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트시즌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NC 다이노스가 결국 외국인 투수 교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구멍 난 선발진을 채워야 할 '왼손의 구원자'는 한국 무대에 연착륙할 수 있을까.
NC는 4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와이드너 선수에 대한 웨이버 공시를 요청하고, 대체 외국인 선수로 투수 태너 털리(29·Tanner Paul Tully)를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계약 조건은 총액 20만 달러(한화 2억 6200만 원, 연봉 15만 달러, 옵션 5만 달러)다.
이번에 퇴출 결정이 내려진 와이드너는 올 시즌 11경기에서 4승 2패 평균자책점 4.52의 성적을 거뒀다. 스프링캠프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허리디스크 증세로 인해 개막 엔트리 합류가 불발됐다. 우여곡절 끝에 5월 30일 창원 두산전에서 컴백한 그는 기복 있는 모습으로 코칭스태프의 골머리를 앓게 했다.

복귀전에서 6이닝 2피안타 2사사구 9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한 와이드너는 다음 게임에서 9실점으로 무너졌다. 7월 한 달 동안 4번의 등판에서는 4⅓이닝-6이닝-4이닝-6이닝으로 롤러코스터 피칭을 했다. 임선남 NC 단장은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캠프에서 본 모습을 꾸준히 보여주지 못하고 기복이 있었다"며 "지난달 22일 (대전) 한화전 종료 후 (강인권) 감독님과 상의를 했다. 현장에서 교체가 필요할 것 같다는 의견이 있어 상의 후 최종적으로 교체 결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경기(2일 사직 롯데전)에서 7이닝 1실점 퀄리티스타트플러스(선발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호투를 펼치고도 한국 무대를 떠나게 된 와이드너, 그리고 그 대체자로 오게 된 태너는 과연 어떤 선수일까.
태너는 누구인가 "선발로 잔뼈 굵어... 슬라이더 일품, KBO선 구속 문제 없다"

태너는 1994년생으로 188cm, 92kg의 신체조건을 갖춘 좌완 투수다.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 출신인 태너는 과거 NC의 에이스였던 드류 루친스키(35)와 대학 동문이고, 실제로 태너 역시 "루친스키로부터 (KBO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루친스키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NC에서 뛰며 통산 53승과 평균자책점 3.06을 기록했는데, 특히 2020년에는 팀의 통합우승을 이끌었다.
태너는 201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현 가디언스)에 26라운드 지명을 받고 프로 무대에 입문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MLB) 무대를 밟은 태너는 빅리그 통산 3경기에서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6.00을 기록했다. 마이너리그에서는 통산 159경기에 등판해 44승 51패 평균자책점 4.18의 성적을 거뒀는데, 올해는 뉴욕 양키스 산하 트리플A 소속으로 19경기에 선발 등판해 5승 5패 평균자책점 5.64를 기록했다.
태너는 통산 마이너리그 등판 중 대부분(131경기)을 선발투수로 나왔다. 전문적으로 선발로 육성된 선수임을 알 수 있다. 또한 7년간의 마이너 생활 중 이렇다 할 부상도 없이 건강하게 커리어를 이어 나갔다. 한 마디로 선발로 '잔뼈가 굵은' 자원이라고 할 수 있다.

NC 구단은 태너에 대해 "시속 144~148km의 직구에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 등의 변화구를 섞어 던진다"고 설명했다. 가장 최근 등판(지난달 28일)에서는 평균 143.5km, 최고 147.3km의 패스트볼을 보여줬다. 미국 야구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패스트볼에 있어 경쟁력이 없었다"고 말하며 "공 빠른 좌완이 상대적으로 적은 KBO 리그에서는 큰 단점이 안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제구력은 우수한 편이다. 마이너리그 통산 787⅓이닝 동안 164개의 볼넷을 내주며 9이닝당 1.9개라는 적은 수치를 기록했다. 최근 2년 동안에도 9이닝당 2.2볼넷으로 괜찮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임자인 와이드너가 제구에서 기복이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NC의 영입 포인트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변화구 중에는 슬라이더가 일품이다. 야구계 관계자는 "시속 120km 후반대로, 제구가 준수하고 좌우로 움직이는 폭이 큰 결정구다"고 말하며 "특히 좌타자에게 위력적일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즉시전력감 좌완 선발 원했던 NC, 딱 맞는 핏 찾았다

NC는 올해 선발투수들의 연쇄 이탈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에이스 에릭 페디(30)는 14승 3패 평균자책점 2.10으로 맹활약을 펼쳐주고 있지만, 이후 순번에서는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와이드너는 단 2개월만 투구하고 퇴출됐고, 신민혁(24)과 송명기(23) 등도 아직은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 초반 돌풍을 일으킨 우완 이용준(21)도 현재는 2군에 있다.
특히 좌완 선발은 '전멸' 상태다. 토종 1선발로 활약이 기대됐던 구창모(26)는 지난 6월 2일 잠실 LG전에서 1타자 만을 상대하고 내려온 후 왼팔 척골 피로골절 진단을 받았다. 구체적인 복귀 일정도 잡히지 않아 거듭된 재검진만을 거치고 있다. 그를 대체한 최성영(26)도 6월 20일 창원 LG전에서 타구에 얼굴을 맞고 안와골절 진단을 받아 최근에야 실전 무대에 복귀했다. 이외에는 정구범(23)이 최근 2경기 선발로 나온 것이 유일하다.

임 단장은 "선발진에 구멍이 많은 상태인데, 좌완투수가 있는 쪽이 밸런스가 맞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는 "최성영의 복귀가 멀지 않았지만 구창모도 시간이 걸리고 있고, KBO 리그의 현실에서는 좌완 선발이 있는 게 도움이 될 거라고 봤다"고 말했다.
최근까지 마이너리그에서 등판을 이어갔다는 점도 포인트다. 임 단장은 "와이드너를 교체한 이유가 있었기에 이닝 소화 능력을 우선적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마이너리그에서도 꾸준히 선발로 돌았던 태너와 계약하게 됐다"고 말했다. 비슷한 사례인 롯데 자이언츠의 애런 윌커슨(34)이 계약 8일 만에 등판한 점을 감안하면 태너 역시 비슷한 시기에 등판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선수 전격 교체, NC 5강 경쟁 순조롭게 만들까

NC는 올 시즌 전 하위권을 전전하리라는 예상과는 달리 8월까지도 선전하고 있다. 4일 기준 NC는 시즌 승률 0.517(46승 43패 1무)의 성적으로 4위에 위치하고 있다. 시즌 초반 중위권에 머물러 있던 NC는 6월 중순 5연승을 달리며 3위권으로 올라갔다. 그러나 구창모를 비롯한 선발진의 연쇄 이탈 속 같은 달 말에는 두 차례 5연패를 당하고 말았다. 이후 중위권 혼전 속에 3위에서 5위 사이를 오가고 있다.
2020년 통합우승 이후 2년 동안 포스트시즌 진출을 하지 못했던 NC는 올해 절호의 기회를 잡았고, 이에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임 단장은 "8월 15일 이후 영입을 하게 되면 (포스트시즌에) 등록할 수 없어서 그날을 데드라인으로 결정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태너는 구단을 통해 "내 목표는 NC 다이노스의 우승이다. 나를 포함해 팀원 모두가 건강하게 매 경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며 각오를 밝혔다. 그의 말처럼 되기 위해서는 태너 본인이 잘해야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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