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프로야구 KBO 리그에 아시아 쿼터 제도가 2026시즌부터 본격 시행된다. 일본프로야구(NPB) 출신 선수들의 열풍이 예상되면서 한국야구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토종 에이스 육성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나오고 있다.
2026시즌부터 KBO 리그에서 뛰게 될 아시아쿼터 선수는 이중 국적(비아시아)을 제외한 아시아 및 호주 국적이다. 다만 직전 또는 해당 연도 아시아 리그 소속이었던 선수 1명으로 선발 기준이 제한되면서 일본프로야구(NPB) 출신 및 일본독립리그 선수들의 강세가 눈에 띈다.
10개 구단 중 4개 팀이 아시아쿼터 선수를 결정했고, 그중 3명이 일본 리그 출신이다. NPB 라쿠텐 골든이글스 출신의 대만 국적 왕옌청(24)이 가장 먼저 10만 달러에 한화 이글스행을 확정했다. 같은 날인 13일 일본 독립 리그 도쿠시마 인디고삭스 출신 스기모토 코우키(25)가 12만 달러에 KT 위즈행을 알렸다. 여기에 NPB 신인드래프트 1순위 출신 다케다 쇼타(32)가 SSG 랜더스로 20만 달러에 입단하면서 기대감을 높였다.
이에 한 KBO 구단 단장 A는 스타뉴스에 "아시아쿼터 후보군 중에 (KBO에서) 선발 투수로 뛸 수 있는 일본 선수들도 많이 보였다. 현재 기량이 좋지 않아 방출된 것이겠지만, 일본 투수들이 기본기가 잘 돼 있어서 다른 KBO 구단들도 일본 쪽을 많이 선호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또 다른 KBO 구단 단장 B는 "일본 선수들이 많다는 이야기가 나온 이유는 선택지가 없었다. 아시아쿼터 때문에 본격적으로 살펴보니 호주 선수들은 생계와 야구를 겸업해 선수층 자체가 얇았다. 그에 비해 일본은 독립 리그도 있고 NPB에서 방출된 선수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유일한 호주 국적인 라클란 웰스(28·LG 트윈스)까지 4명 모두 선발 투수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다. 만약 이들이 긴 이닝에서도 경쟁력을 보일 경우 선발진은 기존 외국인 선수 2명-국내 선수 2명-아시아쿼터 1명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KBO 구단 감독 C는 "아시아쿼터 선수들을 불펜으로만 쓸 수 있게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현장에서는 성적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국내 젊은 투수들이 선발 기회를 받기가 쉽지 않다. 젊은 국내 투수들의 성장을 위해서도 어떠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지 않을까"라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밝혔다. KBO 구단 단장 A 역시 "아시아쿼터 선수들을 선발 투수로 활용하면 젊은 투수들의 선발 기회 자체가 절대적인 측면에서 없어지긴 할 것이다"라고 인정했다.
한화를 예로 들 경우 시즌 막판 선발 수업을 받은 정우주(19)가 왕옌청, 류현진(38)·문동주(22)에 밀려 불펜으로만 뛰어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올해 KBO 리그에 데뷔한 정우주는 최고 시속 156㎞, 평균 분당 회전수(RPM) 2600 이상의 묵직한 직구가 강점인 우완 투수다. 주 무기 스플리터를 팔꿈치 보호 차원에서 봉인했음에도 슬라이더를 갈고 닦아 최고의 데뷔 시즌을 보냈다.
9이닝당 탈삼진이 13.75개로, 40이닝 이상 소화한 리그 전체 투수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리그 막판에는 선발로 2경기 나와 5⅔이닝 2실점 2볼넷 7탈삼진으로 선전했다. 이번 2025 NAVER K-BASEBALL SERIES 일본과 2차 평가전에서는 3이닝 동안 피안타 없이 1볼넷 4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차세대 국가대표 에이스로서 가능성을 알렸다.
하지만 기우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많다. 일단 아시아쿼터로 오는 일본인 선수들에 대한 지나친 고평가를 경계했다. KBO 구단 단장 D는 "선발 자원이 나왔다면 일본에서도 썼을 것이다. 그런데 일본 리그에서도 선택받지 못했다면 이미 경쟁력에서 밀렸다는 이야기"라고 우려를 일축했다. KBO 구단 단장 A 역시 "이번에 아시아쿼터로 오는 투수들은 대부분 구단이 불펜으로 많이 활용할 것 같다"라고 했다.

NPB는 선발 투수가 일주일에 한 번 등판하는 6인 로테이션이 일반적이어서 자연스레 국내 투수 한 명은 선발로 키우는 환경이 마련돼 있다. 하지만 일본보다 선수 풀이 훨씬 얇은 KBO 리그에서는 풀시즌을 소화할 수 있는 국내 투수로 3명을 선발진에 넣기도 쉽지 않다. 그 때문에 선발 한 자리는 국내 투수 육성을 위해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대부분의 관계자는 이에 회의적이었다.
KBO 구단 단장 D는 "국내 선수 육성을 생각하면 아예 외국인 선수도 쓰지 않아야 한다. 제도적으로 만들면 국내 선발 투수를 못 만드는 팀은 굉장히 불편할 수 있다. (기량이) 안 되는 선수를 무조건 하라고 할 수도 없다. 구단에서 의지를 가지고 잘 키우면 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KBO 구단 단장 A는 "제도적으로 굳이 자리 하나를 보장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어떻게 보면 동일선상에서 경쟁을 한다고 봐도 된다. 아시아쿼터 선수들은 구단 입장에서 단기 자산이고, 젊은 국내 선수들은 장기적으로 구단이 육성해야 하는 자원이다. 구단에서 기대하는 서로의 역할이 다르다고 본다"라고 차이를 설명했다.
이어 "강제적으로 조항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지만, 모든 구단이 장기적인 자산이 가치가 올라가길 원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해도 젊은 국내 선수들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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