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를 잊은 투수. 두산 베어스의 고효준(42)이 KBO 리그 역대 최고령 승리 2위의 주인공으로 등극했다.
두산은 2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펼쳐진 LG 트윈스와 2025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정규시즌 홈 경기에서 9-6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두산은 시리즈 스윕을 면한 채 2승 1패로 주말 3연전을 마감했다. 두산은 시즌 40승(4무 52패) 고지를 밟으며 리그 9위를 유지했다.
이날 두산이 6-5로 앞선 7회초. LG의 공격. 1사 3루에서 신민재가 좌익수 희생플라이 동점 타점을 올렸다. 6-6이 된 순간. 두산은 투수를 최원준에서 고효준으로 교체했다. 고효준은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문성주를 2루 땅볼로 처리하며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 지었다.
그리고 이어진 7회말. 두산이 무사 1, 3루에서 양의지의 유격수 앞 병살타 때 3루 주자 이유찬이 홈인, 재차 승부를 7-6으로 뒤집었다. 동시에 고효준이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추게 된 순간이었다.
이후 두산은 이영하, 박치국, 김택연을 차례로 올린 끝에 9-6으로 승리했고, 고효준은 구원승을 챙겼다.
이 승리로 고효준은 42세 5개월 19일의 나이로 베어스 구단 역사상 최고령 승리 투수에 이름을 올렸다. 종전 기록은 '불사조' 박철순이 보유하고 있었던 40세 5개월 23일(1996년 9월 4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이었다.
아울러 KBO 역대 최고령 승리 2위의 주인공이 됐다. 1위는 송진우가 보유하고 있다. 송진우는 2009년 4월 8일 대전 두산전에서 43세 1개월 23일의 나이로 승리 투수가 된 바 있다. 3위는 '전 KIA' 최향남으로 2013년 8월 28일 무등 롯데전에서 42세 5개월의 나이로 승리 투수가 됐다.
경기 후 만난 고효준은 "승리를 염두에 두며 기대할 수 있는 기록이었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어렵게 팀에 들어와 어려운 상황에서 많이 나갔다. 이런 순간을 마음에 새기면서 승리해 좀 더 뜻깊다"고 말했다.

이어 박철순의 최고령 기록을 경신한 것에 대해 "정말 영광이다. 그런 부분이 저한테 또 채찍질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송진우 선배님을 목표로 달려갈 생각"이라고 힘차게 이야기했다.
젊은 선수들과 함께하는 것에 대해 고효준은 "확실히 예전 생각을 하게 되더라. 그 나이대에 제사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도 있었고,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고 되돌아봤다.
올 시즌 30경기에 나갔지만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건 아니다. 그는 올 시즌 30경기에 등판해 1승 1패 6홀드 평균자책점 6.60을 기록 중이다. 총 15이닝 동안 20피안타(2피홈런) 10볼넷 9탈삼진 11실점(11자책)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 2.00, 피안타율 0.339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아웃카운트 1개만 책임지고 내려올 때도 많다. 그럴 때마다 더 던지고 싶지는 않을까.
그는 "(더 던지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죠"라면서 "욕심이 나기도 하고, 충분히 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도 한다"면서 "그런데 저는 지금 마음가짐이 많이 바뀌었다. 그냥 한 타자만 집중해서 끝내자는 생각을 한다. 그다음은 보너스라 생각한다. 그래서 한 타자에 집중하려 한다"고 전했다.
고효준은 지금까지 자신을 있게 한 원동력에 대해 6살 딸을 생각했다. 그는 "가장 많은 생각이 드는 건 가족밖에 없는 것 같다. 가족이 있었기에 제가 버틸 수 있었다. 제가 정말 안 된다고 생각했다면 가족들한테 은퇴하겠다고 이야기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저도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했고, 가족들도 충분한 지원을 계속해줬다. 제일 저를 많이 응원해줬던 건 딸이다. 딸이 집에 있을 때도 그렇고, TV 중계를 보며 '항상 아빠는 왜 야구장에서 안 보여'라는 이야기도 하는데, 그런 말을 들으며 마음을 많이 다잡았던 것 같다. 지금은 놀이공원에서 놀고 있을 것"이라며 아빠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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