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승 후 2패. 작년 부상과 부진을 거듭하며 한국을 떠난 라울 알칸타라(33·키움 히어로즈)에 대한 시선은 반신반의였다. 그러나 단 3개월 만에 알칸타라는 '20승 다승왕' 출신의 품격을 증명해내고 있다.
알칸타라는 20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해 8이닝 동안 98구 5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1실점 호투를 펼쳤다.
초반부터 타선이 힘을 내며 6-1로 앞선 상태에서 8회말을 마치고 등판을 마쳤고 윤석원이 리드를 지켜내며 시즌 6번째 승리를 챙겼다.
알칸타라는 지난 5월말 야시엘 푸이그의 교체 선수로 키움 유니폼을 입었다. 키움은 올 시즌을 앞두고 외국인 투수 대신 타자를 2명으로 구성해 타선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으나 둘 모두 부진에 빠졌고 그 중 푸이그를 투수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키움의 눈에 들어온 건 알칸타라였다.
2019년 KT 위즈에서 처음 한국 무대를 경험한 알칸타라는 이듬해 두산 베어스로 옮겨 20승 2패 평균자책점(ERA) 2.54로 맹활약했다. 다승왕에 올랐고 투수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했다. 시속 150㎞ 중반대의 빠른 공과 낙차 큰 포크볼을 앞세워 타자들을 압도했다.
일본프로야구(NPB)로 향했던 그는 2023년 다시 두산으로 돌아와 13승을 거뒀으나 지난 시즌 초반 팔꿈치 통증을 호소했고 복귀 후에도 컨디션을 끌어올리지 못하며 결국 방출됐다. 몸 상태에 이상이 없다면 이미 검증할 게 없는 투수였고 키움은 40만 달러(약 5억 6000만원)에 계약을 맺었다.

초반 2경기에서 6이닝 무실점, 8이닝 1실점 호투로 2연승을 달렸으나 이후 6이닝 4실점, 4이닝 7실점으로 2연패에 빠지며 불안감을 자아냈지만 이후 안정감을 찾았다. 6월 마지막 경기에서 6⅓이닝 무실점으로 다시 승리를 챙겼다. 7월 4경기에선 승리가 없었지만 8월 4경기 중 3승을 챙겼다. 지난 7일 NC 다이노스전에서 난타 당하며 5이닝 7실점으로 부진했으나 이 경기를 제외하면 나머지 3경기에선 23이닝 동안 단 1점만을 내주는 압도적인 투구를 펼쳤다.
주승우까지 부상을 당하며 이탈한 상황. 알칸타라는 어느 때보다도 공격적인 피칭을 펼쳤고 안정적인 제구를 앞세워 사사구도 내주지 않으며 8이닝을 소화했다. KIA 타자들이 조급해졌고 많은 범타가 쏟아졌다.
3회 김석환에게 맞은 솔로포를 제외하면 흔들림이 없었다. 출루를 허용한 뒤엔 보란 듯이 범타를 유도해냈고 6회말 박찬호에게 3루타를 맞고도 오선우를 중견수 뜬공으로 돌려세워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7회 나성범에게 안타를 맞고 폭투까지 범했으나 패트릭 위즈덤을 루킹삼진으로 돌려세워 다시 한 번 위기를 넘겼다. 특히 이 공은 시속 156㎞가 찍힐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행운까지 겹치면서 개인 4연승을 달렸다. 승률 0.327 최하위팀 투수이기에 더욱 놀라운 기록이다. 13경기에서 83이닝을 책임지며 6승 2패, ERA 3.58을 기록 중이다.
무엇보다 69.2%(9/13)에 달하는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QS) 달성률이 돋보인다. 불펜이 불안한 팀에 긴 이닝을 소화하는 선발 투수의 존재는 매우 큰 힘이다. 외국인 투수에게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덕목이기도 하다.

다만 내년에도 알칸타라가 키움에 남을 지는 미지수다. 지난해의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키움은 최하위에 머물렀지만 아리엘 후라도(삼성)와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KT)라는 든든한 외인 원투펀치가 있었다. 압도적인 면에서 최강이라고 보긴 어려울 수 있지만 이닝 소화 측면에선 이만한 듀오가 없었다. 둘은 무려 361⅔이닝을 소화했고 나란히 QS 1,2위에 올랐다. 도합 43회.
그럼에도 키움은 올 시즌을 앞두고 두 외인 투수를 다 떠나보냈다. 후라도는 11승 8패, ERA 2.56, QS 19회로 1위, 헤이수스 또한 8승 8패 ERA 3.82로 준수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QS는 12회. 반면 키움이 데려온 케니 로젠버그는 13경기에서 75⅓이닝을 소화하며 4승 4패 ERA 3.23을 기록한 채 부상으로 결국 팀을 떠났다.
확실한 두 장의 선발 카드도 포기했던 키움이다. 알칸타라는 이미 KBO리그에서 검증이 끝났고 올 시즌 부상 우려까지 털어냈기에 더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정후(샌프란시스코), 김혜성(LA 다저스) 등의 미국 진출로 챙긴 포스팅 금액을 아껴두고 있는 키움이지만 안우진의 뜻하지 못한 부상, 주승우의 수술 등으로 인해 내년에도 최약체를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 외국인 선수에 많은 돈을 투자할 것이라고 예상하기 쉽지 않다.
다만 한 가지 변수는 올 시즌 그러한 전략의 결과가 7명의 외국인 선수를 활용하는 사상 최초의 촌극을 자아냈다는 것이다. 조금 더 많은 돈을 투자하더라도 안정적으로 시즌을 끌어갈 수 있는 카드를 애초에 박아두고 시작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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