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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사이언스에 '이해' 더한 결과, SSG 육성팀에는 선수가 스스로 찾아와 문을 두드린다

스포츠 사이언스에 '이해' 더한 결과, SSG 육성팀에는 선수가 스스로 찾아와 문을 두드린다

발행 :

김동윤 기자
SSG 양선률이 16일 강화SSG퓨처스필드 내 실내연습장에서 바이오메커닉 측정에 참여하고 있다./사진=SSG 랜더스
SSG 양선률이 16일 강화SSG퓨처스필드 내 실내연습장에서 바이오메커닉 측정에 참여하고 있다./사진=SSG 랜더스
SSG 양선률이 16일 강화SSG퓨처스필드 내 실내연습장에서 바이오메커닉 측정에 참여하고 있다./사진=SSG 랜더스
SSG 양선률이 16일 강화SSG퓨처스필드 내 실내연습장에서 바이오메커닉 측정에 참여하고 있다./사진=SSG 랜더스

운동선수와 사람에 대한 이해를 더한 스포츠 사이언스가 SSG 랜더스 육성에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020년 육성선수로 입단한 우완 투수 양선률(26)은 몸에 3D 모션캡처 장비를 부착하고 강화SSG퓨처스필드 실내 마운드에 섰다. 마운드 위 장비에 발을 꼭 붙인 채 다양한 구종을 던졌고, 그 뒤에 위치한 모니터에는 점으로 표현된 양선률의 팔 위치와 동작마다 걸리는 시간 등이 데이터로 나타났다.


지난해 SSG가 육성 시스템에 도입한 바이오 메커닉 프로그램의 일부다. SSG에서 바이오 메커닉 관련 장비를 담당하는 벡터바이오 관계자에 따르면 전문 장비를 활용해 야구 선수의 동작을 세분화하고 측정·분석·해석하고 생체역학적으로 효율적인 움직임을 이해하고자 하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선수들은 어린 시절부터 많은 지도자를 만나 다양한 지도를 받는다. 제각기 다른 기준에 혼란스러울 수도 있지만, 선수가 운동역학적인 부분을 먼저 이해한다면 다양한 훈련에도 적응하기 쉽다는 취지다. 또한 자신의 동작을 정확히 인지하고 객관화한 뒤 자신에게 필요한 훈련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데서 시작한다는 것. 벡터 바이오 관계자는 "바이오 메커닉스는 객관적인 데이터와 서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현장과 소통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선수가 훈련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면 그때부터 기술 코치, 컨디셔닝 코치도 함께 참여해 훈련 방향성과 기간, 선수별 맞춤 진행 프로그램을 논의한다.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 위치한 드라이브라인 본사에서 직접 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선수 출신' 김동호(38) 잔류군 투수코치는 선수와 낯선 스포츠 사이언스 사이에 가교 역할을 한다. 김 코치에 따르면 코치 한 명당 최대 효율을 끌어낼 수 있는 선수의 수는 4명으로 현재는 정성곤, 이원준, 윤태현 등 3명이 참여하고 있다.


김동호 SSG 잔류군 코치. /사진=SSG 랜더스
김동호 SSG 잔류군 코치. /사진=SSG 랜더스
SSG 이원준(오른쪽)이 16일 강화SSG퓨처스필드 내 웨이트트레이닝룸에서 바이오메커닉 장비를 활용해 근력을 측정고 있다./사진=SSG 랜더스
SSG 이원준(오른쪽)이 16일 강화SSG퓨처스필드 내 웨이트트레이닝룸에서 바이오메커닉 장비를 활용해 근력을 측정고 있다./사진=SSG 랜더스

그 뒤로는 개인별로 루틴을 확립해 주거나 스트렝스 강화 훈련, 투구 및 타격 폼 교정을 하는 시간을 갖는다. 물론 부상 방지를 위해 공간을 따로 마련해 리커버리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한다. 예를 들어 스트렝스 훈련의 경우 전문 장비를 활용해 이 선수가 특정 무게에 어느 정도 반응 속도를 보이는지를 측정해 훈련량을 결정한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들의 심리상태와 자발적인 참여 의지였다. 누가 시켜야만 하는 한국적인 문화에서 탈피하기 위해 먼저 외국인 코치들을 영입해 분위기를 바꿨다. 브랜든 나이트 전 코치 등이 미국 마이너리그 육성 시스템을 도입, 2년에 걸쳐 선수들이 주도적으로 스스로 알아서 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부상으로 잠시 내려온 베테랑 김강민(41)도 그 변화를 실감할 정도로 올해 들어 더욱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후문.


이대수(42) 퓨처스팀 총괄 코치는 "구체적인 방향을 지난해 잡았는데 2년 차가 된 올해, 선수 본인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찾아서 하는 분위기가 생겼다. 이제는 같은 파트 친구끼리 이야기하거나, 지도자가 필요하다 싶으면 코치들한테 먼저 찾아가 '이거 좀 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하는 등 지난해보다 자기 주도 시스템이 안정세에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


AI 심리 분석 장비를 활용한 심리 상담 프로그램도 큰 효과를 보고 있다. 단순한 상담 프로그램이나 심리 테스트가 아닌 심리 상담에 스포츠 사이언스가 스며든 결과다. '마음 렌즈'로 불리는 뇌파 분석 프로그램은 선수들이 따로 말하지 않더라도 1분 정도 편안하게 앉아 카메라를 응시하면 현재 상태를 알아서 분석해준다. 담당의가 신상 명세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도 해당 선수의 입지와 최근 근황을 맞출 정도로 꽤 정확했다는 후문. 선수들도 자신도 짐작하지 못한 심리 상태를 집어내는 상담에 야구 외 개인사까지 솔직히 털어놓기 시작하면서 차츰 효과를 보기 시작했다.


이대수 SSG 퓨처스팀 총괄 코치./사진=SSG 랜더스
이대수 SSG 퓨처스팀 총괄 코치./사진=SSG 랜더스
정성곤. /사진=SSG 랜더스
정성곤. /사진=SSG 랜더스

정성곤은 이러한 SSG 육성팀의 노력이 결과로 나타난 첫 사례였다. 김택형의 국군체육부대(상무) 입대에 대비해 SSG는 지난 시즌 도중 KT 위즈로부터 정성곤을 영입했다. 과거 평균 시속 145㎞의 빠른 공을 던지던 그는 SSG로 올 당시 구속이 평균 시속 130㎞ 중반까지 뚝 떨어지며 자신감도 많이 잃은 상태였다. 더욱이 지난해 SSG와 함께한 훈련이 크게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실전 없이 몇 달간 훈련하는 것에 회의적인 상황.


하지만 데이터를 기반으로 선수의 자발적인 참여 의지를 끌어냈고 9주 프로그램을 운영한 결과, 정성곤은 4월 20일 시속 135㎞에 불과했던 구속을 56일 만인 6월 15일 라이브 피칭에서 149㎞까지 늘리는 성과를 냈다. 오버스로에서 스리쿼터로 투구폼을 바꾼 '훈련 9주 차(13주 과정)' 이원준도 런 앤 건(짧은 거리를 달려 나오며 전력투구하는 것)으로 시속 153㎞까지 던지면서 차츰 효과를 보고 있다.


그렇다 해도 육성팀 선수의 가장 큰 동기부여를 끌어내는 것은 내 노력이 1군 콜업으로 이어질지다. 아무리 내가 달라진다 해도 1군에서 관심이 없다면 그만큼 선수에게 좌절감을 안겨주는 경우는 없다. 그런 면에서 SSG는 걱정이 없다. 김원형(51) SSG 감독이 퓨처스 기록을 하나하나 챙기면서 오히려 선수들이 스스로 육성팀에 다가와 문을 두드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대수 총괄 코치는 "김원형 감독님이 퓨처스팀 선수들의 기록을 너무나도 상세하게 다 보고 계신다. 나도 깜짝 놀랄 정도다. 누가 몇 안타를 치고 있고, 구속이 얼마나 나왔고 등 다 꼼꼼하게 체크하고 계셔서 콜업 때도 소통이 원활하게 잘 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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