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원정팀 감독인데...(웃음)"
지난 4월 초, 이승엽(47) 두산 베어스 감독은 팀이 7월 초 포항 원정 3연전을 가는 게 확정됐다는 소식에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이는 본인과 포항야구장의 특수한 관계 때문이었다.
선수 시절 삼성 라이온즈의 레전드로 활약했던 이 감독은 자연히 삼성의 제2구장인 포항야구장에서도 많이 뛰었다. 지난 2012년 포항 첫 경기(8월 14일 한화전)에서 3번 타자 겸 1루수로 출전했던 이 감독은 2타수 2안타 2볼넷으로 좋은 출발을 보였다.
이후로도 이 감독은 포항에서 맹타를 휘둘렀다. 2017년 선수생활을 마감할 때까지 포항에서 39경기를 뛴 그는 통산 타율 0.362, 15홈런, OPS 1.167이라는 엄청난 성적을 거뒀다. 홈런 수에서는 단연 1위로, 그 중에는 지난 2015년 6월 3일 롯데전에서 기록한 KBO 최초 통산 400홈런도 있었다. 그야말로 포항이 약속의 땅이었던 것이다.

"기사로 (포항 일정이 잡혔다는) 소식을 접했다"던 이 감독은 "그런 걸 생각할 때가 아니다. 오늘 이길 생각을 해야지, 아직 너무 먼 이야기다"고 말했다. 과거의 아름다운 추억보다는 현재 처한 상황에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이제 이 감독이 6년 만에 포항으로 돌아오는 그 운명의 3연전이 다가왔다. 두산은 4일부터 포항야구장에서 삼성과 원정 3연전을 진행한다. 경기 전 기준 두산은 페넌트레이스 144경기의 딱 절반인 72경기를 소화했는데, 35승 35패 1무(승률 0.493)의 성적으로 5할 승률에 단 1승이 모자란 상황이다. 이번 시리즈에서 2승 1패 이상을 한다면 5할 승률을 달성할 수 있다.
최근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6월 말 SSG 랜더스와 3연전을 모두 내줬던 두산은 이어진 키움 히어로즈와 원정 시리즈를 2승 1패로 마감하더니, 최근 롯데 자이언츠와 울산 3연전 역시 위닝시리즈로 마쳤다. 최근 10경기 팀 타율은 0.229로 저조하지만 팀 평균자책점은 2.42로 맹위를 떨치고 있다. 선발진에서는 부동의 에이스 라울 알칸타라와 최근 돌아온 브랜든 와델, 불펜에서는 박치국과 김명신, 정철원 등이 역투를 펼치고 있다.

이에 맞서는 삼성의 상황은 좋지 않다. 6월 이후 2번의 5연패와 한 번의 4연패를 경험한 삼성은 지난달 22일 대구 키움전 패배 이후 최하위까지 추락한 상태다. 최근 10경기에서도 2승 8패로 부진한데다가 아직은 반등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다만 이 감독만큼이나 삼성 역시 포항에서 강한 면모를 보였다. 2012년 개장 이후 삼성은 포항에서 통산 승률 0.690(40승 18패 1무)을 기록 중이다. '삼성왕조' 시절(2011~2014년)은 물론이고, 이후로도 삼성이 포항에서 5할 승률 이하를 기록한 건 2019년(2승 4패)이 유일하다. 코로나19 이후 처음 포항 게임이 열린 지난해에도 1승 1무 1패로 시리즈를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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