 154㎞의 빠른 공이 위력적이며, 슬라이더와 투심 패스트볼, 커브, 체인지업 등을 섞어 던진다. 특히 빠른 투구 템포와 강력한 구위로 이닝 소화 능력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소개한 이유다.
그에 비해 놀린은 구위로 상대를 압도하지 못하는 선수였다. 장정석(49) KIA 단장은 지난달 스타뉴스에 "놀린과 토마스 파노니는 무난하게 안정적인 투수다. 다만 두 선수 모두 구위로 상대를 압도하는 투수가 아니기 때문에 원투펀치로서 역할은 조금 약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그런 KIA에 앤더슨의 KBO에서 보기 힘든 빠른 직구와 두 종류의 슬라이더는 놀린을 포기하기에 충분한 이유가 됐다.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했던 앤더슨의 슬라이더는 KBO리그에서도 위력적일 가능성이 높다. 미국 야구 통계사이트 팬그래프는 앤더슨의 슬라이더에 20-80스케일에서 올스타급에게 주어지는 60점을 매겼다.
KIA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보기 위해 안정 대신 도전을 선택했다. 과거 KIA의 우승을 이끌었던 외국인 투수들처럼 앤더슨에게 놀린 이상의 활약을 기대한다. 앤더슨은 샌프란시스코 시절 팀원들에게 불독으로 불릴 정도로 마운드 위에서 적극적인 승부가 매력적인 투수였다. KBO리그 마운드에서도 그러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