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린샤오쥔(27·한국명 임효준)의 가슴엔 태극기가 아닌 중국 소속임을 상징하는 오성홍기가 달려 있었다. 귀화 후 고국 한국에서 열린 대회에 4년 만에 나섰고 많은 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중국 선수로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러나 어떠한 메달도 목에 걸지 못했다.
린샤오쥔은 11일 서울시 양천구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23 KB금융 국제빙상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500m 결승에서 빠르게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최종 결과는 페널티, 탈락이었다.
많은 한국 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중국 선수로서 나선 린샤오쥔의 표정은 복잡해 보였다. 그러나 경기에선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뛰어난 기록으로 예선전부터 줄곧 안쪽 레인에서 레이스를 펼친 린샤오쥔은 올 시즌 월드컵에서 따낸 개인 금메달 2개가 모두 500m였을 만큼 주력했던 종목이다.
3번째로 시작한 린샤오쥔은 빠르게 2위까지 치고 올라섰다. 마지막 바퀴에서 아웃코스를 파고든 린샤오쥔은 스케이트날을 쭉 뻗으며 결승선을 통과했다. 육안으론 확인이 어려운 상황. 레이스 도중 충돌도 있었기 때문에 결과가 나오기까진 시간이 필요했다. 린샤오쥔은 2,3위도 아닌 페널티를 받고 무관에 그쳤다. 예상과 달리 실격 사유는 충돌 때문이 아니었다. 대한빙상경기연맹 관계자에 따르면 린샤오쥔은 매 경기 착용해야 하는 장비를 미착용했다는 이유로 실격 처리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선수들은 정확한 랩타임 측정을 위해 '트랜스 폰더'라는 기기를 발목에 착용하고 경기에 나서야 한다. 그러나 린샤오쥔은 하필 결승에서 이 기기를 착용하지 않았다. 관계자에 따르면 린샤오쥔은 1위로 통과했으나 장비 미착용으로 인해 실격처리 됐다.
1위는 피에트로 시겔(이탈리아)이 차지했다. 상심한 린샤오쥔은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어떠한 말도 없이 선수 대기실로 향했다.

린샤오쥔은 2018년 평창 올림픽에서 한국에 금메달을 안겼던 선수지만 2019년 성추행 사건의 가해자로 몰리며 대한빙상경기연맹으로부터 1년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시기상 다음 시즌 선발전도 치르지 못해 2시즌 자격정지를 받은 셈이었다.
소송전에선 1심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구형을 받았으나 항소했고 고의성이 없었다는 이유로 무죄판결을 받았다. 그럼에도 이 과정에서 소속팀을 찾지 못해 제대로 된 훈련이 어려웠고 커리어 연장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며 결국 중국 귀화를 택했다.
국내 팬들에겐 좋지 않은 이미지로 남을 수밖에 없었고 이번 대회 출전을 위해 한국을 다시 찾은 그는 출전 소감 등은 대회를 마친 뒤 밝히겠다고 전했다. 그렇기에 더더욱 많은 관심이 그에게 쏠렸다. 현장을 찾은 중국 팬들은 린샤오쥔을 향해 열렬한 응원을 보냈고 한국 관중들은 그를 복잡미묘한 감정으로 바라봤다.
앞서 열린 남자 1500m 결승에선 박지원(27·서울시청)이 가장 높은 곳에 섰다. 2분17초792에 결승선을 통과해 피에르토 시겔(이탈리아), 파스칼 디온(캐나다)을 제치고 생애 첫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차지했다.
박지원은 500m에선 일찌감치 탈락했지만 주 종목은 1000m와 1500m. 이날 고개를 떨군 린샤오쥔 또한 12일 1000m에 나선다. 2019년엔 세계선수권 이 종목에서 금메달을 수확했다. 둘은 계주는 물론이고 마지막 개인 종목인 1000m에서 치열한 자존심 대결을 펼칠 전망이다.
이준서(23·성남시청)과 홍경환(24·고양시청)도 아쉬움을 삼켰다. 이준서는 준결승에서 다소 늦은 스타트로 인해 4위로 시작했고 후반 속도를 내던 중 넘어졌다. 홍경환은 2조에서 린샤오쥔과 함께 레이스를 펼쳤으나 마지막 바퀴에서 4위로 밀려났다. 둘은 파이널B에서 각각 2위, 3위로 레이스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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