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오리아(미국 애리조나주)=이상희 통신원] 올 시즌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1위를 달리고 있는 텍사스는 최근 악재를 맞았다. 올해 5년 1억 8500만 달러(약 2368억원)를 주고 영입한 FA(프리에이전트) 투수 제이콥 디그롬(35)이 지난 13일(한국시간) 토미존 서저리(팔꿈치인대 접합수술)을 받으며 시즌아웃됐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최소 12개월, 최대 18개월이란 지루한 재활 기간이 남아 있다. 2025시즌 복귀가 목표이지만 그때가 되면 디그롬의 나이는 37세가 된다.
그런 텍사스에 위안을 주는 또 한 명의 거액 FA가 있다. 2022년 텍사스 구단 역사상 최대 규모인 10년 3억 2500만 달러(약 4160억원)를 받고 LA 다저스에서 이적한 FA 유격수 코리 시거(29)이다.
시거는 첫 해였던 지난해 151경기에 나와 타율 0.245, 33홈런 83타점의 성적을 올렸다. 홈런은 그의 커리어 하이였다. 수비 부담이 큰 유격수이기에 더 돋보이는 성적이었다.

두 번째 시즌인 올해는 더 잘하고 있다. 시거는 18일 현재 39경기에 출장해 타율 0.348, 10홈런 37타점을 기록 중이다.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한 OPS는 무려 1.048이나 된다.
다저스 시절이던 2020년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와 월드시리즈 최우수선수(MVP)였던 시거는 올 시즌 금지된 메이저리그 수비 시프트 규정 때문에 성적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 현지 언론은 시거가 최소한 한 시즌 20안타는 더 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온라인 매체 소프츠키다는 '시거가 올 시즌 초 햄스트링 부상으로 약 한 달 정도(4월 13일~5월 17일) 자리를 비운 점을 감안하면 지금의 성적은 정규시즌 MVP급 활약'이라고 평가했다.
시거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최근 대형 계약을 체결한 다른 유격수들이 올 시즌 '먹튀(먹고 튄다는 뜻)' 소리를 들을 만큼 성적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통계전문 매체 오다시가 선정한 '메이저리그 최고 유격수' 프란시스코 린도어(30·뉴욕 메츠)는 18일 현재 올 시즌 타율 0.211, 12홈런 44타점을 기록 중이다. OPS는 0.702에 그치고 있다. 2021년 메츠와 맺은 10년 3억 4100만 달러(약 4365억원) 계약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이다.
올 시즌 FA 계약을 통해 샌디에이고에 입단한 유격수 잰더 보가츠(31) 역시 시즌 타율 0.264, 7홈런 24타점에 머물고 있다. 보가츠는 11년 2억 8000만 달러(약 3584억원)에 계약했다.
다저스를 떠나 올해 필라델피아로 이적한 유격수 트레이 터너(30)도 비슷하다. 11년 3억 달러(약 3840억원)의 FA 계약에 걸맞지 않게 타율 0.247, 7홈런 21타점에 그치고 있다. OPS는 겨우 0.683이다.
디그롬의 부상으로 한숨을 내쉰 텍사스 구단 수뇌부가 시거의 활약을 지켜보며 그나마 미소를 잃지 않을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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