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축구(부산 아이파크)도 내년에 1부(K리그1)로 올라가고, KCC가 BNK와 함께 봄에 우승하고, 그리고 롯데가 가을에 우승하고 아이파크가 연말 우승을 해서 3대 프로스포츠를 주름잡고 천하를 통일하는 한해가 되길 바란다."(박형준 부산광역시장)
한동안 침체기를 겪었던 부산의 프로스포츠가 다시 희망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프로농구 KCC 이지스의 부산 입성이 마중물이 될 전망이다.
KCC는 25일 오후 2시 30분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부산광역시와 연고지 협약식 및 2023~24시즌 출정식을 진행했다.
앞서 KCC는 지난 8월 30일 KBL 이사회를 통해 전라북도 전주에서 부산광역시로 연고지 이전을 결정했다. 프로 원년(1997년) 대전광역시에서 시작해 2001년 전주로 연고지를 옮겼던 KCC는 이번이 세 번째 연고지였다.
KCC는 전주에서 이상민, 추승균, 서장훈 등 스타플레이어들의 활약 속에 세 차례(2003~04, 2008~09, 2010~11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1973년 지어진 홈구장인 전주실내체육관의 노후화 문제가 불거졌고, 이에 전주시는 2017년부터 체육관의 리모델링과 신축 등을 계획했다. 하지만 실제로 이뤄지지 않았고, 이에 KCC는 '신뢰 문제'를 앞세워 연고지 이전을 선택했다.

그리고 KCC가 선택한 행선지는 바로 부산이다. 부산은 프로 출범과 함께 기아 엔터프라이즈(현 울산 현대모비스)가 둥지를 틀며 원년 우승을 차지했지만 2001년 울산으로 떠났다. 이어 2003년에는 여수 코리아텐더가 부산에 둥지를 틀었고, KTF(현 KT)가 구단을 인수한 후 KTF 매직윙스-KT 소닉붐으로 역사를 이어갔다. KT는 2021~22시즌을 앞두고 클럽하우스가 있는 경기도 수원으로 옮겨갔다. KCC가 오기 전까지 2시즌 동안 남자농구팀이 없던 상태였다.
이에 부산시는 고양 데이원 점퍼스 제명 사태 당시 농구단 유치를 위해 좋은 조건을 내걸며 의지를 드러냈지만, 선수단을 인수한 소노 스카이거너스는 경기도 고양시 연고를 유지했다. 하지만 KCC가 부산 연고를 선택하며 부산은 다시 남자농구단을 보유하게 됐다.
이날 협약식에서 박형준 시장은 "작년 프로농구단(KT)을 떠나보낸 후 농구팬들의 상심이 깊었다"며 "KCC에서 과감하게 부산 연고 이전을 결정해줘서 감사하다"고 밝혔다. 본인을 '농구 찐팬'이라고 밝힌 박 시장은 "농구단에 대한 애정도 클 수밖에 없다. KCC와 BNK가 한국 농구를 주름잡을 날을 학수고대한다"고 말했다.

부산은 KBO 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K리그2 부산 아이파크가 40년 터줏대감으로 자리잡고 있고, 여자프로농구(WKBL) 부산 BNK 썸이 2019년 창단했다. 2021년 KT의 연고 이전 이후 2년 동안 프로 3팀 체제로 가던 부산은 KCC의 합류로 인해 4팀 체제로 복귀했다.
한때 부산 프로스포츠는 황금기를 구가하던 시절이 있었다. 특히 1999년에는 야구, 농구, 축구가 모두 결승전에 오르는 쾌거를 이뤄냈다. 1998~1999시즌 기아(농구)를 시작으로 대우(축구)와 롯데(야구)가 나란히 챔프전에 진출했다. 하지만 2000년대에 접어들며 암흑기가 이어졌다.
롯데는 이른바 '8888577'로 대표되는 7년의 침묵이 있었고, 2010년대 중반 이후 다시 침체기를 겪었다. 대우에서 바뀐 부산 아이파크 역시 지난 2015년 기업구단 최초로 K리그2로 강등되는 굴욕을 맛봤다. 정규리그 우승(2010~11시즌)과 챔피언결정전 진출(2006~07시즌)을 이뤄냈던 KT 역시 2010년대 중후반 하위권으로 떨어졌고, 허훈과 양홍석 등 좋은 자원이 합류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연고지를 이전했다. BNK는 창단 후 2년 연속 하위권에 머물렀다.


하지만 2022~23시즌 BNK의 선전으로 부산에는 다시 훈풍이 불었다. 2021~22시즌 창단 첫 '봄농구'에 성공한 BNK는 지난 시즌 초반 6연승을 달리며 선두권에 올랐고, 이후로도 무너지지 않고 흐름을 유지하면서 결국 정규시즌 2위에 올랐다. 이어 챔피언결정전까지 진출한 BNK는 비록 '강적' 아산 우리은행에 밀리긴 했지만 희망을 보여줬다. 부산 스포츠팀이 챔프전에 오른 것은 KT(2007년) 이후 무려 16년 만이었다.
여기에 국가대표팀급 라인업을 구축한 KCC가 부산으로 향했다. KCC는 기존 허웅과 라건아, 이승현, 송교창(11월 전역)에 올 시즌을 앞두고는 MVP 출신의 최준용까지 영입하며 화려한 베스트5를 자랑한다. 이에 KCC는 올 시즌 캐치프레이즈를 '최강'으로 선택했고, 전창진 KCC 감독은 "우승하지 못하면 그만두는 게 우승공약이다"며 화끈한 약속을 던졌다.
부산 아이파크도 25일 기준 K리그2에서 승점 59점(17승 8무 5패)으로 1위를 질주, 1부 승격이 확정되는 리그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다. 후반기 들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롯데 역시 5월까지 한때 1위에 오르며 희망을 보여줬다.
박 시장 역시 이날 축사에서 "프로축구(부산 아이파크)도 내년에 1부(K리그1)로 올라가고, KCC가 BNK와 함께 봄에 우승하고, 그리고 롯데가 가을에 우승하고 아이파크가 연말 우승을 해서 3대 프로스포츠를 주름잡고 천하를 통일하는 한해가 되길 바란다"고 말해 부산시민들의 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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