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경기 차 치열한 선두 다툼 중인 2위 LG 트윈스에도 고민이 있다. 외국인 투수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30)다.
올해로 KBO 2년 차를 맞은 에르난데스는 힘든 시즌을 보내고 있다. 13경기 4승 4패 평균자책점 4.50, 60이닝 27사사구(22볼넷 5몸에 맞는 공) 64탈삼진으로 130만 달러(약 18억 원) 비싼 몸값에는 어울리지 않는 퍼포먼스다.
강점과 약점이 뚜렷하다. 9이닝당 삼진 9.6개에 달하는 강력한 구위가 강점이다. 최고 시속 154㎞에 달하는 빠른 공은 짧은 이닝일수록 위력을 발휘했다. 대표적인 장면이 지난해 포스트시즌이었다. 당시 에르난데스는 KT와 준플레이오프 5경기에 모두 등판해 무실점을 기록하고 삼성과 플레이오프에서도 3⅔이닝을 실점 없이 막는 위력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덕분에 '엘동원(LG+최동원)'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경기당 기본 볼넷 3개씩은 주는 통에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못하는 것은 약점이다. 슬라이더, 커브, 투심 패스트볼, 커터, 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할 줄 알지만, 직구만큼 매력적이지 않았다. 위닝샷이 없는 탓에 끈질긴 타자들에겐 어려움을 겪었다. 제구마저 흔들리는 날이면 5이닝도 채 소화하지 못하고 강판당하기 일쑤다. 가장 직전 경기였던 25일 잠실 두산전도 3이닝 5사사구(4볼넷 1몸에 맞는 볼) 4탈삼진 3실점으로 일찌감치 강판당했다.

지난해도 정규시즌에서는 11경기 47이닝 18사사구(16볼넷 2몸에 맞는 공) 55탈삼진을 기록해 이 점이 우려됐으나, 계약은 진행됐다. 올해도 경기당 이닝이 4.62로 불펜 투수 출신의 한계는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5이닝조차 버거운 외인은 LG의 정규시즌 레이스에도 위험 요소가 됐다. 부상과 부진으로 흔들리는 외국인 투수의 공백을 국내 투수들이 나눠 짊어져야 했다. 그 탓에 올해 첫 풀타임 시즌인 송승기(23)는 전반기 내내 쉼 없이 달리다가 구속이 감소하는 등 퍼포먼스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외인보다 더 나은 안정감으로 마운드를 지탱했던 임찬규(33)의 공은 말할 것도 없다.
LG도 이닝 소화에 약점이 있는 외국인 원투펀치에 대해 대비를 하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C플랜까지 준비할 정도로 기량과 성장 가능성을 기준으로 불펜을 대기시켰고 7월 초부터는 완전체로 굴러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좀처럼 올라오지 않는 타격 사이클에 잔부상으로 이탈과 합류가 잦았던 불펜은 견고하지 못했고 한화에 1위를 내주게 됐다.
앞으로가 고민이다. 1위 한화가 코디 폰세, 라이언 와이스, 3위 롯데가 알렉 감보아, 4위 KT가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 5위 삼성이 아리엘 후라도를 보유하고 있는 것과 달리 LG는 포스트시즌에 믿고 맡길 만한 확실한 에이스가 없다. 불펜 물량 공세로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라도 LG만큼 정규시즌 1위가 간절한 팀은 없다.
새 외국인 선수가 포스트시즌에 나가려면 8월 15일까지는 KBO 등록을 마쳐야 하고, 그 기한까지는 이제 3주도 채 남지 않았다. 결단이 필요한 상황에서 LG는 과연 어떠한 선택을 내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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