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원NC파크 개장 후 첫 '홈 가을야구'의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NC 다이노스. 하지만 지난해 좋은 활약을 펼쳤던 필승조 김시훈(24)의 슬럼프는 고민거리가 됐다.
NC는 24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23 신한은행 SOL KBO 리그 홈 경기에서 연장 11회 승부 끝에 6-5 끝내기 승을 거뒀다. 이로써 전날 경기 패배(1-3)를 설욕한 NC는 다시 4위 두산과 2.5경기 차를 만들며 시리즈를 1승 1패로 마감했다.
1회 말 서호철의 솔로홈런 등을 묶어 2점을 선취한 NC는 4회 초 1사 만루에서 강승호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아 동점을 허용했다. 이후 6회 초 김재환의 솔로포로 두산이 리드를 잡았으나, 8회 말 2사 1, 3루에서 두산 홍건희가 폭투를 저지르며 NC는 3-3 동점을 만들었다. 결국 정규이닝 내 승부를 가리지 못한 두 팀은 연장전으로 돌입했다.
11회 초, NC는 김시훈을 마운드에 올렸다. 그는 전날 경기에서 7회 등판했다가 볼넷을 내줬고, 이어 등판한 하준영이 김재호에게 적시타를 맞아 김시훈의 책임주자를 불러들이는 바람에 패전투수가 됐다. 하지만 이미 필승계투 류진욱과 이용찬이 투구를 마쳤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김시훈은 올라오자마자 선두타자 박계범에게 3루수 방면 내야안타를 맞았다. 타구 속도가 너무 느린 바람에 처리할 수 없었다. 그는 다음 타자 강승호를 유격수 땅볼로 돌려세우며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8번 장승현 타석에 대타로 나온 베테랑 허경민에게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10m의 투런 홈런을 맞고 말았다. 몸쪽 슬라이더가 떨어지지 않았던 것이 상대 타자에게 제대로 포착되고 말았다.
결국 NC는 홈런 직후 김시훈을 마운드에서 내릴 수밖에 없었다. 이어 등판한 이준호가 두 타자를 삼진과 땅볼로 처리하며 이닝을 마무리했고, 이어진 11회 말 공격에서 신인 박한결의 2타점 2루타와 상대 중계플레이 미스로 인해 3득점하며 NC는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하지만 김시훈이 흔들리면서 마냥 웃을 수는 없는 경기가 됐다.

마산고를 졸업하고 지난 2018년 NC에 1차 지명으로 입단한 김시훈은 군 전역 후 지난해 1군 무대에 데뷔했다. 그해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59경기(83⅓이닝)에 나선 그는 4승 5패 11홀드 평균자책점(ERA) 3.24의 성적을 기록했다. 이런 활약 속에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발표한 2022년 신인왕 후보 10인에 당당히 올랐다. 또한 경기 개최가 무산되긴 했지만 메이저리그(MLB) 올스타와 맞붙을 영남 연합팀(NC, 롯데, 삼성)의 일원으로도 뽑혔다.
올 시즌에도 불펜진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던 김시훈은 비록 작년만큼은 아니지만 전반기까지는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올스타 브레이크 전까지 36경기에 등판한 김시훈은 3승 1패 3세이브 10홀드 평균자책점 3.48을 기록했다. 31이닝 동안 37개의 삼진을 잡았고, 피안타율도 0.258로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서 김시훈은 부침을 겪고 있다. 24일 경기까지 후반기 20경기에서 그는 1승 2패 2홀드 평균자책점 6.62라는 저조한 성적을 올리고 있다. 피안타율도 0.314로 오르며 불안한 투구를 펼치고 있다. 9월 들어서는 9경기 중 6경기에서 볼넷을 내주는 등 제구도 흔들린다. (올 시즌 종합 성적은 56경기(48⅔이닝) 4승 3패 3세이브 12홀드 평균자책점 4.62)

가장 큰 문제는 구속이 떨어졌다는 점이다. 김시훈은 시속 150㎞ 이상의 속구를 던질 수 있는 선수로, 스탯티즈에 따르면 지난해 김시훈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46.7㎞였다. 그러나 올해는 3㎞ 가까이 떨어진 143.8㎞였다. 24일 경기에서는 직구를 단 2개만 던졌고, 그마저도 시속 143㎞가 최고 구속이었다.
코칭스태프도 이 문제를 알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방안이 없다. 지난해 하루도 빠지지 않고 1군에 등록됐던 김시훈에게 지난 8월 말 2군행을 통보하며 휴식 기회를 줬지만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었다. 강인권 NC 감독은 9월 초 "데이터팀하고도 열심히 찾아보고 있는데, 상하타점이 좀 올라간 거 말고는 데이터상으로 크게 달라진 건 없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도 강 감독은 "자기 컨디션 찾는 데 시간이 좀 오래 걸리고 있다"며 "참 안타깝다"고 말했다.

강 감독은 "이닝을 좀 더 기다려줘야 되는데 또 그 어려운 상황에서 또 기다려주지 못했다"면서 "상황이 안 좋아질 때 계속 마운드에서 내리게 되니까 김시훈한테 조급함을 좀 주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김시훈이 이겨내야 될 부분인 것 같다"는 말도 이어갔다.
NC는 최근 불펜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던 좌완 김영규가 2022 항저우 아시안 게임 대체선수로 뽑혀 전력에서 잠시 이탈하게 됐다. 불펜으로 돌아온 좌완 에이스 구창모 역시 연투가 어렵고, 결국 선발투수로 돌아갈 자원이기에 공백이 불가피하다. 25일 현재 2위(KT)와 2경기, 4위(두산)와 2.5경기 차를 만든 NC는 이대로라면 2019년 창원NC파크 개장 후 처음으로 홈에서 가을야구 경기를 할 수 있게 된다. 이 순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결국 김시훈이 지난해 성적을 되찾는 것이 베스트 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